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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에서 삼겹살 찾아 삼만리~

by 스마일 엘리 201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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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땅을 밟은지 어언~ 3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시댁에서 2주를 보내고, 1주일은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오기 위해 로드트립을 했고, 로드트립 마지막 날은 은혜의 땅 한인타운의 축복이 내려진 애틀란타에 들렸더랬죠.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가기 전에 한국 마트에 들러서 한국 식재료 장도 좀 보고, 그 동안 못 먹은 한국 음식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였는데 무엇보다 와플이가 이유식부터 한국식으로 시작해서 키웠더니 한식 아니면 한끼를 제대로 못 먹더라구요.

그러니까 밥이 있어야, 제대로 된 한끼 분량의 식사를 하고, 시댁에 있는 동안은 미국식의 식사가 나오면 그냥 간식처럼 한입 두입 먹고 더 이상은 안 먹어서 사실 제 속이 타 들어 가는 듯 했거든요.

 

애틀란타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식당에 갔습니다.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 하필이면 골라서 간 식당에 삼겹살이 없네요 ㅠ.ㅠ

 

 

 

 

 

그래도 오랫만에 보는 한국 음식에 걸신 들린 듯 저희 세 가족은 먹방을 찍고, 특히 와플이는 말로만 듣던 밥 뚜껑까지 씹어 먹는 진풍경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짜식~ 너도 쌀밥이 그리웠던게로구나.... '

 

그리고 애틀란타를 떠나기 전 날 다시 한번 또 다른 한국식당에 들렀습니다.

가기 전에 삼겹살을 상추쌈에 꼭 싸 먹고 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메뉴판을 펼쳤는데 또 삼겹살이 없어요 ㅠ.ㅠ

어찌 고르는 식당마다 삼겹살 없는 식당만 쏙 쏙 골랐는지....

 

꿩 대신 닭, 아니 삼겹살 대신 갈비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로 했죠.

 

 

와플이 아부지는 부대찌개로,

2012/10/26 - [일상 생활기] - 미국인 남편, 부대찌개 먹고 반성한 이유

마무리는 가볍게 비빔 냉면을 나눠 먹었죠.

 

그렇게 배 불리 한국 음식을 먹고, 당분간 한국 음식 안 먹어도 되겠다며 든든한 마음으로 이 곳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고 나서도 한동안 호텔 생활에 늘 외식만 하다가 집을 구해서 이사를 들어 온 뒤로는 한인 마켓에서 사온 한국 양념장으로 한국 음식을 해 먹으며 아쉬운 대로 살만 했는데...

 

그런데..날이 갈 수록 커져만 가는 그리움

 

삼.... 겸.... 살....

 

아무래도 너 아니면 안되겠어!!!

그 어떤걸로도 널 대신할 수가 없는데 어떡해!!

안되겠어! 널 찾아야 겠어.

 

채워지지 않는 삼겹살에 대한 그리움에 저는 드디어 발로 뛰어 삼겹살을 찾아 보기로 했답니다.

남들은 미국땅에 살아도 삼겹살 잘도 먹고 사는데, 이 곳 블러프턴에 한인 마트는 없어도 돼지는 있겠지...

돼지가 있으면 돼지 뱃살도 있겠지... 분명 삼겹살이 있을것이야!

 

이렇게 해서 '엘리의 삼겹살 찾아 삼만리'가 시작된 것이죠.

 

일단 정보가 필요해서 인터넷 검색을 미친듯이 한 결과 코스코에 한국 삼겹살이 판다는 정보를 입수, 가까운 코스코를 검색했더니 제일 가까운 곳이 북쪽으로 1시간 40분 떨어진 찰스턴 이라는 곳에 있네요.

 

철푸덕~ 

 

좌절스럽지만 다른 곳을 찾아보니 홀푸드 라는 곳에 프레쉬 베이컨이라는 이름으로 삼겹살이 판매된다길래 또 검색해보니 블러프톤, 및 주변 지역에는 홀푸드가 없더라구요 ㅠ.ㅠ

다만 여기 지역 주민들이 홀푸드 유치를 위해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는 아주 약간 반가운 정보만 입수.

 

에라잇~ 안되겠다. 그냥 주변 미국 마켓에 가서 대 놓고 구해 달라고 하자!!

 

그리하여 제가 자주 가는 식료품 마트인 퍼블릭스의 정육 코너에 가서 아저씨에게 직접 '프레쉬 포크 밸리' 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없다는 말씀..

원하면 주문 해 놓을테니 화요일에 와요. 고기가 화요일 오전에 들어오니까

 

당신은 지금 그 입으로 제게 말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단비를 내리고 계시는 겁니까?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그 동안 못 먹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어이없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삼겹살 하나에 이렇게 만감이 교차해 보기는 처음이네...

 

그렇게 주문을 해 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얼른 화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죠.

두둥~

드디어 화요일이 되었고, 오늘은 파티를 하자며... 삼겹살 파티~

남편을 대동하고 퍼블릭스로 갔습니다.

 

그때 주문을 해 놓겠다는 아저씨는 안 보이고, 다른 아저씨가 계시더군요.

삼겹살 찾으러 왔다고 하니

 

으응? 삼겹살 없는데?

 

그럴리가요!! 아저씨가 주문해 놓는다고 화요일에 오라고 했단 말예요!!!!!

 

아저씨는 다시 한번 더 체크 해 보겠다며 냉장고를 확인하시더니 역시나 없!다! 시며 그 입으로 제게 칼을 내 뿜으시더군요.

절망한 눈빛으로 그 아저씨에게

 

그때 그 아저씨가 주문 해 놓는다고 했는데... 화요일에 오라고 해서 오늘 온건데...

 

그러자 아저씨께서 칼을 내 뿜던 그 입으로 제게 향기나는 한마디를 하십니다.

 

그럼 내가 주문 해 놓을테니 토요일에 와요~

 

그래, 누구나 한번 실수는 있는 법, 그때 그 아저씨가 깜빡하고 주문 못 했을수도 있지.

 

삼겹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다시 잡은 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아저씨를 용서하고, 토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토요일~

룰루랄라 퍼블릭스의 정육 코너로 갔는데, 주문을 해 놓겠다던 그 아저씨가 안 보이고,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삼겹살 있나요? 화요일에 왔었는데 없다고 주문 해 놓을테니 토요일에 오라고 했거든요.

 

잠시만 기다리라며 냉장고로 가는 아저씨~

 

'아~~~~ 있나봐 ! 있나봐! 있나봐! 어뜩해~어뜩해~ 나 오늘 삼겹살 드디어 먹는거야?!?!?! 아우~ 좋아!!!!'

 

다시 돌아 온 아저씨

 

아임 쏘리~ 삼겹살 없는데?

 

 

 

그.... 다물라!!!!!!!!!!!!

 

 

 

그럴리가 없다!!!

 

실망한 눈빛에 가려진 희번득이는 제 눈빛을 읽은 아저씨는 주문 내역을 적은 노트를 뒤적 뒤적 하시더니

 

암 쏘리~ 내가 노트도 확인 해 봤는데 없어, 대신 사과할게. 하지만 내가 널 위해서 주문 해 놓을게, 화요일에 고기가 들어 오니까 화요일에 와. 내가 약속할게. 꼭 주문해 놓을게

 

하시며 제 눈 앞에서 노트에 뭔가를 막 쓰시더라구요.

 

그래, 저번에 그 아저씨는 노트에 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셨지, 하지만 이 아저씨는 노트에 기록까지 했으니까 분명 주문할거야. 한번만 더 용서하겠어.

 

삼겹살을 주문하지 않은 그 죄는 미우나, 그 아저씨들은 미워하지 않겠다며 넓은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용서하기로 하고, 삼겹살에 훈제의 연기를 뒤집어 쓰고 베이컨이 된, 돼지 뱃살을 사 와서 아쉬운 삼겹살 파티를 대신하기로 했죠.

 

 

 

훈제의 냄새만 빼면, 삼겹살이 되지 않을까?

 

 

 

갑자기 실험 정신이 발동한 나!!!

 

그래서 얼음물에 베이컨을 담궜습니다.

 

 

 

삼겹살 먹어 보겠다고 이짓까지 하는 내가 처량하고 불쌍해서 못 보겠네... 그래도 삼겹살 맛이 난다면야....

 

 

 

그래, 그래, 비쥬얼은 삼겹살이야, 희망이 보여~

 

 

 

다 구워졌음에도 여전히 핑크빛 속살을 간직한 이 고기는....

네, 그냥 베이컨이였습니다.

훈제 냄새를 빼기 위해 얼음물에 두시간이나 담궈서 삼투압의 고문으로 훈제의 기운을 빼 내려 했으나 세포 속까지 훈제가 된 베이컨이였죠 ㅠ.ㅠ

 

그래, 역시 넌 삼겹살을 대신할 수 없어 ㅠ.ㅠ

 

다시 한번 좌절을 맛 보고, 화요일이 되자 마자 다시 달려간 퍼블릭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아저씨가 계십니다.

'도대체 정육 코너 점원이 몇명인겨?'

 

두근두근 대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삼겹살을 찾으러 왔다니 역시나 코스대로 냉장고 순회를 한바퀴 마치고 돌아온 아저씨

 

암 쏘리~ 삼겹살은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삼겹살이 없다는 말이 제 귀에서 메아리치자

 

옆에 팔고 있는 베이컨으로 아저씨 입을 둘러 막아 버리고 싶더라구요.  ㅠ.ㅠ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놀리는거여, 뭐여~

한 두번도 아니고....

 

그러나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어쨌든 나에게 삼겹살을 줄 사람들은 저 사람들이야... 안되는걸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을테고 분명 저들에게서 구할 수 있으니 내가 원하는 걸 얻을 때 까지는 착하게~ 릴랙스~

 

정수리를 뚫고 나오려는 분노를 눌러 담으며 그간의 상황을 얘기했죠.

벌써 이번이 세번째이고, 오라고 하는 날 왔는데도 세번이나 고기가 없었다고..

그랬더니 역시나 자기가 또 주문을 해 준다는거예요.

 

이것들아, 이젠 안 믿는다!!

 

좋아요, 그럼 내 이름과 전화 번호를 알려 줄테니 고기가 오면 나에게 전화를 해 주세요.

 

 

없는 고기 찾아 헛걸음 하지 않도록 이번엔 아예 제 연락처를 남기고 연락을 달라고 했죠.

연락이 오면 좋은 것이고, 안 와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고기 코너를 지나오는데, 어랏!!

 

쪼오~기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작은 포장 덩어리들이 마치

"안녕~ 나야 나! 삼겹살!"  하며 절 부르는게 아니겠어요?

 

삼겹살에 미쳐 이제 헛것이 보이는게로구나.

 

하면서도 제어하지 못하고 다가가고 있는 제 발걸음.

 

그것은 바로

 

 

.

 

 

 

 

정면에서 보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옆면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삼겹살이렷다!!!

게다가 베이컨처럼 훈제 기운을 품지도 않은 소금기만 살짝 머금어 순수하기까지....

이렇게 저는 이 녀석에게서 한줄기 희망을 빛을 보고 얼른 집으로 모셔왔죠

 

 

 

속전속결의 의지로 얼른 후라이팬에 구워 봤더니...

고소한 돼지 기름을 기운차게 내뿜으며, 구워지는걸 보니 이것은 "삼겹살" 이 틀림없더라구요.

으아아아~ 드디어 ㅠ.ㅠ 나 삼겹살 먹는거야?

 

 

 

이런식으로 삼겹살을 뜻하지 않게 조우하게 될 줄 몰랐기에 미처 삼겹살의 베프인 상추쌈을 준비하지 못해 누추하지만 샐러드 야채 위로 모셨습니다.

 

쌈장을 삼겹살 위에 살짝 올려 야채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너!!! 맞구나!!! 삼겹살!!!!

 

이렇게 해서 드디어 드디어 이곳에서 삼겹살을 맛보게 되었죠. ㅠ.ㅠ

진짜 이 날의 감동은 말로 다 못할거예요.

혼자서 한 팩을 다 구워 먹고, 바로 또 두팩을 사러 갔다는...

 

게다가 그렇게 찾아 헤맬 땐 없더니, 이번엔 또 다른 식료품 마트인 크로거 Kroger에서 덩어리가 아닌 먹기 좋게 삼겹살 처럼 썰어져서 포장되어 있는 것도 있더라구요.

삼겹살을 먹을 수만 있다면 덩어리 고기 써는 불편함쯤이야 기꺼이 감수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노동의 수고로움까지 덜어주는 제품을 발견 하다니....

 

이렇게 해서 저의 삼겹살 찾아 삼만리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젠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 먹기 위해 부르스타에 넣을 부탄 가스를 구하러 다닐거예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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