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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남자들 이러는거 작업거는건줄 알았더니.......

by 스마일 엘리 201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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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외국 생활 초창기 실수담을 쓰다 보니 미국에 처음 갔을 때의 저의 어리버리하던때가 생각나더군요. ㅎㅎㅎ
그래서 오늘은 어제에 이어 미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해 드릴께요~

미국에 와서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구하고 본격적인 전업주부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라고 하지만 실은 창살없는 감옥 생활이 시작된것이였죠.
전업 주부이다 보니 남는것은 시간인데....
그 낯선 미국땅에 아는 친구도 없고, 만날 친구도 없습니다.
어디 쇼핑몰이라도 가서 구경이라도 하기엔 운전 면허증도 없고, 차도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걸어서 나가면 상가들이 도로가에 쫙 늘어서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걷다보면 황량하기 까지 해요 ㅠ.ㅠ)
버스를 탈래도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걸어서 30분이 넘습니다.
게다가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
인터넷으로 시간 떼우는것도 하루이틀이지, 외롭고 답답하고 심심해서 죽을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날씨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샌디에고잖아요 ㅠ.ㅠ
집 밖에는 너무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집안에서 이렇게 있으니 점점 황폐해져가고, 만나는 "인간"이라고는 남편밖에 없으니 그야말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원시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따로 없었죠.

                                                 (나갈테닷!!!!!!!! )


이러다가 정말 병날것 같아서 2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라도 가서 커피도 마시고, 사람 구경도 해야겠다 싶어 큰 맘 먹고 외출을 결심했답니다.

항상 남편과 차를 타고 나갔기에, 걸어서 조금 먼거리에 있는 어딘가를 나간다는 것은 좀 두렵더라구요.
그 전에 남편 친구네 집에 잠깐 살 때도 큰 맘먹고 혼자서 외출 한번 해 보겠다고 두시간 화장하고 아파트를 나섰는데, 도로가를 걷고 있으니 차를 타고 지나가던 흑인 한분이 휘파락을 " 휘이익~"하고 불길래 너무 무서워 그대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서 집으로 돌아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일도 있었구요.

읽을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남편에게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고, 그 주변을 구경하고 있을테니 일 끝나면 그쪽으로 데리러 오라고 메세지를 넣어두고 먼길 떠나는 사람처럼 만반의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답니다.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키 큰 야자수 나무들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니, 정말 빛도 없는 독방의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마냥, 어찌나 행복하던지...
'아~ 바람냄새 마저 사랑스러워' 랍시며 아무 냄새도 없는, 바람도 불지 않는 도로가를 걸으며 저만의 자유에 심취되어있었지요.

                                      (제가 살던 아파트 앞의 도로)


                                                  
      (저희집 아파트만 나서도 이런 그림같은 풍경이 쫙 펼쳐져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외출이였겠어요?)

그리고 횡단보도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남편과 다르게 생긴 새로운 인간을 드디어 만난것입니다!!!!
조금은 반가운 마음이 들어 흘끔 쳐다보았는데 아 글쎄 이 남자가 저한테 웃으며 인사를 하는게 아닙니까?

hey, how are you doing??

뭐야?? 이 남자!! 지금 나 어떻게 해 볼려고 하는거야?? 난 남편외에 절대 외간남자를 가까이 하지 않을테다!!
하며 썩은 표정으로 그를 아래 위로 훑어주고는 가볍게 그의 인사를 무시하고 룰루랄라 횡단보도를 건넜지요.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스타벅스!
커피 한사발 시켜들고, 빈자리를 찾으니 나란히 앉는 좌석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중간에 빈자리를 찾아 앉고는 주위를 한번 쓰윽 둘러보다 옆 자리에 나란히 앉은 남자랑 또 눈이 마주쳤답니다.
그러자 이 남자 역시 씽긋 웃으며 저에게 또 인사를 건네지 않겠습니까??
'아놔~ 오늘 두번째야!!! 나 초큼은 매력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가봐;;;'
조금 우쭐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에게 대답 대신 또 한번의 썩은 미소를 날려주고, 가볍게 그를 무시했지요. ^^;;;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편이 곧 출발한다길래, 저는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답니다.
혼자서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데 지나가던 남자분이 저에게
 
hey, beautiful!, what's up?

하는겁니다.

                                           (어이, 예쁜이!!! 왓썹!!!! )

'뭐야?? 지금 나보고 예쁜이라고 한거야?? 내가 그렇게 쉬워보여? 왜 이래~ 이거!
나 임자 있는 몸이야!!! 오늘 하루 외출에 작업 여러번 당하네!'
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도 역시 그의 인사는 무시한채, 아래 위로 심하게 야려주며 다른곳으로 자리를 피해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남편이 도착했고, 저는 뿌듯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자랑을 했죠!

자기야, 나 오늘 남자 세명이 나한테 작업 걸었다!!! 나한테 인사하는데, 나는 가볍게 그들을 무시해줬어!!! 잘 했지??? 머리 쓰다듬어줘~

남편의 칭찬을 잔뜩 기대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머리를 들이대자, 이번엔 남편이 썩은 표정으로 저를 아래 위로 야려주는겁니다 ㅠ.ㅠ (아~왜?????? )
그리고는 아주 진지하게

자기 행동은 아주 못됐고, 무례한 행동이야!!! 그 사람들은 자기한테 작업건게 아니라, 그냥 인사한 것 뿐이야!

칭찬은 커녕 전 되려, 남편에게 혼나고 말았지요 ㅠ.ㅠ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인사를 하는 일은 없잖아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다보니, 저는 미국남자들이 저에게 인사를 하는게, 작업의 물꼬를 트기 위한 멘트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는 눈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하는게 당연한것이고, 인사를 받으면 가볍게 답인사를 해 주는게 예의라는군요.
물론, 남자들의 작업도 인사로 시작은 되겠지만 그건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는거고, 단지 상대가 인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작업당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는거였죠.
제가 뭐 그런 미국 문화를 알았을리 있겠습니까?
미국온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처음으로 "혼자만의 외출"이였는데;;;;

여러분 혹시라도 한국에서 길을 걷다 외국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상대가 인사를 걸어 온다면 그것은 인사일 뿐!!! 상대가 작업건다고 저처럼 착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래요~
그리고 가볍게 교과서용 대답 알죠??? "fine, thank you"  ^^

전 비록 이날 남편에게 핀잔은 들었지만, 간만의 창살없는 감옥을 탈출하여, 바깥 공기도 쐬고, 남편이 아닌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도 보고, 착각일지라도 작업 받았다며 잠시 우쭐한 기분도 느낀 보람찬 하루를 보냈었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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