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참~ 할일이 없긴 없나봐요. ㅎㅎㅎ
블로그에 포스팅 할 "꺼리" 가 있어야 했는데... 특별히 포스팅 할 꺼리는 없지만 그냥 수다가 떨고 싶어서 블로그 창을 열었으니 말예요.
아마도 지금의 이 암흑기의 시간을 좀 더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두워도,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는 그냥 제 머릿속의 생각들을 포스팅 해 보기로 했어요.
제 블로그는 미국 생활기 블로그이다 보니 미국 생활에 관한 정보나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등 뭔가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그런 목적성을 완전히 잊고...수다 떨어 볼게요.
1. 요즘 youtube 중 가장 재미있게 보는 것!
전 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 TV나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았어요. 혼자 살 때는 직장 생활 하고, 전철에서 출퇴근 왕복 3시간 넘게 보내다 보니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TV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는 한국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경로를 몰라서(?), 그리고 일부러 열심히 찾아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안 보고 살았고요.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가수, 음악, 드라마 아무것도 모른채 살았어요. 2016년에 놀이터에서 만난 미국 소녀가 bts에 대해 얘기해 왔을 때도 그게 누구냐고 되려 그 미국 소녀한테 물었었던.... 에피소드 기억 하실거예요.
그랬던 제가...
블랙핑크에 입덕을 하고 말았지 뭡니까? ㅎㅎㅎ 블랙핑크가 누군지도 몰랐고, 어떤 음악이 있는지도 몰랐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 블랙핑크 다큐가 있더라고요.
"얘네가 뭔데 넷플릭스에서 다큐까지 만들일이야?" 하면서 보기 시작했다가 초집중 해서 다 본 뒤에 youtube로 노래 하나씩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어요.
중독성있게 자꾸 귀에 맴도는 몇 소절 때문에 찾아 보다 보니 리액션 비디오들을 보게 되고, 그러다가 후-욱! 빠져 버렸습니다.
멤버들도 어쩜 다 그렇게 이쁜지~ 진짜 이모 같은 맴으로 흐뭇하게 뮤직 비디오를 보고 보고 또 봤어요. 이젠 우리 와플이와 제제도 저에게
"마미! 음악 필요해?" 물어보고서는 " 알렉사! play black pink songs" 라고 하며 제 대신에 음악을 틀어줘요. ㅎㅎㅎ
심지어 와플이 아부지도 제가 장거리 운전할 때 묻지도 않고 블랙핑크 노래를 틀어 주더라고요. ㅎㅎㅎ 와이프의 입덕을 온 가족이 환영하는 듯한 이 분위기 무엇?
블랙핑크로 시작한 덕질이 bts로 확대되서 요즘은 bts 리액션 비디오 무한 반복 하고 있어요. 보다보니 이게 국뽕 만취 효과가 있더라고요.
아직 bts에 입덕 까지는 아니지만 노래 너무 좋고요, 이러다가 곧 입덕할 것 같습니다. 블랙핑크는... 음 저는 이미 '블링크"예요. ㅎㅎㅎ
혹시 cami petyn의 리액션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 아래 클릭해서 보세요~ 블랙핑크 대부분의 곡을 리액션 했는데 너무너무 웃기고 귀여워요.
2. 우리 동네 마트엔 씨가 마른 이것!
2주전에 일주일치 식단을 짜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갔었어요. 그 중에 부대찌개가 메뉴에 있었는데 스팸을 찾으러 마트를 몇바퀴를 돌았는지 몰라요. haggans라는 곳인데, 아직 이 마트의 진열대를 구석 구석 다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라 제가 못 찾는거라 생각하고 정말 구석 구석 찾아 봤는데 없었어요. 그런데 스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스팸 비스므리한 corn beef 라는게 있더라고요. 스팸과 비슷하겠거니.. 하면서 사와서 부대찌개를 끓였어요.
그런데 이 콘비프라는게 저렴한 쇠고기 장조림 같은 식감인데, 기름기가 얼마나 많은지, 캔에서 꺼낼 때 부터 하얗게 굳은 기름기 때문에 좀 비위 상했는데 식감 역시도 스팸을 기대하고 먹어서 그런지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힘든 맛이라 부대찌개는 망했어요 ㅠ.ㅠ
부대찌개 완전 사랑하는 와플이 아부지도 스팸 없는 부대찌개는 부대찌개라고 할 수도 없다며 소세지만 먹고 자리를 떴어요.
부대찌개를 식단에 넣은건 제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였는데, 이건 뭐 안 먹은거나 다름 없어서 다시 부대찌개를 제대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이번엔 Albertson 이라는 마트에 갔습니다.
그런데 스팸이 있어야 할 코너가 완전 텅텅~ 비었더라고요. 그러니까 haggans에 스팸을 안 팔았던게 아니라 재고가 없었던 것이였어요.
그렇게 스팸을 못 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 스팸을 사기 위해 다른 마트라도 가볼 생각으로 우선 재고 확인을 위해 safeway 라는 마트의 앱에서 스팸의 재고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재고가 없다고 뜨더라고요. 뭐지?
이런 식이면 제가 오기가 발동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못 먹는다 생각하면 더 먹고 싶은 심리...
그래서 월마트 앱으로 검색을 했으나 역시나 재고 없음요. 하아~
진짜 이게 머선일이고??????
그리고 그날 밤 자기 전에 hoxy? 하면서 타겟앱에서 스팸을 검색해 봤어요. 타겟은 식료품점이라기 보다는 생활용품 마트에 가깝지만 간단한 식품류도 팔고 있어서 왠지 이곳이라면 재고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진짜!!! 밤새 설레여서 잠이 안 왔어요. ㅎㅎㅎ 밤 사이에 다 팔리는건 아닐까, 이른 아침에 다 팔리는 건 아닐까.... 하면서요. 안그래도 불면증 땜에 고생인데, 이놈의 스팸도 한 몫 했지요.
그리고 다음날!!! 타겟에 가서 샀습니다! 부대찌개에 1캔이면 충분한 것을... 스팸 못 구한 한이 살짝 맺혀서 3개 샀어요.
부대찌개 재도전! 과 함께 구워 먹고, 볶아 먹고, 지져 먹고, 스팸 파티 할거예요. 오호호홍~
3. 기회였을까? 시험이였을까?
남편이 6월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씨애틀에 직장을 잡으면서 사실 연봉 협상을 제대로 못하고 왔었어요. 도시로 나가게 됐는데 연봉이 줄고, 생활비와 주거비가 더 높아진다는건 원래 누리던 삶에서 많은 마이너스가 되잖아요.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는 계속 무직 상태로 구직을 하기에는 너무 불안했고, 어쨌든 모제스 레이크를 벗어나야 더 많은 취업의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해서 일단 씨애틀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 나은 직장을 알아보기로 하고 이사를 결정한 것이였어요.
그런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남편은 현직장에 적응을 하고, 그대로 안주하고 싶어하는 듯 했어요. 더이상의 이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이제 정말 한곳에서 좀 정착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역시 줄어든 연봉으로도 또 가계를 꾸려가고 하다보니 적응이 되서 이 정도면 됐지 뭐~ 하며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남편에게 새로운 오퍼가 들어왔어요.
남편이 갑자기 저에게
"일본 요코스카 갈래?"
"놉!!"
정말 말 끝나기가 무섭게 "놉" 이라고 했어요.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도 아니고 무슨 뜬금없는 소리래~ 하면서요.
게다가 지금 우리가 쉽게 이사를 할 수 있는 형편인가요? 집도 다시 짓고 있는 마당에?!?!
그런데 남편이 꽤 진지하게 일본 요코스카에 자기가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는데 지인이 남편을 추천해 두었다길래 연락을 해 봤더니 마침 그곳의 책임자가 남편이 예전에 일본에서 일할 때 남편의 주니어로 일했던 사람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책임자가 면접권자인데, 남편을 이미 알고 있으니 남편이 일본으로 오겠다고만 한다면 모든걸 바로 진행하겠다고 했고, 그 전에 받았던 연봉에 맞춰주고 플러스 집세까지 제공을 하겠다니 남편으로서는 혹하다 못해 훅! 했겠죠.
저도 사실 그 조건을 듣고 나니 솔깃했습니다. 남편이 지금 집 짓고 있는거 포기하면 우리 얼마를 잃게 되는거냐고 물어오기 전까지 말이죠.
그리고 그날밤 저는 또 잠못이루지 못했어요. (불면증인데, 잠 안잘 이유가 자꾸 생기는건 무엇? )
그리고 하나하나 따져 봤어요.
일본을 가면 좋은 이유
1. 지금보다 연봉도 오르고 게다가 집세까지 지원을 받는다면 바짝 모아서 돌아올 수 있다.
2. 한국과 가까워서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다. 특히 와플이와 제제를 너무 보고 싶어하는 부모님께 자식으로 할 수 있는 효도는 손자들 커버리기 전에 자주 보여 주는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3. 보고 싶은 친구들이 일본에 있어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을 가고 싶지 않은 이유
1. 와플이와 제제가 본격적으로 초등학생이 되는데 일본 학교를 다녀야 한다. => 한국어도 잘 못하는 상태에서 일본어를 먼저 가르치고 싶지는 않음
2. 아이들이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미국학교의 적응이 걱정된다.
3. 나도 이제 슬슬 미국에서 직장 생활도 하고 싶고, 경력을 만들고 싶은데 일본으로 갔다가 돌아오면 늦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 지금 새집을 짓느라 낸 계약금과 집 업그레이드 비용 선지불한 금액을 모두 잃게 된다.
5. 미국의 넓은 집에서 살다가 일본의 좁은 주방과 부족한 수납 공간에 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 진다.
6. 일본으로의 국제 이사, 또 몇년 후에 다시 미국으로의 국제 이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일본으로 가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아 보였어요. 연봉을 더 받게 되더라도 새집 계약 파기로 돈을 잃는 것도 아깝고, 결국 부모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꼭 가야만 할 이유는 없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판단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남편의 생각이죠. 저는 "그 외"에 해당하는 조건을 따졌지만 "그 일" 을 해야 하는 남편은, 정말 하고 싶은 조건인지, 그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남편의 경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인지, 무엇보다 남편이 그곳에 정말 가고 싶은것인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남편에게 진지하게
"당신은 어때? 그 일을 하고 싶어? 새집 짓는거 계약 파기까지 하고 갈 정도로 가치가 있는거야?" 라고 했더니
단칼에
"가치 없어!"
ㅋㅋㅋㅋ 뭐야!!!! 나만 심각하게 고민한거야?
얘기를 해 보니 남편은 무엇보다 '정착'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지금 2년 사이에 이사를 세번이나 했는데 심지어 국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과, 그곳에서 정착을 하고 싶지는 않고 나중에 다시 미국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게 큰 마음의 부담이고, 집 계약 파기 해서 돈을 잃는 것도 아깝고, 아이들의 학교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와플이가 이제 '헤어짐' 이라는걸 알게 되서 친구들과 헤어지는걸 너무 마음 아파해서 그것도 생각 안할수가 없었대요.
모제스 레이크에서 일본 친구인 '이찌야'와 헤어질 때 "바이바이" 인사를 하고는 이내 제 뱃살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 들썩이며 소리내지 않고 눈물 흘리는걸 봤는데... 그때 애미 마음 찢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애가 마음이 아파서 우는걸 보는 엄마 마음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고요. 결국 저도 같이 눈물 흘리고 말았... ㅠ.ㅠ
그리고 그 이후에 또 다른 일본인 친구 (주재원 친구들이 다들 일본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는 바람에 계속 된 이별의 순간 ㅠ.ㅠ ) 가 떠날 때도 울음을 참으며 "바이바이" 하더니 결국 저한테
"더이상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면서 눈물 흘리더라고요. 그걸 본 남편과 저는 우리 진짜 이제 정착해야겠다... 와플이에게 오래 갈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 라며 얘기 했거든요.
뭐, 그래서 결국은 일본 요코스카로 이사를 가는건 없었던 일로 완전히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 아쉬운 마음도 조금 있긴 해요. 무엇보다 한국을 자주 갈 수 있다는게 저에겐 가장 큰 매력이였으니까요.
그러나... 일본에는 무엇보다 hobby lobby와 target이 없어서 안되겠어요. ㅎㅎㅎ 기승전 하비라비, 타겟
이것이 남편에게 찾아온 기회였을지, 시험이였을지 지금은 알 수 없어요. 나중에 후회할지도, 아니면 안가길 잘했다며 안도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현재로선 저희에게 가장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는 수 밖에요.
요코스카... 제가 정말 좋아했던 동네인데... 우리 와플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해요. ㅎㅎㅎ
혹, 제 블로그 오시는 분들 중에 요코스카 주민 계신다면, 이웃될 뻔 했는데... 아쉽습니다. ^^;;;
이렇게 해서 남편과 저는 일단 씨애틀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힌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가 파토났는데 지금 현 직장에서 2021년도 남편의 연봉을 조금 더 올려 주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요.
오늘 수다... 너무 길었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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