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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들과의 girls' night- 문화 충격 제대로 경험한 날

by 스마일 엘리 201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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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초의 어느날...

위스콘신에 사시는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저희집에 방문해도 되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시어머님의 친구분이 놀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딸네집을 방문하는데 혼자서 장시간, 약 18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니 심심하시다며 같이 내려가자고 하셨다더라구요.

게다가 시어머님 친구 딸이 여자들끼리 즐겁게 보낼 girls night 여행 계획도 다 짜 놓았고, 비용도 모두 지불한다며 여행 겸 해서 다녀 오기로 했는데, 제가 놀스 캐롤라이나까지 시어머님을 픽업하러 올 수 있냐구요.

 

미국와서 장거리 운전 해 본 적도 없는데 혼자서 4시간, 하루에 왕복 8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심히 부담스럽고 걱정되었지만 그동안 일본에 사느라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고, 지금 같은 미국땅에 살아도 멀어서 만날 수 없는데 바로 윗동네(라 하기엔 왕복 8시간 ㅠ.ㅠ) 까지 오신다니 당연히 모시러 가야죠.

미국와서 첫집도 장만했고, 또 무엇보다 시어머님께서 와플이를 너무 보고 싶어하셨기에 이 기회에 한번 다녀 가시는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하여 와플이를 뒷좌석 카시트에 태우고 신나게 4시간 드라이브 해서 시어머님과 조우한 후, 타코벨에서 간단하게 점심 떼우고 또 4시간 달려 저희집에 모셔 왔답니다.

이 시점에서 8시간 동안 떼 한번 쓰지 않고 협조해 준 와플이에게 무한 감사를...

아무튼 그렇게 저희집에서 머물다가 다시 이틀 후에 시어머님께서 친구분과 만나기로 한 목적지인 머틀비치까지 모셔다 드려야 했는데 시어머님이 저한테 같이 girls night을 보내자고 제안을 하시는 겁니다.

 

시어머님의 친구분께서 저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며, 장시간 운전해 주는 것도 고맙고, 마침 자기 손자도 있으니 와플이도 같이 놀면 된다고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셨대요.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운전하는 내내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머틀비치에 도착하는 순간~

 

 

 

 

 

맘 정했죠. 그 걸즈 나잇에 살짝 껴 보기로!!!!!

 

 

그 여행의 멤버는 시어머님과 시이모님, 시어머님의 절친, 시어머님 절친의 딸, 그리고 시어머님 절친의 손자...

나름 어렵다면 어렵고 불편한 자리인데 일단 전 시어머님과 시이모님이 어렵지 않았고, 시어머님의 친구 딸이 너무 털털해 보여서 재미있을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시어머님께서 와플이를 봐주시겠다며 저보고 좀 쉬다 가라고 해 주셔서 휴양지에 온 김에 정말 하루 정도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그냥 즉석에서 결정해 버렸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온 여행이라 부랴부랴 근처에서 와플이와 저의 수영복도 구입하고, 시어머님께서 와플이 데리고 워터 슬라이드도 태워주고 튜브도 태워주고 하는 동안 전 뜨끈뜨끈한 자꾸지에서 노곤노곤하게 릴랙스 했지요.

아~ 이 얼마만인가!!!!

 

아이들의 에너지가 방전될 때쯤 호텔에 돌아가니 저녁은 피자라며 주문하라는 A양 (A 양은 시어머님 절친의 딸)

시어머님과 같은 것을 먹겠다니 1인 1피자가 원칙이랍니다 ㅡ.ㅡ;;

아~ 이 친구 너무 화끈하고 화통하잖아!!!!

 

그리하여 다들 피자 한판씩을 앞에 놓고, 와인과 콜라로 건배를 한 후 수다 한마당이 시작됐죠.

그런데 이 화끈한 A양이 갑자기 테이블 위에 말린 잎 같은 것을 꺼내더니 종이에 조심스레 사뿐 사뿐 올리더니 돌돌 말더라구요.

 

으아니!!!!

 

내 생애 본적도 없지만 아주 강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아차린 그것은 바로

 

마리화나?!?!?!?

 

마약 청정국인 한국에서는 마리화나도 마약류인지라 눈 앞에서 마약을 말고 있는 그녀를 보니 갑자기 막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릴랙스~ 릴랙스~

속으론 아니지만 겉으론 담담한 척 깊은 호흡을 들이 마시며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마리화나야?"

 

대수롭지 않게 그녀는

 

"응, 너도 해 볼래?"

 

'이것아, 지금 나의 양 옆에는 좌 시어머니, 우 아들이 있다!!!! 이런 내게 이게 할 소리더냐!?!?!?'

 

라고 버럭하고 싶었지만 정작 테이블에 둘러 앉은 그들은 태연해도 너무 태연했습니다.

 

마리화나가 미국의 어떤주에서는 불법이지만 또 어떤 주에서는 합법이기도 하고, 그녀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법적으로 기소되지는 않기 때문에 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범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담담하면 안되는거잖아요?

 

대마초 하다가 걸려서 잡혀간 연예인들의 뉴스 화면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샤샤삭 지나가면서 지금 내가 그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데 아무일도 없고, 아무일도 없을거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순간이였죠.

 

그리고 친구의 딸이 마리화나를 말고 있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수다 삼매경이던 시어머님과 시이모님의 태도에 두번째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기딸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뭐라 할 수 없겠지.... '

라며 이 문화 충격을 좀 진정시킬려고 했지만

문제는  이 테이블앞에 그녀의 엄마도 앉아 있다는 사실이죠.

 

엄마와 딸이 마주 앉아 맞담배를 피는 정도는 문화 충격도 아니였던거예요. (실제로 이 모녀는 호텔 발코니에서 맞담배를 피는 사이였구요)

 

 

맞담배까지는 쿨하게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었지만 마리화나를 눈 앞에서 말고 있는 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버려 두는 미국 엄마의 모습은 아마 제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겪은 가장 큰 문화 충격일거예요.

 

아무튼 모두들 너무 태연해서 의식적으로 태연한 척 했지만 그날 밤 와플이를 끌어 안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엄마로서 와플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던 밤이였답니다.

 

그래도 그 다음날 또 새 아침을 맞이하여 전날의 충격은 금새 잊고, 머틀 비치를 맘껏 즐기다가 돌아왔습니다.

 

 

 

 

 

                                  *** 이것은 저의 경험중 하나 일 뿐, 이것이 모든 미국인들을 일반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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