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부부가 오랜 시간 아기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 왔었습니다.
임신에 좋다고 하면 한번씩은 다 시도해 봤지요.
한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엽산도 꾸준히 먹고, 남편도 자기 나름 임신에 좋다는 약도 찾아서 복용하구요,
몸을 따뜻하게 하느라 수면 양말은 물론이고 잘 때 장갑까지 끼고 잤어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런 노력으로 인해 임신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높아져서 오셔야 할 그분이 안 오시면, 아니 그 분이 오실 날도 아닌데도 임신 테스트기로 그분이 오실때까지 설레발을 쳤던게 벌써 2년째였습니다.ㅎㅎㅎㅎ
매일 임신일까 아닐까 맘 졸이며 기다리는 것도 싫어서 임신테스트기도 무려 100개 주문!!!!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테스트기의 두줄을 보고 얼떨떨 해져 남편에게 그 테스터기를 내 밀었더니 너무나 시니컬한 남편의 반응
읭?? 반응이 뭐가 이래!!!!!
임신 테스터기의 반응보다 남편의 반응이 더 황당하구만!!!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오히려 저 보다 더 아기를 기다려왔던 사람이였거든요.
지가가던 아기들만 보면 언제 자기 아기를 만들어 줄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은 진지하게 저보다 자기가 더 아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함께 미드 '글리'를 보다가 태어난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장면에서 남편이 울기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기뻐하기는 커녕 "그래서?" 라니!!!!!
기쁨이 넘쳐야 할 이 순간이 의심으로 얼룩지던 순간이였습니다 ㅠ.ㅠ
남편이 이런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셔야 할 그분이 안 오셔서 왠지 성능이 좀 의심스러워 보이는 임테기를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테스트를 해 보았더니
이렇게 희미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죠!!!
연하긴 했지만 누가봐도 + 모양이였기 때문에 남편과 저는 임신을 확신하고 그때부터 바로 임산부 코스프레에 들어갔습니다.
그 코스프레에 남편 역시 적극 동참했지요.
괜히 그날부터 속도 좀 안 좋은 것 같고, 막 어지럽기도 하고, 잠도 계속 쏟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ㅎㅎㅎㅎ
거기다가 남편은 아침에 출근할 때, 제 배에다가 뽀뽀를 하며
이 짓거리를 한 3일 했나봅니다.
3일 후에 지금쯤이면 조금 더 진한 두줄을 볼 수 있겠지 하며 약국에서 디지털 임신 테스터기를 구입해서 확인한 결과 비임신으로 나온 것이죠.
그때 남편의 실망감은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였나보더라구요.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정상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던 임신 테스터기의 시약선이 제 눈에는 몇번씩 보였습니다
그럴때마다 남편에게 테스터기를 들이밀며
하며 다그쳤더니 남편은
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정말 달랐거든요.
지금까지 긴가 민가할 정도로 희미한 두줄이였다면 이번엔 누가봐도 두줄이라고 할 정도로 진했어요. (제 눈에는요)
이렇게 확실한 두줄을 봤는데도, 실은 저 역시도 워낙 시약선에 여러번 속은터라 이것이 정말 임신인지 안 믿기더라구요.
항상 생각해왔었지만 임신 테스터기의 두줄을 보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두줄을 보고도 이건 조금 더 진한 시약선인가?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확인을 받고 기뻐해야 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남편 역시도 연한 두줄이니 임신이라 확신할 수 없다고 하니 저도 '쳇!' 하면서 금방 마음을 접었습니다. ^^;;;
그래도 한줄기 희망은 놓지 못해 임신 육아 카페에 사진을 올려 덧글 주신분들이 임신이라 하시기에 약간의 기대는 남겨 두았지만요. ㅋㅋㅋ
그렇게 100개 구입한 임테기 이참에 다 써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갈때마다 임테기 하나씩 가져가서 매번 두줄이 나올때마다 혼자서 씨익~ 웃고는 병원 갈 날만 기다렸습니다.
물론 임테기 두줄 나올때마다 남편 얼굴 앞에 들이대며
하며 버럭버럭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냉정을 유지하며
라며 찬물을 끼얹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병원에 가는 날!!!
저의 임신 사실을 가장 불신했던 남편이 꼭 자기를 데려가달라고 하더라구요.
드디어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하고, 의사를 만났습니다.
남편과 전 의사의 입만 보고 있었죠.
의사 선생님께서
라고 말할 순간을 기다리면서요!!!
그런데 의사 입에서 나온 말은.....
이.... 이거 뭐니???
우리에게는 남들 다 누리는 의사의 임신 축하 한마디 마저도 허락되지 않는거니?? ㅠ.ㅠ
그렇게 남편과 전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저희 두 사람은 이렇게 어이없게 임신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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