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와플이의 병원 놀이

by 스마일 엘리 2016. 11. 24.
반응형

와플이가 돌 즈음이 되었을 때부터인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를 들이대면 활처럼 몸을 휘며 자지러지게 울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눈 귀 입 확인할라치면 거칠게 도리질을하며 아주 비협조적인 환자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생각한게 병원 놀이 셋트를 구입해서 제가 집에서 장난감 청진기로 가슴과 배를 진찰 하고, 눈 귀 입도 확인하고, 체온도 재고 역할극을 했었죠.

 

 

그래서인지 그 다음에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를 갖다 대어도 얌전히 있고, 입도 아~ 잘 벌려주는 착한 환자 어린이가 되었답니다.

 

그런 와플이가 어느새 세살이 되었고, 훌륭한 의사 아들이 되었답니다. ㅡ.ㅡ;;;;

 

어느날 밤

제 옆에 누워 있던 와플이가 잠이 안오는지 뒤척 뒤척하다가 제 목을 감고 저를 자꾸 괴롭(?)히길래

 

"와플아, 엄마 아야해, mommy is sick"

 

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방을 뛰쳐 나가더니 울먹울먹거리며 돌아와서는

 

"mommy is sick, I can't find doctor's bag"

 

이라며 정말 심각하게 얘기하더라구요.

저 딴에는 정말 엄마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치료해 주고 싶었나보더라구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2층 장난감 방에 있다고 했더니 울음을 그치고는 병원놀이 셋트 가방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청진기로 제 배 소리를 들어 보기도 하고, 눈, 귀, 입도 검사하고, 맥박도 재고, 주사도 놓아주길래

 

mommy is OK 라며 경쾌한 소리로 말했더니 뿌듯한 듯 mommy is ok 따라하더니 다시 자더라구요. 아웅~ 귀여워~

 

그런데 이제는 제가 아프든 안 아프든 시도때도 없이 이 의사 선생님이 진찰을 봐 주십니다 ㅡ.ㅡ;;

무료 진찰이니 뭐, 그냥 받습니다만...

가장 최근에 받은 진찰 결과가 너무 기가 막혀서 오늘 포스팅을 하기로 했지요.

 

며칠 전, 젖소에 빙의되어 제제에게 누워서 젖을 먹이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와플 닥터가 왕진을 오셨더라구요.  감사하게도 아주 꼼꼼하게 여기저기 살펴 봐 주셨답니다.

청진기로 꿀럭 꿀럭 하는 배 소리도 들어 보시고, 눈도 이리저리 살펴 보시고, 귀도 체크하시고, 체온도 재더니 

" No fever"  열은 없네요

 그리고는 입을 크게 아~ 벌려 보라더니 입안도 요리조리 살펴 보시더군요.

 

그러더니 "흠"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저.... 얼..마..... 남지 않은건가요?' ==> 라고 묻고 싶지만 아직 이 정도의 고급 표현은 이해 못하는 세살

 

"Am I OK?"

 

라고 물었더니 쉽게 대답을 못하시고 계속 침통한 표정으로 "흠~ 흠~" 만 하시던 와플 닥터, 그리곤 마침내 입을 여시더니...

 

" You have 충치 벌레"

 

 

'아!!!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박멸하기 힘들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그 충치 벌레가 제 입 속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

 

와플 닥터의 진단명을 듣고 당황하자, 그는 잽싸게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치솔과 함께요.

바로 긴급 수술에 들어가자는 거였죠.

 

침대에 누워서 아~ 했더니 제 개인 수술도구로 입안을 이리저리 쑤셔 넣고는 3초만에 긴급 수술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와플 닥터는

 

"충치 벌레 all gone!!!"

 

하며 대수술이 성공적이였음을 알려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와플 닥터의 무면허 무허가 의료행위는 히포크라테스 못지 않은 업적을 남기고 끝났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