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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기

외국인 입장이 되어 관광한 한국, 씁쓸하네...

by 스마일 엘리 201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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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이 저에게 생각보다 고된 여행이긴 했나봅니다.
지금껏 수많은 여행을 다녀왔었지만 여행 후유증이 이리 오래 간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가진건 건강한 몸뚱아리 밖에 없다고 늘 자부하고 살았거늘 이렇게 병이 날 줄은 몰랐네요.
그저께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어제는 말 그대로 일어나질 못했거든요.
그래도 남편이 물수건도 만들어서 냉동실에 살짝 얼려서 이마에 놓아주고, 저녁도 차려주고, 약도 챙겨준 덕분에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답니다. ^^
걱정해 주신 블로그 이웃님들 감사해요~ 

오늘은 한국 여행동안, 즐거운 기억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씁쓸한 경험들에 대해서 얘기할려고 합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있을 때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어쩌다보니 상대방이 저를 외국인으로 오해하는 바람에,외국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한국에 관광와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경험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더라구요.


이번 여행은 함께 간 친구가 일본인이였고, 또 저도 일본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화장이나 헤어가 일본 스타일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딜 가더라도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호객 행위를 하시는 분들에게 "저 한국인이예요" 라고 말해도, "한국말 정말 잘 하시네요~ " 라며 오히려 칭찬을 해 주시기까지;;;  ㅡ.ㅡ;;;;  
한국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본의아니게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모든 에피소드들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읽어 주시면 좀 더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1. 가까운 길도 멀리 둘러가는 택시 운전사

저와 일본인 친구는 10일에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용산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를 타자마자 한국어로 "서울역으로 가주세요" 라고 하고, 친구와 서울역에서 간단하게 뭐라도 먹고 가자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택시를 탔을때가 11시 15분, 기차 출발 시각은 12시,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죠.
저도 서울 토박이가 아닌 탓에 늘 지하철로만 다녔으니, 지상으로는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잘 모르지만, 설마 10분밖에 안되는 길을 어떻게 돌아가겠어 하는 생각으로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서울역은 도착하지 않는겁니다.
이미 그때 시간은 11시 40분을 지났어요.
서울역에서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고 갈까 했던 것이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 듯 해서 친구에게 시간이 없어서 내리자 마자 바로 기차를 타야 할 것 같다고 미터기 위에 나와 있는 시계를 보며 일본어로 얘기 했더니 룸미러로 뒤를 힐끔힐끔 보시던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가 뭔가 찔렸는지 갑자기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말씀 하시길

왜요?? 요금이 타카이??? (요금이 비싸요? )

본인 스스로도 너무 돌았다 싶으셨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요금이 비싸냐고 물어오시다니.....

   (이미지는 본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답니다 ^^ 그냥 택시 미터기 이미지가 필요 했을 뿐! )


그래서 제가 한국어로


요금 얘기가 아니라, 저희 기차 시간이 12시인데, 너무 오래 걸려서요...

어? 한국 아가씨였어요?? 나는 일본인인줄 알았네... 그럼 진작 12시 기차라고 얘기하지, 그랬으면 내가 이길로 안 왔지, 저쪽길로 빠지면 바로 가는데....

결국 스스로 먼길을 돌아왔음을 실토하고 만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
저랑 친구 둘다 일본인 관광객인줄 알고, 길을 잘 모를거라 생각하시고 일부러 먼길을 돌아서 10분이면 되는 거리를 35분이 넘는길로 뺑뺑이를 도신겁니다. 
정말 실망스럽고 화가 났지만, 이미 열차표를 끊어 둔 상태라 서둘러 내려야 했기에, 또 택시 운전기사와 실랑이를 벌여서 괜히 이 사실을 일본인 친구가 눈치 챌까봐 그냥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도를 넘은 호객 행위

명동에는 수많은 화장품 가게들이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보니 경쟁도 과열되어 호객 행위도 굉장히 심했는데요, 그 중에 눈살을 찌푸렸던 곳이 있었답니다.
친구와 제가 걸어가고 있는데 다짜고짜 남자분이 일본어로 " 선물이예요" 하며 마스크 시트 팩을 하나씩 저희들 손에 쥐어 주시더니 저희 갈길을 양손으로 펼쳐 막으시며 저희들을 쥐 몰듯이 옆에 있는 화장품 가게 입구로 몰아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시간에 쫓겨 어딘가를 갈 수도 있는 것이고, 쇼핑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구경한번 해 보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 보는것도 아닌 막무가내로 막아서서는 등을 떠밀며 가게 안으로 밀어 넣는 그 분의 행동은 무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이미 다 구입했다고 얘기했고, 저 역시 한국어로 " 다 샀어요" 라고 얘기하는데도 괜찮으니까 보고 가라며 등을 떠밀며 가게 안으로 넣으시길래 제가 " 저 한국인이예요 " 하자 옆에 저희를 인도(?)받으실려고 하던 여자분은 일본어로 "혼또?" 라고 하셨고, 그 남자분은 "일본인인줄 알았네" 하시며 손에 쥐어줬던 마스크 팩을 휙 낚아채시며 다시 일본인을 몰러 나가시더라구요.

           (이미지는 본 내용과 아무 관련 없는 화장품 가게 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

손님 잡기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보니, 호객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으로만 보고,무례한 줬다 뺏기식의 미끼 상품을 이용한 호객 행위나, 손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단 가게안에 밀어 넣고 보는 행위는 분명 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3.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다른 바가지 요금

서울에서의 이틀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쇼핑하느라 보냈는데요, 옷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친구가 가격을 물어보고, 제가 다시 한국어로 이것 저것 물어본 후, 가격을 물어보면 가격이 갑자기 확 내려 가는겁니다.
사실, 이 경우는 꼭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경우에도 제일 처음에 부른 가격과,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으면 다시 가격을 싸게 해 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번 일본인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는 옷이 있어서 가격을 묻고, 제가 후에 다시 물어보면 가격이 점점 내려가니, 일본인 친구도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는건지, 점원이 항상 처음 부른 가격은 믿지 않더라구요.
처음에는 흥정을 하고, 깍은 가격에 샀다고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구입한 가격이 원래 판매되는 가격인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제가 사고 싶어하던 원피스가 있었는데 세군데에서 똑같은 원피스를 보았답니다.
한 곳은 가격표에 48000원이라고 찍혀 있었는데 판매하시는 분께서 40000원까지 해 주신다고 하시더군요.
두번째 가게에서는 마지막 남은 한장이고, 팔고 없애 버릴 생각인데다가 이제 가게 닫고 들어갈거니까 그냥 30000원만 달라고 하셨답니다. 물론 원래 가격은 40000원이라고 하셨구요.
세번째 가게에서도 처음에 48000원이라고 하셨지만 45000원까지 깍아 준다고 하시더니, 사실 더 싼 가격을 봤다고 했더니 그럼 40000원에 팔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렇게 가게마다 제시하는 가격이 다르고, 정가에서 깍아주겠다고 하는 가격은 가게마다 비슷한 걸로 봐서는 원래 팔고자 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게 가격을 측정해서 선심 쓰는 척, 손해 보는 척하면서 원래 가격대로 팔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더군요.
안 깍고 부르는대로 제 값주고 사는건 당하는거라고 말하는 일본인 친구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렸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흥정은 필수처럼 생각하며 쇼핑을 했는데, 친구가 자기 친구들에게 돌릴 간단한 기념품을 사겠다고 명동의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매대를 구경하다가 팩트형 빗과 거울을 발견하게 되었고, 무지 맘에 들어했어요.
먼저 친구가 일본어로 얼마냐고 묻자 아주머니께서는 6000원이라고 하시더니, 제가 한국어로 세개를 달라고 하자 "아, 그럼 1000원씩 빼 줄게" 하시며 각각 5000원에, 총 15000원을 주고 구입했지요.
6000원 정도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흥정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또 흥정하기도 전에 아주머니께서 먼저 3000원을 빼 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번이고 감사하다며 인사까지 하고 구입했는데, 그 다음 날, 저희는 다이소에서 똑같은 제품이 2000원에 판매 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답니다 ㅠ.ㅠ
 

                      (위의 이미지는 본 내용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으로 관광 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좋은점만 보고, 한국에서의 즐거운 추억만 가지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다수가 노력하는데, 일부의 비양심적이고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것이죠. 
물론 저야 한국인이고,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택시가 먼길을 돌아간 것도 눈치채고, 바가지 요금도 빨리 알아차린 것일수도 있지만,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들이 한국의 사정을 모른다고 해서 그대로 그 부당한 대우속에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한번 다녀 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번 다녀간 관광객을 다시 찾게 만들고, 그들이 돌아가서 입소문으로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해 내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입소문이란 것이 한국 여행에서의 즐거운 추억보다, 조심해야 할 주의사항들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지금 한국은 관광객들로 호재를 맞고 있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으로, 그리고 주변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관광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개선 되어야 할 사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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