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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푸드 테러리스트 미국인 남편이 만든 홈메이드 피자 보실라우?

by 스마일 엘리 201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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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일요일 오후 급작스레 와플이 아부지가 저에게 빵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냐며 묻더라구요.

3~4 시간? 이라고 답하자 저녁으로 피자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피자 도우를 만들어 달라네요????

피자 도우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뭘 만든답 시고 난장판이 될 주방을 치울 생각을 하니 말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피자 도우만 제공하고, 편히 앉아서 미국 밥상? 한번 받아봐~?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그러겠다 했죠.

 

 

 

옛다! 피자 도우~

두번의 발효까지 완벽히 마친 피자 도우를 대령했습니다.

편히 앉아서 완성 된 피자를 받아보겠단 생각을 했지만 일명 푸드 테러리스트인 이 남자가 피자를 만든다고 하니 제대로 된 한끼를 얻어 먹을 수 있을까 심히 염려 되어 옆에서 감시 감독을 하기로 했습니다.

 

 

밀대로 밀기만 할 줄 알았지, 사용하는 요령을 몰라 밀대에 치덕치덕 다 달라 붙어 버린 반죽을 보며 반죽을 질게 한 제 탓이라며 투덜 투덜~

'역시 맡기는 게 아니였어'

후회하며 제가 하겠다고 비켜 달라고 하니 기어코 자기가 한대요 ㅡ.ㅡ;;;

 

삐~~~ 삐~~~

 

내 머릿속에 울리는 경보음

이것은 피자 먹을려다 피죽 끓여 먹는 사태 예상 경보음...

 

밀가루를 뿌려 주고, 롤링핀에도 밀가루로 코팅을 해 준 다음에 밀면 안 달라 붙는다는 팁을 전수하고 옆에서 지켜 봤죠.

밀가루가 안 달라 붙으니 반죽 미는것에 탄력이 붙어서 계속 중간만 밀고 있는 와플이 아부지.

중간은 얇아질대로 얇아져서 습자지 수준으로 바닥이 다 비치고, 반죽 끝 둘레는 치즈 대신 밀가루가 둘러진 밀가루 크러스트 피자 모양이 되어 있고...

 

중간만 미니까 중간은 얇아지고, 둘레 끝쪽은 반죽이 다 밀려서 두꺼워 지잖아.

골고루 밀어야지!!!

 

잔소리가 귀찮다는 듯 와플이 아부지는

 

돈 워리~ 돈 워리 어바웃 잇!

 

 

 

하더니 둘레 끝쪽의 두꺼운 부분을 중간으로 접어 올려 반죽의 수평을 맞추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호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당신은 베이킹 꾀돌이 우~

 

 

 

심지어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피자 반죽을 들어 올리더니 공중 회전 스킬까지 선보이더군요.

그러다 반죽 찢어짐.... ㅍㅎㅎㅎㅎㅎ

그러나 또 땜빵 신공을 발휘해서 꼼꼼하게 땜질을 하고는 도우 둘레를 따라 치즈를 넣고 조심스레 여며 줍니다.

 

 

홈메이드 피자 첫 도전에 치즈 크러스트 피자라니!!! 

옆에서 지켜 보는 저는 여전히 오늘 저녁은 제대로 얻어 먹을 수 있으려나 불안 초조 합니다.

 

 

그리고는 와플이 아버지 특제 오일 소스인 일명 갈릭 이탈리안 오일 소스로 피자 도우를 골고루 바르는게 아니라, 어루만지고 있더라구요..

이건 아직 피자로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미조리 식품을 추행하는 행위??!?!...

 

일명 소스 추행?!?!?!

 

소스 추행 당한 피자 반죽,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ㅠ.ㅠ

정말 남편에게 이것만큼은 아니지 않냐고, 말리고 싶었지만 한번 영감을 받은 이 남자는 철저하게 푸드 테러를 실행중이였기 때문에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피자 소스를 발라주니 조금은 그럴싸 해 보이더군요.

 

 

 

게다가 모든 토핑이 올라가고 나니

오~오!  비쥬얼은 그럭저럭 피자야.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낸 피자를 꺼냈더니

 

~

 

 

 

파파존스 피자 부럽지 않은 와플파파 피자가 탄생했어요~  ㅎㅎㅎ

 

 

 

보기좋게 동그란 모양으로 성형은 실패했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피자렷다!!!!

 

치즈 크러스트도 완벽하고, 빵도 부드럽고, 무엇보다 남편의 실험 정신으로 탄생시킨 갈릭 오일 소스의 향이 피자빵에 골고루 스며들어 정말 맛있더라구요.

 

미완성, 미조리 상태의 피자 반죽에게 소스 추행은 범죄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여태껏 미국 피자 주문해 먹으면서 미국 피자는 왜 이렇게 짜냐고 투덜 투덜 했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니 짜지도 않고, 토핑도 듬뿍 올려 먹을 수 있고, 와플이에게 먹이면서도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되고 완전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되었답니다.

 

베이킹 꾀돌이 와플이 아부지는 이날 이후로 푸드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습니다.

뭐, 사실 피자의 생명은 무엇보다 피자 반죽인데, 그 반죽을 제가 했으니 성공적인 이 피자의 탄생에 7할은 저의 공이겠죠?

(아~ 예~!!! 7할이 아니라, 옆에서 잔소리 하며 치랄한 공도 있습니다 ㅡ.ㅡ;;;; )

 

와플파파 피자의 탄생에 본인도 감동한 와플이 아부지는 갑자기 요리 블로거로 빙의되어 자기 페이스북에 상세한 요리 과정샷까지 포스팅합니다.

 

 

 

요것이 바로 와플이 아부지의 특제 오일 레시피

녹인 버터에, 갈릭 파우더, 로즈마리, 오레가노를 넣었대요.

이것이 바로 마누라도 모르는 레시피....

 

 

앞으로 와플 파파 피자 종종 주문해 먹어야 겠습니다.

피자값은 물론 치랄의 도우 제공입니다. ㅎㅎㅎ (내가 쓰고 내가 웃고 있음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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