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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 남편과는 나눌 수 없는 즐거움 한가지

by 스마일 엘리 201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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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남자 친구 또는 남편과 함께 냉면집에 가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둘 다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중국집에 가서 짬뽕도 먹고 싶고, 탕수육도 먹고 싶을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물냉, 비냉 다 시켜서 나눠 먹으면 되죠.
탕수육 짬뽕 둘 다 시켜서 나눠 먹으면 되구요.
이 간단한 일이 저희 부부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ㅠ.ㅠ

연애시절 남편과 차이나 타운에 밥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그곳은 무제한 코스 요리집이여서 메뉴에 있는 음식은 다 먹을 수 있고, 추가 주문도 무제한 이였습니다. (다만 시간 제한이 90분)
메뉴를 보고 각자 먹고 싶은걸 골라 이것 저것 주문을 하면서 남편과 제가 고른 중복되는 음식은 하나만 주문했습니다.
같이 나눠 먹고, 모자라면 추가 주문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주문한 음식이 먼저 나와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자기 음식이 나올거라며 안 먹는다고 사양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남편이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자 남편 앞으로 가져가서 먹더니 이후에 남편과 제가 중복되게 고른 음식이 나오자 남편이 그건 제 앞으로 밀어주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건 나눠 먹자

왜? 내꺼도 곧 올거니까 먼저 먹어

아니야, 나눠 먹을려고 하나만 시켰어, 모자라면 또 주문하면 되니까

그랬더니 이해안된다는 표정으로
내껀 주문안했는데???

자기꺼를 주문 안한게 아니라, 자기랑 나랑 이 메뉴가 중복되니까 그냥 하나 시켜서 나눠 먹고 맛있으면 추가 주문하고, 맛 없으면 다른 음식도 맛볼려고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남편은 이해 안간다는 표정이였습니다.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웃백에 밥을 먹으러 갔죠.
저는 아웃백의 간판메뉴라 할 수 있는 베이비 백립과 퀸즐랜드 샐러드가 먹고 싶은데 남편은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는겁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죠.
'흠~ 백립과 스테이크를 시키면 양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빽립을 포기하고 스테이크와 퀸즐랜드 샐러드를 시켜서 나눠 먹으면 딱 되겠네'
사실 퀸즐랜드 샐러드도 양이 많아서 혼자서는 다 못 먹는 양이고, 지금껏 친구들과 아웃백 올때마다 항상 메인 메뉴 하나에 퀸즐랜드 샐러드 시켜서 나눠 먹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스테이크와 퀸즐랜드 샐러드가 나왔고, 저는 테이블 가운데에 나란히 음식들을 놓아 달라고 서버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스테이크를 자기 앞으로 땡겨 가는겁니다.
그러더니 샐러드를 제 앞쪽으로 놓아주더라구요.

이거 자기랑 나눠 먹을려고 시킨거야, 나 혼자서 다 못먹어

그랬더니 남편이

난 내 스테이크가 있잖아, 난 샐러드 별로 안 먹고 싶어, 다 못 먹겠으면 그냥 남겨

속으로 '아니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ㅠ.ㅠ 샐러드도 나눠 먹고, 스테이크도 나눠 먹자는 얘긴데... ㅡ.ㅡ;;
그날 저는 스테이크 고기 한점, 한점 남편 입속으로 들어가는것을 째려보며, 꿀겨자(하니 머스터드) 소스에 풀떼기 팍팍 무쳐서 먹었드랬죠. ㅠ.ㅠ

이렇게 연애시절 철저하게 경험으로 '미국인들은 음식을 나눠 먹지 않는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결혼 후 남편에게 제가 메인메뉴 혼자서 다 못 먹으니까 나눠 먹는게 어떠냐고 물었을 때 무슨 생각했냐고 물었더니
 
Get your own food lady!!! (니꺼 먹어, 아가씨야!!! )  ㅡ.ㅡ;;;;



그런데 문제는 몸으로 직접 배운 이 깨달음을 돈 때문에 실행하지 못할때가 있다는거죠.
이후에 식당에 가면 남편 메인메뉴 하나, 제 메인메뉴 하나, 샐러드, 애피타이저를 먹고 싶은대로 주문하면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서 집에 싸오게 되는겁니다. (집에 싸와서 후에 데워먹은 기억도 없어요, 냉장보관하다가 결국은 쓰레기통 직행 열차를 타게 되죠. )

아무리 생각해도 많은 양의 미국 음식을 기분 좋게 다 먹는 방법은 남편과 저 사이좋게 애피타이저 하나, 샐러드 하나, 메인메뉴 하나 이렇게 나눠 먹으면 딱 좋은데 남편은 남겨도 괜찮다며 그냥 제 음식을 따로 시키라고 하니까 돈 아끼고 싶은 아줌마 근성으로 차라리 메인 메뉴를 안 먹고 마는거죠.
그냥 샐러드의 풀떼기나 먹고 애피타이저 따위로 배를 채우게 됩니다. (입맛을 돋구기 위해 먹는다는 애피타이저도 미국 식당에서 주는 양이면 한국인에게는 배를 빵실하게 채울 수 있지만, 제대로 한끼 식사를 했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기분 나쁜 포만감이 든다는게 문제)

남편 말로는 아주 꼬맹이일때야 혼자서 주문한 음식을 다 못먹으니 형제끼리 나눠 먹었지만 청소년기에 접어 들면서 부터는 각자의 음식은 다 따로 시켜서 따로 먹었다는군요.
그래서 제가 음식을 나눠 먹자고 했을때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이거 맛 봐도 되냐고 해 놓고, 계속 해서 자기 음식을 뺏어(?)먹으니 적응이 안되더랍니다.
하지만 저랑 살다보니 서바이벌 파워로 어느정도 극복이 되어서 샐러드 정도는 나눠 먹고, 메인메뉴도 제가 뺏어 먹기 전에 자진해서 저에게 먹여줄 정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 이게 자상해서 먹여 주는게 아니구요, 자기가 주는것만 받아 먹고 저는 자기 음식에 손대지 말라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 시켜 나눠 먹는 즐거움은 미국인 남편과는 누려볼 수가 없답니다.

물냉과 비냉, 둘다 먹고 싶으면 혼자서 두개 다 시켜야 합니다. 만약 제가 비냉 시키고, 남편 물냉 시켰다면 남편의 물냉은 한 젓가락 얻어 먹고 나면 더 이상 먹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은 푸짐한 한그릇 음식들이 많아서 메뉴 하나를 2인분으로 주문해서 나눠 먹을 수가 있지만, 그 즐거움을 누릴려면 한국까지 가야 한다는거죠.
그러므로, 저에게 있어 남편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아주 호사스러운 즐거움일 수 밖에 없답니다.

---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므로, 모든 미국인이 이러하다~ 라고 말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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