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노예계약이 끝나는 날을 한달 앞 둔 지난 5월의 어느날! 둘째 제제가 제 폰을 익사 시켜 버리는... 아빠 관점에서 보자면 만행을 엄마 관점에서 보자면 시기적절한 효도를 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이폰 7으로의 업글과 동시에 노예탈출은 향후 2년간 불가능해졌습니다.
*** 언제나처럼 긴 글이 예상되오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거나 그냥 읽기를 일찌감치 포기하시거나 (블로그 글도 길면서 스크롤 압박 주의도 안 준다고 욕을 많이 먹은 트라우마 => 저 뒤끝 쫌 있는 여자잖아요) ***
그런데 사자마자 아이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친정 엄마와 화상 통화 할 때 잡음이 심하고 제 말소리가 끊겨서 들린다고 하셨는데 전 그게 엄마네 와이파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는 동안 제 전화기에 문제가 있는걸 모르고 지냈어요. 왜냐면 친구나 가족들과의 연락은 문자 메세지로 하고 사회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제가 음성 통화를 할 일은 거의 없고 가족들과의 화상통화는 전파 때문에 말 소리가 안 들리는건줄 알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피자를 주문하는데 제 말소리가 안들린다며 상대가 전화를 끊어 버리고, 에어컨 수리기사분이 말소리가 안들린다며 끊어 버리고, 남편이 출장 가 있는 동안 페이스타임을 하는데 제 말 소리가 자꾸 끊긴다 하길래 결국 제 폰이 문제인걸 알았죠.
그리하여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애플 서비스가 있는 찰스턴까지 2시간을 차로 달려서 가거나 페덱스를 이용해 캘리포니아로 폰을 보내거나 해야했습니다. 찾는이도 없고, 바쁜것도 없으니 그냥 택배로 보냈어요.
근데 구입한지 5개월 밖에 안되어서 무상수리 라더니 폰의 왼쪽 스크린의 귀퉁이에 약 0.3센치 정도 되는 금이 있었는데 이 금간 것 때문에 스크린은 자비로 세금포함해서 158불을 내야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는겁니다.
전 그 금이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새 스크린의 교체를 원치 않고 아이폰의 결함 원인인 마이크로폰만 고쳐주면 된다고 했지만 마이크로폰을 고칠려면 스크린을 들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스크린의 손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스크린 교체를 해야 미이크로폰 수리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별 수 있나요? 울며 겨자먹기로 결국 158불 지불하고 스크린 교체와 함께 수리를 맡겼죠. 그렇게 폰을 주고 수리하고 받기까지 약 열흘 정도 걸렸는데 폰과 함께 도착한 수리내역을 보니 정작 문제가 있다던 마이크로폰은 교체가 안되고 스크린 교체, 밧데리 교체, 음량 버튼 정도만 손 본걸로 나와 있더라구요.
친구와 시험통화를 해보니 제 말소리와 함께 잡음은 여전하고 이제는 상대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현상까지 이전에 없던 증상을 하나 더 장착해서 돌아온 아이폰
이쯤하면 열 오를만 하지 않나요?
머리에 스팀 팍팍 나오는 상태로 씩씩대며 애플 상담원과의 실시간 채팅을 연결했습니다.
상황을 다 설명했더니 상담원이 자기가 확인해 본 결과 마이크로폰 수리 내역은 없다며 이 건은 슈퍼바이저에게 연결해서 해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기 사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이해해 달라더군요.
그래서 채팅창을 켜 놓고 멍때리며 슈퍼바이저와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 받아 죽겠는데 이렇게 또 한정없이 기다리게 하다니!!!
한 15분쯤 지났을까요?
갑자기 애플 상담원이
"기다리는 시간동안 내가 농담 한 두개 해 줄까? 재미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으응? 지금 화난 고객한테 고객 상담원이 농담을 하겠다고?'
갑자기 애플 상담원의 농담 드립에 전 당황해서 화가 난 걸 까먹어 버렸습니다. (고갱님 당황하셨쎄요?)
이거 애플의 고객 만족 서비스의 일환인가요? 지금껏 미국에서도 수많은 고객 서비스 상담원들과 통화 해 봤지만 기다리는 시간 지루하니까 조크 던지겠다는 상담원은 처음이였습니다.
‘그래 어디 들어나보자’
오래된 눈사람을 뭐라고 하게?
음..... 모르겠는데???
물!
아. 하.하.하.하.하.하. 아재 개그가 미국에도 있다잉~
(화상채팅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웃기지 않은데, 너무 실 없는 조크라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근데 어쨌든 웃은건 웃은거잖아?!?!?!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갑자기 내가 너보다 더 웃겨주겠쒀~ 하는 경쟁 심리가 발동해서 "나도 웃긴 얘기 하나 해 줄까?" 하며 인터넷에서 읽은 영어 실수담 하나를 꺼냈죠.
영어가 익숙치 않은 한국분이 운전 중 사슴을 치어서 너무 당황하고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911에 전화를 걸었는데 사슴이 영어로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 저, 방금 루돌프를 치었는데 어떡해요?” 했더니 911 상담원이 뭐라고 했을까요?
“ 괜찮아요, 그런데 산타는 무사하신가요?” ㅋㅋㅋㅋ
아마 애플 상담원도 화상 채팅이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어이가 없어 웃었을지도요 ㅎㅎㅎ
그런데 서로 제품 상담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 실없는 얘기들을 주고 받다 보니 머리에 스팀 오르던것도 어느새 가라앉았고 멍 때리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을 몇 십분을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 덕에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으니 어쨌든 불만 고객을 만족시킨것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이것이 애플의 고객 서비스 응대 요령 중 하나인건지 아니면 그 상담원이 기지를 발휘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그렇게 대화로 시간을 떼우고 슈퍼 바이저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을 확인한 상담원은 상담을 마치겠다며 인사를 했고 저도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며 좋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슈퍼 바이저에게 걸려온 전화는 슈퍼 바이저가 직접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자동 응답 전화기가 저에게 전화를 한 이상한 시스템이더라구요.
상담원 말로는 슈퍼 바이저가 다른 고객과 상담중이라 연결까지 시간이 걸리니 연결 될 때까지 자기가 계속 저와 연결하고 있겠다고 해서 농담 따먹기 하며 시간 죽이기를 했던거였거든요. 그리고 애플측에서 저에게 전화를 했는데 제가 전화를 받으니 슈퍼바이저와의 연결을 원하면 1번을 누르라고 해서 1번을 누르고, 채팅하던 상담원에게 지금 전화가 와서 대기중이다 라고 한 후 채팅을 종료 했는데.....
세상에!!!!!!!!!!!
16분을 기다려도 연결이 안되고...
30분을 기다려도 연결이 안되고...
1번을 누른 후 장장 45분을 전화기를 들고 기다린 끝에 연결이 됐지 뭐예요?!?!?!
그리고 제가 통화불량의 문제로 마이크로폰 교체가 되었어야 하는데 정작 그건 교체가 안되고 엉뚱한것들만 교체되어 왔다고 말하니
“미안한데 잡음이 너무 심해서 무슨말하는지 잘 안들려요”
이러니 가라앉았던 스팀이 다시 끓어 오를 수 밖에요. 진짜 고구마 먹은듯 답답한 가슴을 치며
“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내가 수리를 보낸거라고요!!! 그런데 이건 안 고치고 필요 없다는 스크린 교체만 해서 폰이 되돌아 왔다고요!!!” 하니
“ 그러네요, 정말 잡음이 심하네요. 직접 들었으니 제가 증인이네요”
이런 속 터지는 소리를 하더니만
“알았어요, 이건 슈퍼바이저와 얘기할 사안이니 슈퍼바이저를 연결해 줄게요”
@.@ 뭥미 이건 또?!?!?!?!
그럼 45분을 기다려 연결 된 당신은 슈퍼 바이저가 아니였던게야? 참 환장하겠네!!!
그리하여 또 길~고 긴~ 대기시간을 거쳐 어렵게 애플사의 슈퍼바이저님과 연결이 되었고 불만 사항을 접수 해 주셔서 다시 수리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보니 슈퍼바이저 연결 대기 시간 기다리는것보다 2시간 운전해서 애플 서비스에 가는게 더 빨랐겠어요. 아~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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