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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알고 보면 아무 의미없는 듣기 너무 달달한 미국인들의 호칭

by 스마일 엘리 201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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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따땃한 봄이 왔습니다.

마지막 포스팅이 미국의 땡스기빙을 앞두고 쓴 글이였는데...

맙소사!!! 그 사이 계절이 두번 바뀌었네요.

 

제가 사는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이지만 조지아주의 사바나에 더 가깝기에 겨울이라 할 만한 추위는 느껴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났어요. 크리스마스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요즘은 그냥 초여름 날씨입니다.

한낮에는 에어컨도 간간히 켜줘야 해요.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알바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꾸준히 하고 있구요.

가끔 적응안되는 이곳의 시스템에 스팀 팍팍 오를때도 있지만 미국에서의 백그라운드가 없는 저는 이곳에서부터 백그라운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꾹~ 참으며 알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작 일주일에 한 두번, 많으면 세번 정도 일하러 가는데 그래도 얼굴 익혔다고 단골 손님들이 절 알아보시고 농담도 건네주시고, 늘 저를 스캔만 하던 동료들도 이제 스캔모드를 끄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며 탐색모드로 들어가더니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수다 떠는 사이가 되었네요.

 

그런데 이렇게 낯 가리지 않는 사이가 된 동료들과 전 낯 간지러운 문제가 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랍니다.

물론 평상시에 이름을 부르기도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름 대신 좀 더 다정하게 다양한 호칭으로 상대를 부르더라구요. 그런데 미국 문화권에서 자라지 않은 저는 그 호칭이 너무 달달하게 느껴져서 참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부부 사이에서만 쓰는 줄 알았던 honey는 그냥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듣구요, 동료들 뿐만이 아니라 그냥 처음 본 손님들도 막 부릅니다.

그럼 이 허니라는 말에 어떠한 감정도 없느냐!!

네!!! 없습니다.

 

 

그냥 좀 더 상냥하게 상대를 대하는 하나의 표현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거든요.

허니 뿐만 아니라 또 흔하게 불리는 호칭이 sweetie, dear, baby등등 그냥 연인사이에서 불릴 것 같은 호칭들을 여기 사람들은 그냥 막 내던지더라구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냥 부릅니다.

 

처음에는 낯 간지럽던 이 호칭들이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긴 했는데, 단 한가지 호칭 baby 만큼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네요.

그래도 여자 동료들이나 손님들이 저에게 baby라 부르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있겠으나 남자 동료가 baby라 부르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그 이유인즉, 와플이 아부지가 저를 부르는 호칭이 이 '베이비' 인지라 상대가 뜻없이 부르는 말이라는걸 알지만 (아, 물론 와플이 아부지도 이젠 뜻없이 부르는 호칭이기도 합니다요 ㅡ.ㅡ;; ) 그래도 저에겐 의미있는 호칭인지라 저를 좀 베이비라 부르지 말았으면 하는데...

듣기도 낯간지럽고, 제 스스로 베이비라는 호칭을 듣고 있자면 육덕진 베이비가 된 느낌이거든요. ㅍㅎㅎㅎㅎㅎㅎ

아,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남들이 어떤 호칭으로 불러주면 그 호칭대로 행동하고 싶은...

그래서 절 honey라 불러주면 좀 더 상대에게 친절하고 싶고, kiddo라고 불러주면 좀 어린애 같이 굴고 싶고 (실제로 저를 kiddo라 부르는 손님이 있어요 ㅎㅎㅎㅎ 제 나이를 아시고도 kiddo라 부르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인지 저보다 어린 남편이 저를 baby라 부르면 제 나이를 잊고 남편보다 어리게 느껴지고, 그냥 미친척 하고 베이비처럼 행동하고 싶은데 이 남자 동료가 말끝마다 자꾸 베이비라 부르니 제가 현실을 직시하게 된달까요?

 

그 현실은 베이비라 하기엔 너무 크고, 너무 늙고 너무 육덕지다...

 

 

 

 

--간단 근황 공개 사진---

 

봄을 맞아 텃밭 채소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깻잎, 상추, 고추, 파 심었구요, 밤에 뒷마당에 잠입해서 풀 뜯어 먹고 가는 야생 토끼녀석들이 있어서 큰 개 철장 안에다가 넣고 키우고 있어요. ㅍㅎㅎㅎㅎㅎ

저의 채소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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