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기

모르면 손발이 고생...이것은 진리다

by 스마일 엘리 2016. 10. 20.
반응형

미국에서 넓은 잔디밭 있는 집에 사는게 꿈이였는데...

역시 꿈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잔디밭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많이 드는 애물잔디인지 몰랐어요.

 

일년 전 푸릇 푸릇 하던 보기 좋은 잔디가 일년이 지난 지금은 관리 미숙, 관리 소홀로 인해 잡초밭이 되어 버렸답니다.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일 이주에 한번 잔디를 깍는건 당연한 일이구요, 때때로 잔디밭에 구멍을 뚫는 작업 (딱딱해진 흙 사이로 물이 잘 스며들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잡초가 눈에 띄일 때 마다 뿌리 채 뽑아야 하고, 여름이면 감당 안되는 잡초들 제초 작업도 해야 하고, 비료도 줘야 하고, 초봄에는 잔디씨도 뿌려야 하고, 비 안오는 여름이면 아침 저녁으로 잔디에 물도 줘야 하는...

그야말로 정성과 공을 들여야 보기 좋은 푸른 잔디가 유지가 되는거였죠.

 

잔디밭이 있는 집에 살아 본 적이 없는 나... 는 잔디 관리에 무지했고 잔디가 평야처럼 펼쳐진 시골에 살았던 와플이 아부지... 도 잔디 관리에 무지했습니다. 와플이 아부지는 그래도 잔디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하는데 잡초 한번 뽑아 본 적 없고, 제초제 한번 뿌려 본 적 없고, 비료 한번 뿌려 본 적이 없는 아주 곱게 자란 도련님이라서가 아니구요, 시골의 야생 잔디이다 보니 잡초보다 더 강해서 잡초가 날 틈이 없었고, 비료를 줄 필요도 없었죠. 게다가 위스콘신의 지역적 특성상 여름에도 많이 뜨겁지 않고 적당히 비가 내려주니 따로 물을 줄 필요도 없어서 그냥 때 맞춰서 잘 깍아 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라는 그런 잔디였기에 이렇게 잔디에 손이 많이가고 정성이 많이 가는 건줄 몰랐답니다.

 

심지어 잡초를 뽑아야 하니 말아야 하니로 말싸움까지 했다는;;;

 

저는 그래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잡초를 뽑아야 잔디가 죽지 않고, 잘 살고, 뽑지 않으면 곧 잡초밭이 될거라고 얘길 했지만 자기의 경험상 잡초를 뽑지 않아도 잡초밭이 되지 않았던 고향집의 잔디를 떠 올리며 잡초를 뽑지 않아도 된다고 우기더라구요.

 

결국 잡초밭이 되어 버린 잔디를 보고서는

 

난 잔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ㅠ.ㅠ

라며 자포자기에 빠져 버린 남자...

 

 

에라잇 모르겠다~ 내 집인데 관리 좀 안하면 어때? 라고 손 놓아 버리고 싶지만 잘 관리된 양 옆집, 앞집의 잔디를 보면 제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고, 잘 관리된 잔디는 곧, 주인의 얼굴과도 같아서 그럴수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웃들의 눈치도 보이구요.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나름 비료도 뿌려보고, 비료를 뿌린 후에는 하루에 한번 이상 땅이 흠뻑 젖도록 10분이상 일 이주 정도 물을 줘야 한다길래 임신한 몸으로 호스를 끌고 다니며 넓은 뒷마당과 앞마당에 물 주는 작업도 했죠.

 

다른건 몰라도 특히 이 물주는 작업이 너무 너무 고되고 힘들더라구요.

 

호스 길이도 엄청 나게 길어서 물 줄때마다 감았다 풀었다 하는 것도 막노동이고 호스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면서 물 주는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구요.

 

양 옆집은 알아서 스프링클러가 때 되면 뿅~ 하고 나타나서 시원하게 물 쏴아~ 하고 뿌려주고 뿅~ 하고 들어가는데 말이죠.

 

우리집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스프링클러 조작기를 찾아 봤지만 없더라구요. 보통 차고안에 설치 되어 있다는데 저희집 차고 안에는 어떤 컨트롤러도 없었거든요.  올해는 가을로 접어들었고, 잔디밭이 다 망했으니 틀려 먹었고, 내년에는 스프링클러부터 설치해서 본격적으로 관리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이 한몸 희생해서 수동 인간 스프링클러를 자청했죠.

 

정말 물 한번 주고, 호스 한번 감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애꿎은 잔디한테 욕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매주 월요일이면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라 쓰레기통을 길가에 내어 놓는데, 퇴근하고 온 와플이 아부지가 쓰레기통을 차고 밖에 가져다 놓으면서 뭔가 유심히 들여다 보더라구요.

 

 

 

그러더니

 

"누가 우리집 수도 계량기의 뚜껑을 열어 놓고 갔어"

 

그래서 저도 그 뚜껑이 열려 있는 그것을 들여다 볼려고 가까이 다가 갔죠..

 

 

그런데 이건 수도 계량기가 아닌 느낌?

 

"이거, 수도 계량기가 아닌거 같아, 이거 왠지 스프링클러 컨트롤러 같지 않아?"

 

했더니

 

"몰라, 난 스프링클러 컨트롤러 본 적이 없어서..."

 

누군 본 적 있나? 그치만 메뉴 버튼을 보아하니 이건 딱 스프링클러 컨트롤러!! 그래서 바로 유튜브로 검색해 보았더니

 

뜨아!!!!!!

 

 이거 스프링클러 컨트롤러 맞잖아!!!!!

 

 

 

아~ 그동안 호스 질질 끌고 다니며 물 주며 그렇게 ㄱ ㅐ 고생을 했는데... 우리집에도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니 ㅠ.ㅠ

 

에휴~ 누굴 탓하겠어요?

1년동안이나 이 집에 살았으면서 집에 있는 시설들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제 잘못이죠.

차고 안에만 살펴 볼 것이 아니라 차고 밖도 좀 살펴보고, 뚜껑 달린 것들, 뚜껑도 좀 열어서 안에 뭐가 들었나, 어떤 장치인가 확인도 해 보고 햇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서 앞으로 전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360도 회전을 자유자재로 하는 인간 스프링클러는 안해도 되니 그게 어딘가요?

 

어쨌든 바로 유튜브로 작동법을 익힌 후에 작동 시켜 봤더니 1년간 사용하지 않고 땅속에 묻혀 있었던 스프링클러는 5센치는 되어 보이는 흙을 머리에 얹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가열차게 물을 뿜어 내더군요.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가을이 왔고, 잔디밭은 잡초밭이 되었고, 고로 올해 잔디 농사는 망했다!! 라는거죠.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잔디관리 고수님들 알려 주셔요~ ㅠ.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