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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이런 출산기는 처음이야- 미국 병원 출산기

by 스마일 엘리 201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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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년만에 다시 써 보는 출산기입니다.

와플이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했기에 '어머, 이건 블로그에 남겨야해~'

그래서 풀어보는 출산기!!!

 

34주 부터 밤마다 계속 되는 가진통은 있었지만 진진통은 아니였기에 오늘, 내일 하던 중, 마지막 정기 검진 때 의사가 39주가 지났고, 예정일에도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할 의사가 있냐고 묻더라구요.

 

와플이때도 유도분만으로 자연분만을 했기 때문에 유도 분만에 동의하고, 날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이였던 것은, 제가 출산을 하는 동안 와플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이곳에 가족이 없고, 몇 안되는 남편의 지인들도 각자 하는 일이 있고, 베이비 시터를 쓰자니 갑자기 낯선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와플이가 적응을 잘 할지도 모르겠고, 또 남편은 베이비 시터를 못 믿겠다길래 어쩔 수 없이 와플이와 함께 병원에 가야 했죠.

 

다행인것은 제가 이용한 미국 병원의 분만실은 가족 분만실로, 진통과 분만이 같은 병실에서 이루어지고, 가족도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제가 진통을 겪는 (?) 동안 와플이도 내내 함께 있었답니다.

 

                                              미국 병원의 가족 분만실. JPG

 

유도 분만 하던 날 새벽 5시 반에 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어서 잠에서 덜 깬 와플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얼마가 될지 모르는 진통 시간을 대비해 와플이 음료, 간식으로 출산 가방의 반 이상을 채우고, 병원에 도착했죠.

 

수속을 마치고 오전 7시 40분 경에 자궁 수축 유도제인 옥시토신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약발을 받기 시작했는지 간헐적으로 느껴지던 배뭉침이 점점 규칙적으로 뭉치기 시작하더군요.

 

진통이 올 때 마다

 

"온다~ 온다~ 쓰읍~ 훕~ 쓰읍~ 훕~"

 

하며 나름대로의 호흡법으로 견뎌냈죠.

간호사가 내진하니 2센치~ (병원 오기 전부터 2센치였는데 ㅠ.ㅠ )

 

와플이때 무통 분만을 했던지라, 에피듀럴을 맞고 나서부터는 진통을 못 느껴서 한참 자다가 엉덩이에서 주사약이 도는 느낌에 깨어 바로 애를 낳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진통을 느끼는게 사실 두렵고 겁났었는데, 5분 간격으로 오는 진통도 그럭 저럭 참을만 하더라구요.

그덕에 실시간으로 진통중에 친구들이랑 카카오 스토리에서 덧글 주고 받기 놀이를 했다는;;;; ㅎㅎㅎㅎㅎㅎ

 

그러다 점점 진통의 강도가 강해지고, 더 이상 카스 놀이에 집중  할 수 없을 때 쯤....

1시 15분쯤 태동기를 통해서 들려온 "퍽" 하는 소리~

뱃속에 있던 제제가 발로 차는 소리인가 했더니 곧 축축하게 따뜻한 물이 흘러 내리는 느낌이 나더군요.

마침 간호사가 그날의 제 담당의사와 함께 왔길래 양수 터진 것 같다고 했더니 3센치 열렸고, 양수 파수가 맞다며 에피듀럴을 지금 맞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무통 천국을 와플이 낳을 때 경험한 저로서는 그 좋은 걸 마다할리가 있나요!!!!

 

"예스, 플리즈~"

 

그렇게 척추에 무통 주사를 꼽고 난 후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 산고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우아한 진통을 겪고 있을테니 당신과 와플이는 점심을 먹고 오시오~"

 

라며 무통빨 한껏 받은 여자의 관대함과 너그러움을 보여 주었죠.

 

그리고 전 병실에서 TV를 보며 고통은 느끼지 못한 채, 주기적인 배 뭉침만 느끼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와플이는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왔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저는 애만 낳고 나면 뭘 먹을지 계속 주절 주절 했죠.

 

"일단 오늘 저녁으로는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불고기를 먹을거니까 나중에 사다 줘, 피자도 먹고 싶다, 여기 병원안에 스타벅스 있던데 시원한 커피 마시고 싶다"

 

 

TV에 음식 선전이 나올 때 마다

 

"아~ 맛있겠다, 먹고 싶다" 를 연발하며, 곧 애 낳을 여자로 생각 되지 않을 만큼 여유있는 모습이였죠.

 

진통 간격은 어느새 3분이 되었는데, 와플이 때 느꼈던 엉덩이에 주사약 도는 느낌이 안 나서 아직 멀었나보다~ 하며 와플이도 챙겨 가며, TV보며, 스마트 폰으로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간호사가 뭐 필요한거 없냐며 들어왔더라구요.

 

" 진통 간격은 3분인데, 전혀 안 아파서 얼마나 진행 됐는지 모르겠어요"

 

했더니 내진을 해 보겠다던 간호사는 내진도 하기 전에

 

" 아기 머리가 보여요, 바로 푸쉬하죠"

 

하더니 일사분란하게 의사가 병실로 들어오고, 분만 준비가 진행되더라구요.

 

아니, 와플이때도, 잠자다가 갑자기 애 낳았는데, 이번엔 TV보다가 또 벌써 애 머리가 보인다고 애 낳자네?!?!?!?!?!

게다가 3센치 열렸다던 자궁은 10센치를 넘어 '플러스 투' 라고...

산부인과에 근무하시는 분께 질문드려요, 이거 12센치인가요? ㅋㅋㅋㅋㅋ

 

고통과 절규로 아비규환이 될 분만실을 상상했는데 이거 원~ 순조롭다 못해 너무 평화스러운 분만실 분위기에 당황 스러울 정도 였습니다

 

분만할 때는 와플이 때문에 남편도 와플이도 함께 하지 못하고, 탯줄도 남편이 자르지 못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섭섭했는데 심지어 와플이는 분만의 현장, 바로 그곳에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와플이가 분만의 현장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길 것을 대비해 제 머리맡에 놓인 쇼파에 앉히고, 스마트폰을 쥐어 주었죠.

그리고 남편은 와플이가 아랫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맨투맨 방어를 하구요, 하지만 방어랄 것도 없이 와플이는 저에게 전혀 관심도 없고, 스마트폰 가지고 노는데 삼매경이였어요.

그도 그럴것이 분만 직전의 엄마가 평상시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였으니까요. ㅋㅋㅋㅋ

 

분만 준비가 순식간에 완료 되고, 간호사가 준비 되었냐며 숨을 들이 마쉬고, 푸쉬하라는 사인을 주더라구요.

 

쓰읍~ 푸......쉬!!! 원 투 쓰리 포~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격려와 칭찬의 목소리

 

굿잡!!!

 

다시 한번 더 ~ 라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다시 호흡을 들이 마쉬고

 

쓰읍~ 푸....... 쉬할려는 찰나

 

의사 선생님의

 

"노~노~ 돈 푸쉬!!! "

 

엉? 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어머!!

 

애가 벌써 나왔어 @.@

 

그렇습니다.

 

저란 여자.... 힘주기 한번 반 만에 신음소리 한번 없이 애 쑴풍 낳은 여자예요.

 

더 웃긴건, 푸쉬 하는 순간에도 TV에 눈을 떼지 못하고, TV를 보며 힘주기를 했다는 사실...

 

아기가 태어나자 "응애" 하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와플이는 그제서야 이 병실안에 뭔가 새로운 일이 생겼다는 걸 깨닫고는 저에게로 다가 왔죠.

 

간호사들이 태지에 쌓인 아기를 대충 닦인 후, 제 가슴 위에 올려주자, 와플이도 제 옆으로 와서는

 

"베이비~ 베이비~ 쏘 큐트~"

 

하며 세상 밖으로 나온지 1분도 안 된 동생과 그렇게 만나게 되었답니다.

 

사실, 와플이와 둘째의 첫 만남을 어떻게 해야 와플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충격적이지 않을까 고민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둘째를 와플이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 와플이를 제가 안고, 남편이 둘째를 데리고 와서 와플이에게 소개 해 주는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분만의 현장에 함께 있다 보니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저, 와플이, 남편에게 간호사가 방금 태어난 둘째를 소개 해 주는, 말 그대로 기존의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가족이 들어 오는 그런 장면이 연출 된거죠. 그래서인지 오히려 걱정과는 달리 와플이는 소외감, 충격 보다는 동생의 존재가 신기하고, 행복하게 받아 들이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 커 가면서 형으로서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겠지만 3주가 지난 아직까지는 동생에 대해서 질투나 그런 감정 보다는 자기가 돌봐 줘야 하는 작은 베이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동생이 울면 저에게 와서 운다고 알려주고, 빨리 우유 주라고 하고, 또 어떤 날은 자기가 직접 젖을 주겠다며 자기 가슴을 움켜 쥐고는 동생의 입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하구요 ㅎㅎㅎ

 

아무튼 자연스러운 첫대면의 순간이 지나고 난 후, 남편이 직접 아기의 탯줄을 잘라주었습니다. 탯줄을 자른 후, 후처치가 있는데 아놔~ 전 정말 신이 점지해 주신 출산드라인지, 아님 둘째라 수월 했던건지 이번엔 후처치 할 것도 없이 너무 깔끔하게 애를 낳았대요. ㅎㅎㅎ 와플이때는 회음부가 찢어져서 후처치 때 봉합 했어야 했는데 이번엔 그냥 쑤~욱 나왔나봐요.

 

이렇게 순풍 아기를 낳고난 후, 제일 먼저 간호사가 가져다 준 애플쥬스와 오렌지 쥬스를 벌컥 벌컥 들이마셨습니다. 어찌나 목이 타던지...

 

그리고 벼르고 벼뤘던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 포장해 와서 허겁 지겁 흡입하구요.

 

 

병원에서 주는 병원밥도 싹~ 싹~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보는 와플이 출산기 2013/10/23 - [와플 이야기] - 엘리의 생생(?) 출산기

                                     

                                         2013/11/01 - [미국 생활기] - 이것이 미국 병원의 환자식이다!

 

 

 

무통빨로 진통도 못 느끼고 TV보다가 10센치도 아닌, 플러스 투 (내 맘대로 12센치라고 생각함) 열린 자궁으로,  남편과 첫째가 보는 앞에서,  TV보면서 힘주기 한번 반 만에 회음부 손상도 없이, 신음 소리 한번 안 내고 애 낳은 이런 출산기...

 

읽는 여러분도 처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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