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어 공부를 할 때, 프렌즈와 가쉽걸을 이용해서 공부했다고 포스팅 한 적이 있어요.
2012/08/30 - [일상 생활기] - 미국인 남편도 칭찬해 준 나의 영어 공부 방법
한참 가쉽걸에 빠져서 시즌2까지 보다가, 네이든이 유부녀와 바람피는 장면이 너무 짜증나서 도중에 그만뒀답니다.
고등학생이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는것은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그러다 최근 다시 가쉽걸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시즌 3에 남자 주인공 중 한명, 댄의 아버지인 루퍼스와, 세리나의 어머니인 릴리가 재혼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들의 결혼으로 가쉽걸 주인공의 반 수 이상이 결국 형제 자매가 되어 버리죠. ㅡ.ㅡ;;
척 배스의 아버지와 세리나의 어머니가 결혼해서 세리나와 척이 남매가 되고, 다시 세리나 어머니와 댄의 아버지가 결혼해서 세리나와 댄이 또 남매가 되고, 세리나의 어머니가 척을 입양함으로서 댄과 세리나와 척은 또 남매 사이가 된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다 보니 가족의 범주가 미국보다는 작고, 다양한 가족의 구성 형태가 미국에 비하면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쉽걸의 드라마처럼, 부모님의 반복적인 재혼으로 생겨난 새 부모님, 그리고 새 형제 자매들, 미국인들은 이렇게 확장된 관계를 모두 "가족" 이라고 칭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가족간의 관계가 실제 가족처럼 끈끈하고, 잘 결속되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것은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요.
어쩄든 오늘은 가쉽걸을 보다가 생각난 제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인과 교제를 하던 그분은 남친으로 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답니다.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셨던 부모님의 반대에 결혼 허락까지 순탄치가 못했어요. 하지만 남자 친구와 꾸준히 설득을 했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 보셨던 그녀의 부모님도 결국은 허락하시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식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의견차가 생겼답니다.
바로 남자 친구의 가족 문제였는데요, 남자 친구의 부모님은 어릴 때 이혼을 하시고, 시간이 지난 후 두분 다 재혼을 하셔서 각자의 배우자가 있었습니다.
즉, 남친의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친어머니와 새아버지 이렇게 말이죠.
그리고 지인의 남친분은 어머니와 새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주말이나 방학이면 아버지댁에 가서 지내기도 하면서 새어머니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비록 두분의 결혼 생활은 순조롭지 못했지만 이혼 후 새 가정을 이루면서 다들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었기에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앙금이 남아 있는 관계도 아니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이 머나먼 한국에서 결혼을 한다고 하니, 당연히 부모님은 그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 했고, 부모님들의 새 배우자분들 역시, 그들에게 자식이니 참석하겠다고 한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지인분의 부모님 입장에서는 사위될 사람의 부모님들이 다 참석하시는 것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혼주석에 사위의 친부모 두분이 앉으실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예비 사위는 그 혼주석에 네 분을 다 앉히겠다고 하니,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결혼 풍경이라 걱정도 되고, 각각 재가한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으면 흐를 서로간의 어색한 기류가 혹시 결혼식 분위기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친부모님만 앉으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비사위의 입장에서는 네분다 자신에게는 부모이고, 만약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만을 혼주석에 앉힌다면, 새아버지, 새어머니께 미안할 뿐더러, 친부모님은 현재 더이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 두분이 혼주석에 앉는것이 오히려 더 말이 안되고, 부모님들 역시도 이해를 못할것이라며 기어코 네 분을 함께 혼주석에 모시겠다고 한것입니다.
혼주석의 의자가 4개가 필요했던 지인의 결혼식- 위 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구글)
사실, 저도 이 얘기를 들었을때는 제가 남편과 결혼 전이였고, 미국인의 가족 문화나, 가족 형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때였기 때문에, 지인분의 부모님 의견에 더 공감했었더랬지요.
이혼한 부부가 재가한 뒤, 자식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만날 수는 있겠지만, 각자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혼주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도 어색할 것이고, 하객들 보기도 민망할 것 같았거든요.
그때 제가 조심스레 냈던 의견은 예비 남편이 현재 부부도 아닌, 친부모님만 혼주석에 모시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하니, 그럼 차라리 키워주신 어머니와 새아버지만 혼주석에 모시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친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것 역시 안된다며, 차라리 자신의 혼주석을 없애든지, 그게 아니라면 네분을 함께 혼주석에 모시겠다는 의견이 너무 확고했기에 지인분은 예비 남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 못해 예비사위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기는 했지만, 재혼한 부부가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도 되고, 하객들에게 그런 풍경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많이 염려하셨다고 합니다.
드디어 결혼식날이 되었고, 예비 사위의 네분의 부모님이 한자리에 모이셨지요.
그러나 그녀와 부모님이 염려했던 '어색한 기류'라는 것은 아들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 그런지 느껴볼 수 없었다고 해요.
네 분 모두 진심으로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듯 했고, 각자의 가정을 꾸린 부부는 행복해 보였고, 상대의 옛배우자와 그들의 새 배우자에게 예의를 갖춰서 행동하셨답니다.
그런 그들에게 '어색한 기류'가 아닌 오히려 '행복한 기류'가 흘렀다는군요.
그리고 그 기류를 이어서 심지어 폐백할 때, 네 분을 나란히 한 자리에 모시고 절을 올렸다고 해요.
결국 예비남편의 네분의 부모님과, 친정 부모님 두분, 총 여섯분의 부모님을 모시고 한 결혼식은 행복과 축복이 넘쳐나는 결혼식이 되었던거죠.
지인의 경우, 남편이 미국인이였기에 이런 풍경도 재미있는 하나의 문화 차이로 하객들 눈에 비춰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인의 경우였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재가한 부모님과 그들의 새배우자들까지 혼주석에 모신 결혼식장의 풍경, 저는 아직까지 본 적도 없고, 들은적도 없거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물론 혼주석이라는 것 자체가 없긴 합니다만) 자녀의 결혼식장에 재혼한 부부가 각자의 새배우자를 동반하고 한자리에 모여 축하해주는 풍경이 결코 낯설지가 않답니다.
( 난 이제 "부모님 3종 셋트"가 공식적으로 생겼어!!!!! )
이미지 출처-google
제 지인의 조금은 남다르고 특별했던 결혼식장의 풍경이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흔한 풍경이 되는 날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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