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저는 할로윈을 알기 전에, '10월의 마지막밤'이라는 가수 이용씨의 흘러간 노래를 먼저 알았다지요.
하지만, 이젠 10월 31일은 노래보다 할로윈이 먼저 떠오르네요.
사실 할로윈을 큰 이벤트로 즐기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으면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께 할로윈 얘기를 해 드릴려고 합니다.
평범한 한 미국 가정의 할로윈 들여다보기쯤으로 생각하시고 봐 주세용~
미국의 슈퍼에서 제 머리만한 호박들이 산처럼 쌓여 있으면, 본격적으로 할로윈 준비할 때가 온 것입니다.
호박을 조각해서 안에 캔들을 넣어두는 것을 '잭 오 랜턴'이라고 하는데요, 마트에서는 잭 오 랜턴을 만들 호박덩어리들과 코스튬을 입고 trick or treat 외치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꼬맹이들에게 나눠 줄 과자나 사탕을 이렇게 대량으로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할로윈 때 남편과 저는 시댁을 방문했던 터라, 저에겐 말 그대로 미국인 가정의 할로윈 맞이하는 과정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체험(학습) 현장이 되었답니다.
각자 자기 머리 크기와 비슷한 호박을 한덩어리씩 득템한 후, 차고 옆 방에 모여 앉아 잭 오 랜턴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쓰레기통을 가운데 놓고, 호박 머리를 잘라서 뚜껑을 만든 후, 안에 씨를 잘 발라 냅니다.
그런데 이 잭 오 랜턴 만드는 과정을 부산 사투리로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면 아주 무서운 욕이 된다는거 알고들 계셨나요???!!!!! .
"니, 자꾸 까불면, 대*리 뚜껑따서 확~ 씨 발라 내뿐다" ㅡ.ㅡ;;;;
잭 오 랜턴들의 표정이 다들 "어흥" 하고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가 아마도 머리 뚜껑따고 씨 발라내서 화나서 그런건가 봅니다 ^^;;;
그리고 밑그림을 그린 후, 호박 조각 전용 칼로 잘라 내면 됩니다.
제 호박에 남편이 몹쓸짓을 하고야 말았네요 ㅠ.ㅠ
무서운 얼굴을 한 다른 잭 오 랜턴들과는 달리 저를 닮아 순수하고 순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 호박!!
그러나 남편님하는 '코딱지를 동반한 콧물'로 제 호박을 능멸했습니다. ㅠ.ㅠ
용서하지... 않!겠!어!
그러나 제 호박은 코딱지 콧물의 굴욕도 극복하고, 이렇게 깜찍하고 해맑은 잭 오 랜턴으로 태어났답니다.
그리하야, 시댁의 앞 마당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지요.
제가 만들었지만... 이건 그냥 잭 오 랜턴이 아닌겁니다.
현대 조각계에 한 획을.. 살짝 긋다 말아버린 (응?? ) 이것은 바로 "아트"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비록 머리에 든거라고는 캔들밖에 없지만....
이제 잭 오 랜턴을 만들었으니, 코스튬을 입고, trick or treating을 하러 갈 차례 입니다.
남편의 사촌의 아들인 벤자민입니다.
벤자민의 나이는 60살이랍니다. ^^
왜냐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뭥미??? ㅡ.ㅡ;;
(혹시 이해 안되시는 분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검색해 보시길... ^^;; )
제 조카 "이든" 이예요.
이든은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소개해 드린적 있죠?? 2012/04/18 - [미국 생활기] - 인형이야? 사람이야? 제 미국인 조카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나 예뻐라 하는 시누이의 딸 "새라" 입니다.
그녀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맞는 할로윈이였는데, 그녀의 엄마 아빠가 전날인 10월 30일에 결혼식을 하고, 신혼 여행을 떠나 버려서 (새라가 생기는 바람에 시누이가 결혼을 미루었거든요) 저와 제 신랑이 새라를 안고 trick or treating을 하러 다녔답니다. ^^
이든과 새라의 가방모찌, 아니 바디모찌인가??? ㅡ.ㅡ
아무튼 바디모찌인 남편이 trick or treating하는 중입니다.
집 앞에 잭 오 랜턴과 할로윈 장식이 되어 있는 집은 대부분 분장을 한 꼬맹이들을 위한 사탕을 준비해 두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장식이 없거나, 불이 꺼져 있는 집은 할로윈을 지내지 않는 집이므로, 그런 집들은 아예 방문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준비한 사탕이 다 떨어지면 불을 꺼서 아이들이 더 이상 방문해서 헛걸음 하지 않도록 한답니다.
trick or treating하는 것도 재미 있었지만, 집집마다 특색있는 할로윈 장식들을 구경하는 것도 무척이나 재밌더라구요.
어떤집은 아예 자기 차고를 개조해서 "유령의 집"을 만들어 놨더라구요.
완전 프로의 향기가....
그리고 집집 마다 조각해 놓은 잭 오 랜턴을 구경하는것도 그 재미 중 하나인데요,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 되는게 아니라, 진정한 아트가 되는거였어요 ㅠ.ㅠ
얘네들은 진정한 아~트 호박!,
내 호박은 진정한 마트 호박 ㅠ.ㅠ
완전 자신감에 가득찼던 저는 자존심이 팍 상해버렸답니다.
'내 이 호박을 그냥 오늘 아주 죽 끓여 먹어버려야지' 했는데...
시댁에는 '찹쌀'은 커녕 쌀도 없다대요 ㅡ.,ㅡ ;;;;;
이렇게 trick or treating이 끝난 후, 꼬맹이들이 앵벌이 해 온 사탕 가방을 수거해서 돈 좀 되고, 살 좀 덜 되는 초코바를 삥 뜯는 훈훈한 장면으로 할로윈은 끝이 납니다~ ㅋㅋㅋㅋ
이쯤하면, 엘리와 그 긔요미 남편 (니 미친나? --> 추억돋는 개그 콘서트 '사바나의 아침' 심현섭 추장의 목소리)의 할로윈 코스튬도 안 보고 싶겠지만.. 강제로 막 보라면서;;;;;; ㅋㅋㅋㅋ
컨셉은 바다의 적 '해적'인데,
남편의 중세스러운 프릴달린 저 블라우스 ㅡ.ㅡ;;;
생뚱맞은 스타워즈 광검
빠삐용 죄수 바지
그리고 전....
두르고 보니 TGI 프라이데이의 테이블보 ㅠ.ㅠ
사실, 이건 남편 직장 상사분의 집에서 열린 할로윈 파티에 갔을 때 랍니다.
아니, 한국 남자나 미국 남자나 술 들어가면 머리에 띠 두르고, 매듭 귀 옆으로 흘리는게 본능인가요?
드라마 보니 한국 남자도 회식하고 2차로 노래방 가서 넥타이 머리에 두르고 춤추더니만, 울 남편도 술 한잔 들어가니 머리띠 매듭을 귀 옆으로 돌리고선 음주 포켓을 칩디다. ㅡ.,ㅡ;;;;;
그나저나 남편 상사분의 집에 당구대가 있길래, 대학 시절 수업 빼먹고, 포켓 치러 다니던 옛기억이 떠 올라 남편과 내기 포켓 쳤다지요. ^^;;; -> 남의 집에서 연애질이야;;;;
제가 이기면 남편이 돈을 잃고,
남편이 이기면 제가 돈을 얻는 내기였답니다. ㅋㅋㅋㅋㅋ
말로 막 헷갈리게 만들어서 알고보면 어떡하든 제가 돈 따는 내기 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가올 할로윈을 맞아, 엘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심령 사진입니다.
임산부나 노약자분은 스크롤 스피드 100km로 후다닥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내리는 도중 보시다가 경기 일으키셔도 전 경고 드렸으니 책임 안 집니다.
다 보고 난 후, 밤잠을 설치실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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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도 바보 만드는데 탁월한 기능성 마스크입니다.
'띠링 띠링~ 매진 임박!!!'
(이마 정 중앙에 MASK 딱지의 위엄)
흠... 이거 올린 줄 알면 즈이 남편 절 죽이려 들지도 몰라요 ㅠ.ㅠ
그러나 괜찮아요 ^^
세번만 참아내면 살인도 면한다는 남편의 무차별 방구 테러를 오늘 제가 잘 견뎌냈거든요 ^^V
저는 오늘도 추천 버튼 클릭을 얻고자 저희 남편을 희생양으로 삼은것을 마음 속 깊이 고소해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낼까 합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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