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한인 마트인 H 마트의 출구에는 우리 와플이와 제제 시선을 말뚝 박아 버리는 기계가 한대 있습니다. 바로 포켓몬 카드 기계예요.
아시다시피 애비의 포켓몬 덕후 유전자 몰빵으로 부덕자덕 (아부지가 덕후면 아들도 덕후) 이 되어 두 아들놈도 포켓몬 덕후거등요. 왠 다큰 어른이 포켓몬 덕후야? 하시겠지만... 저 대학 다닐 때 우리 와플이 아부지는 포켓몬에 심취해 있던 꼬꼬마였...
뉘예~ 그런 꼬꼬마가 저한테 잘 못 코 꿰여서 상한가 시절 저에게 매수 당했죠. 뭐 중도에 매도의 유혹도 있었지만 그냥 장투로 묻어 두었더니 미니 포켓몬 덕후 2주를 더 보유하게 됐네요.
암튼, 이 미니 포켓몬 덕후 1호가 그 H마트 갈 때 마다 포켓몬 카드가 갖고 싶다고 하는걸 오늘 장 보느라 돈을 다 써서 돈이 없다며 나중에 니 돈 모이면 그걸로 사자~ 하며 달래서 돌아왔거든요. (출구에 기계가 있어서 을매나 다행이게요~ ) 그런데 우리 와플이 돈은 이 하나 빠질 때 마다 이빨 요정한테 5불씩 받은 돈 뿐인데, 그 돈 중 일부는 기부도 하고, 아빠 생일 선물도 사고 하느라 남은 돈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아이에게 '니 돈 모이면 사자' 라는 말은 이빨 강냉이 다 털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데... 고로 이 애미는 안 사주겠다는 의지의 우회 표현이였죠.
그런 와플이가 어느날 의미 심장하게 저에게 다가와서는 H 마트 또 언제 갈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왜" 하고 물어보니
"포켓몬 카드 살거야"
"너 돈 다 모았어? 포켓몬 카드 살려면 네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택도 없어, 더 모아야 해"
했더니 그 시간 이후로 뭔가 분주해 진 와플이.
제 맞은편 책상에 앉아서 막 뭘 그리고 쓰고 하더라고요? 이삿짐 상자가 쌓여 있던 한 공간을 막~ 정리를 하고, 뭔가를 나르고, 붙이고 하더니 저에게 짜잔~ 하면서 선 보인것은 바로...
가게를 오픈했대요. 판매 물품을 보아 하니 물도 팔고, 장난감도 팔고, 자기 사진도 팔고... 업종, 업태 구분도 안되는 그런 정체 불명의 가게를 열어 놓고, 엄마와 아빠에게 목이 마르면 자기에게 5불씩 내고 물 한병씩 사 먹으래요.
미국판 봉이 와플이가 납셨구만... 물 한짝에 5불인데, 한병에 5불씩이라니!!! 이거 너무한 바가지 아니냐며!!! 그런데 이녀석이 매점매석을 해 버려서 영업 신고도 안하고 장사하는 이 불법 업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사 먹을 수 밖에 없게 되자 불법 영업, 바가지 요금 근절 해결사 와플이 아부지가 등판해서 이 문제를 해결 하기로 했습니다.
와플이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더니 결국 물 한짝을 20불에 쇼부 치고, 자유롭게 물을 가져다 마실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미니 포켓몬 덕후 1호 와플이는 20불을 벌었습니다.
다음날, 제가 와플이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물 한병을 뽑아 들자 "웨이러미닛"을 외치며 득달같이 달려 오더니 돈을 내라네요?
그래서 "어제 아빠가 20불에 물 한짝 다 샀잖아!!!" 했더니
"그건, 아빠랑 거래 한거고, 엄마는 또 따로 돈을 내야 해"
헐~ 요녀석 봐라!!!
봉이 김선달 업그레이 버전의 세일즈를 하시는구만....
너무 기가 막혀서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이에 한술 더 뜬 남편은
"앞으로 물 사오면 그걸 와플이한테 팔아, 그럼 와플이는 낱개로 되팔고... 그게 시장 경제의 원리 아니겠어?"
그래서 며칠 뒤에 물 두짝을 배달 시키고, 그걸 본 와플이가 또 자기 가게에 전시할려는 찰나!!! 제가 한 손을 높이 쳐 들고 외쳤죠.
"웨이러미닛!!!!"
"이건 엄마가 주문한 엄마 물이니까 너네 가게에서 팔고 싶으면 나한테서 이 물을 사야해. 한짝에 5불이야"
했더니 시장 경제의 원리에 순응하며 순순히 5불을 내 놓더라고요.
이렇게 이 작은 집구석에 장마당이 생겨났고, 우리 와플이는 결국 돈을 벌어 H마트에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친구한테 '사막에서 히터 팔고, 남극에서 냉장고 팔 뇬' 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 애미를 닮아... 너도 뭐가 되도 될 놈이야!!!
참고로 우리 와플이 가게는 영업 시간, 폐점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 가게 오픈하면 방방마다 돌아다니면서 가게 오픈했다고 광고 하고 다녀요. ㅎㅎㅎㅎ 그럼 와플이 아부지가 꼭 가서 구경을 하고 뭐라도 하나 사주더라고요.
그런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영업장이 생기면 꼭 그 영업장에 좀도둑들이 있고, 그 좀도둑 들로 인해 수익에 손실이 조금씩 발생하는 것이 또 이 현실 세계의 시장 경제 원리 아니겠습니까? 배울려면 현실감 있게, 생생하게 배워야 하니까!!! 그래서 제가 오며 가며 슬쩍 물 한병씩 빼 먹고 있는데.... 와플이 싸장님이 눈치를 못 채시네?!?!
그리고 잡화점으로 재미를 좀 본 와플 싸장님이 사업을 확장하시더니 피를 나눈 것도 인연인데.. 하며 족보 드립을 치더니 제제에게 가게 하나 차려 주셨어요.
바로 캔디샵인데.... 간판은 있는데 물건은 없는... 물건을 채워 놓으면 30분이면 스스로 다 털어 먹는 그런 유령 캔디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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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얘들 왜 이렇게 귀여운건가요? 정말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미치게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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