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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허리케인 어마를 보내고...

by 스마일 엘리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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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잘 다녀 왔습니다.

떠나는 날 마지막 순간 까지도 계속 뉴스를 지켜보며 피난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저희 동네는 피난령까지는 내려지지 않았어요.

해안가에 위치한 동네들만 부분적으로 피난령이 내려졌는데, 일단 이 동네는 바람만 좀 심하게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리면 정전이 되는지라 남편도 없이 아이들과 전기도 안 들어 오는 집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피난 겸 휴가 겸 해서 떠나기로 했죠.  실은... 정전 대비를 하나도 못했거든요.

마사 윤 언니가 정전 되기 전에 랜턴이라도 사 두라고 했는데... 허리케인 온다는 소리에 랜턴 사러 갔는데...

 

 

랜턴은 커녕 후레쉬도 동 나버린....

그래서 떠나야만 했죠.

 

가기 전 혹시 모를 침수에 대비해 중요 서류와 사진은 높은 곳에 올려 두고, 귀중품은.... 없으니 됐고!

큰 아들 와플이에게 우린 허리케인을 피해서 애틀란타로 가야 하니 짐을 싸라고 가방을 주었습니다.

 

 

4살짜리에게 필수 생활용품은 역시 장난감. JPG

 

말리지 않으면 여행 가방을 장난감으로 가득 채울 기세였습니다.

 

 

그 사이 이 엄마도 여행가방을 쌌지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애들은 굶기지 않겠다 . JPG

 

 

막상 떠나기로 결정은 했지만 도로 정체가 무서워 출발은 못하고 계속 교통 상황만 지켜 보다가, 출발해서 정체가 심하면 중간 지점에서 호텔에 잠시 묵었다 갈 생각으로 호텔 검색을 해 보았더니...

 

 

 

 

 

 

 

 

 

뭐, 이런 상황이였습니다.

모든 호텔이 전부다 만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플로리다는 이틀전에 피난령이 내려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쪽 내륙으로 올라왔었고, 조지아주도 일부 피난령이 내려졌고, 제가 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역시 피난령이 내려기지도 전에 미리 호텔을 예약해 두고 떠날 준비를 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작년에 허리케인 매튜를 피해서 애틀랜타로 갔을 때 4시간 거리가 9시간이 걸렸기에 도저히 도로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야 참을 수 있지만 15개월짜리 제제와 네살 와플이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일테니까요.

 

그래서 밤을 꼴딱새고, 새벽 4시에 출발~

 

다행히 전혀 정체 없이 5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또 다른 분이 도착 예정이였습니다.

 

그 분은 바로 허리케인 어마!!!

 

이 기집애가 진로를 바꿔서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게 아니라 내륙으로 북상하는 바람에 기껏 피해서 애틀란타로 온 것이 허리케인 마중 나온 꼴이 되었지 뭐예요.

 

 

결국 클럽A (이게 무엇인가 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면 블러프턴에서 만난 한국인들 모임을 엄친딸 남편이 클럽 에이라고 이름을 지어 줬어요. A는 아줌마 약자, 아무도 맘에 들어 하는 사람은 없었던것 같은데 그냥 입에 붙어 버린;; ) 아무튼, 클럽 에이 둘째 언니네에서 허리케인 어마를 맞이하게 되었고, 아침부터 세찬 바람과 비를 뿌리더니 결국 그날 오후 모아나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정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20세기에 아직도 비오면 정전 되는 곳이 있다니!!!! 그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

 

그리하여 촛불을 켜고 강제 낭만을 즐겼죠.

 

 

불이 없으니 저녁은 양푼이에 나물 넣고 양푼이 비빔밥. JPG

 

촛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양푼이 비빔밥의 낭만을 즐기고 새벽까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언니네 집은 정전 외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다음날 집 근처의 도로를 나가보니 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더라구요.  이번 어마는 영향권이 워낙 커서 5시간 떨어진 저희 동네에도 많은 비를 뿌렸는데 저희 동네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역시나 힐튼헤드 아일랜드 해안가 지역은 침수가 발생했어요.

 

 

허드슨이라는 씨푸드 레스토랑인데 거의 지붕 아래까지 잠겼더라구요.

 

 

저희 동네로 진입하는 도로도 침수되어서 도로가 통제 되었구요.

 

 

그래서 예정보다 하루 더 있다가 집으로 오게 됐는데, 또 오는 길이 막힐까 걱정이 되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 로컬 도로로 둘러 오기로 했는데, 오다보니 나무가 쓰러지거나 침수 때문에 도로가 막힌 곳이 중간 중간에 있어서 정말 빙글 빙글 돌아서 겨우 집에 도착했어요.

 

이틀 정도 집에서 푹 쉬고, 애들 먹일 우유와 계란이 당장 필요해서 월마트를 갔는데..

 

세.상.에.나!!!!

 

 

 

진열대 테러 당한 줄 알았어요.

저 넓고 많은 계란 진열대에 계란이 하나도 없어요.

단 한팩 올려진 계란은 깨어진 계란들

 

 

치즈 코너도 텅텅 비었고,

 

 

쥬스도 거의 없고...

 

 

 

햄코너 역시 전멸!!

 

 

냉장 도우 (굽기만 하면 빵이 되는) 역시 텅텅~

 

 

햄버거 패티 만들 간 쇠고기도 텅텅~

애들 햄버거 스테이크 만들어 줄려고 간 쇠고기가 필요 했는데 필요한건 다 없더라는... ㅠ.ㅠ

 

 

빵도 하와이안 롤만 남았어요.

 

계란과 우유와 간 쇠고기가 필요 했는데 우유밖에 못 사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배운게 있다면 미국인들의 재난 대비 식품이 어떤것인가 알게 되었어요. ㅎㅎ

한국이였다면 라면이 제일 먼저 동나겠죠?

 

미국은 빵, 햄, 치즈가 재난 대비 식품이더군요. 근데 예상외의 품목은 바로 칩스!! 포테이토 칩이나 또띠아 칩 같은 칩 종류가 텅텅 비는 것은 의외였어요.

 

애틀란타에 있을 때 허리케인이 오기 전날 애들 먹일 우유를 사러 월마트에 갔더니 우유는 당연히 동나고 없었고요, 남은건 가격이 비싼 올개닉 우유만 몇개 남았고, 포테이토칩 종류가 완전 하나도 남김없이 다 털렸더라구요.

 

 

지금은 식재료들도 다 갖춰졌고, 다시 대부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기에 다행.... 이라고 마음을 놓을려니 "마리아" 라는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이 또 온대요 글쎄!!!!!

 

일단 진로를 지켜 봐야 하겠지만 지금 캐리비안해에 있는 섬나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올라올지 모른다고 하니 또 긴장 상태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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