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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쿠니에서...

일본의 가을, 화보가 따로 없어~

by 스마일 엘리 201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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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에 남편과 하이킹을 다녀 왔답니다.
어제의 포스팅을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컴퓨터를 치워 버린 남편 때문에 둘다 서로 나란히 앉아 영화 보는것도 하루 하고 나니 둘다 할게 없더라구요.
연휴가 하루 남았는데, 집에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하이킹을 제안했답니다.
실은 남편이 저보고 등산 가자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제가 산 타는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ㅠ.ㅠ
초등학교때 소풍가서 김밥 먹는건 좋아도, 뒷산 올라가는게 너무너무 싫어서 별로 소풍을 기다리지도 않았던 저이거늘...
 
우리 내일 하이킹갈까??? 킨타이쿄 뒷산으로???

갑자기 남편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며

진짜?? 진짜 갈거야??? 좋아~ 가자!!!!


그때부터 신난 어린이가 되더라구요.
그리하여, 다음날 저희 동네의 킨타이쿄 뒷산에 오르기 위해 킨타이쿄로 향했답니다.

킨타이쿄가 관광명소인데다가 지금이 단풍이 한창때여서 관강객들이 정말 많았어요.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차장을 두 세바퀴 뱅글뱅글 돌고서야 겨우 한자리 차지했거든요.



추운 겨울이라고 동자승의 머리에 뜨개모자를 씌워놨습니다.



은행잎이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노란색이더라구요.
정말 놀랐어요.
한국의 은행잎과 색이 달라서 신기했답니다.


이곳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등산로가 시작되는데요, 바닥에 떨어져 쌓여 있는 단풍잎들을 보니 가을이 실감나더라구요.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너무 좋구요.


그냥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단풍잎인데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엽서 사진이 되는거있죠.
제가 나이가 들어서 이것들이 예뻐 보이는걸까요?
어릴때는 부모님이 단풍놀이 간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했고,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을 보고 예쁘다며 감상에 젖은 적도 없는데, 이날은 너무 예뻐서 발걸음이 안 떨어 지더라구요.


남편과 손잡고 등산하다 말고, 그냥 바닥에 주저 앉아 한참동안을 이리 저리 사진도 찍고 단풍잎을 만져보기도 하고, 혼자 바닥에 떨어진 잎들을 쓸어모아 던져보기도 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산 아래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등산로에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둘이서 산을 전세 낸듯, 그렇게 맘껏 단풍놀이를 즐겼죠.


어쩜 같은 단풍잎들인데도 이렇게 하나같이 저마다 다른 색깔인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혹시나 올 가을, 단풍놀이를 못 가셨다면 제 블로그에서 실컷 구경하세요~



바닥에 주저앉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갑자기 남편이 단풍잎 하나를 주워들고 와서는 카메라 렌즈 앞으로 불쑥 내밀더라구요~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조용한 숲속을 걷고 있으니 산 속에서 "탁 " "탁" 하며 가볍게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뭐지? 하며 궁금해했는데 도토리가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더라구요.


도토리를 본 남편은 역시나 자기의 수준에 맞게 도토리를 한가득 주워 들고는 저에게 던지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끝난 부부싸움이였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치밀한 두뇌전 중이였는데, 아마도 도토리 던지기를 하면서 감정을 실었을지도 모릅니다.
흠~ 사실은 제가 감정을 실어서 힘껏 던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운 좋게도 활짝 웃는 남편의 송곳니에 명중하였지요 ^^V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도도리 대전도 한판 하면서 올라왔더니 산정상까지 금방 왔어요.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사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고, 산도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보통 성인 남자들이라면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거든요.
산 정상에는 이와쿠니성이 있답니다.
이와쿠니성은 두번이나 와 봤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이곳 벤치에서 잠시 휴식했다가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내려가는 길도 조용하고, 운치 있습니다.



산 아래의 있는 작은 공원에서 기모노를 입고 단풍을 즐기는 일본 여자분들을 보았답니다.



밟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마저도 너무 예쁜 단풍잎들입니다~
남편이 예쁜 단풍잎을 찾고 있는 중이예요.



공원의 한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 이렇게 단풍잎들이 떨어져 연못을 뒤덮고 있더라구요.
마치 꽃밭 같았답니다.



이끼 낀 바위 위에도 떨어진 자주색의 단풍잎
햇빛을 받은 단풍잎과 그늘에 떨어진 단풍잎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그늘진 곳에 있는 단풍잎들은 마치 진핑크색처럼 보여요.
그래서 더 신기하고 예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단풍잎의 바스락거림이 사진으로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바위 뒤로 보이는 연못위의 단풍잎들~



이곳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가 아주 높았습니다.
은행 나무 아래서 아장 아장 걷고 있는 아기와, 그 아기를 뒤따르는 아빠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였어요.



담벼락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



담장의 기와에 떨어진 단풍잎들~


그냥 막 찍어도 화보가 되더라구요.



어쩌면 한국의 기와집 가을 풍경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얼마남지 않은 잎새들 사이로 드러난 앙상한 나뭇가지들~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는거겠죠?
더 늦기 전에 이렇게 가을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답니다.

여러분들도 잠시나마 엘리의 블로그에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즐기셨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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