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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해외사는 임산부의 셀프 산후 조리 음식 준비기

by 스마일 엘리 201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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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임신 36주 6일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제 출산을 3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산후 조리 준비를 슬슬 해 두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아기 용품도 다 세탁 해 두고, 출산 가방도 싸 두고, 산후 조리 음식들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출산을 했다면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산후 조리도 받으며 좀 편안하게 출산을 했을텐데...

설명하자면 입만 아픈, 긴 비행시간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갈 수도 없고, 신생아와 와플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건 더 문제고, 보험 문제등등 이런 저런 문제로 미국에서 출산을 해야만 하거든요.

게다가 친정 어머니라도 와 주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시는 일이 있어 도와 주러 오실 수도 없기에 말 그대로 셀프 산후 조리를 해야 한답니다.

시어머님 찬스는 넷째를 임신해서 출산 예정일이 비슷한 시누이에게 양보 해야만 했구요. 엉엉 ~ ㅠ.ㅠ

 

더더욱 서러운건 남편의 직장 사정상, 출산 휴가를 낼 수도 없다는거!!!!

아마도 출산 후 퇴원하면 바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야말로 퇴원과 동시에 헬 육아의 세계로 들어가는거죠.

 

그렇다고 마냥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해외에 사는 많은 임산부들이 가족의 도움 없이 남편과 오롯이 출산과 육아를 시작해야 하고, 산후 조리라는거 생각 해 보면 한국 만큼 유난하게 하는 곳도 없고 ( 뭐, 서양인 동양인의 체질 운운하지만 같은 동양인인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산후 조리 안 하니까요) 조선시대처럼 시냇가에 빨랫감 들고 가서 쪼그리고 앉아 빨래 하는거 아니고, 찬물에 맨손으로 설거지 하는것도 아니고, 애 낳고 바로 밭일 하는것도 아니니 산후 조리 혼자서 못할 것도 없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 결국 누울 곳을 보고 발 뻗는법이죠. ^^;;;;

 

사실 와플이 출산 하고 나서도 산후 조리라는거 못 했거든요.

와플이 출산하고 퇴원한 다음날, 혼자 걸어서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 사오고, 출산 5일 째에 7시간 신칸센 타고 와플이와 함께 집에 돌아오고, 한달간 비워뒀던 집의 냉동실이 고장나서 출산 6일째 되는 날, 냉동실, 냉장실의 찬 공기 쐬어가며 냉장고 대청소를 하고, 그 이후로도 그냥 평범한 일상과 다름 없이 생활 했거든요.

와플이 머리 받치며 모유 수유 하느라 손목을 많이 써서 손목이 나간거 말고는 산후 조리 부작용 같은것도 없었구요.

(친정 엄마는 지금은 몰라도 나이들면 골병든다 하시는데... 엄마! 나이들어서 안 아픈 사람 없다우... )

그래서 이번에도 할 수 있다! 라는 긍정 파워가 생긴거죠.

어차피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 하는 문제만 해결 되면 제가 움직일 게 없을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저장 음식 만들기에 돌입 했습니다.

남편이 출근한 동안 저와 와플이가 먹을 아침 점심만 해결 하고 저녁은 남편이 하면 되니까요.

 

그리하여 준비한 산후 조리 음식들

 

 

 

산후 조리의 필수 음식 미역국

아주 큰 솥으로 두 솥이나 끓여 두었습니다.

미역국은 와플이가 제일 좋아하는 국이기도 해서 그냥 미역국에 밥만 말아줘서 한그릇 뚝딱이라 넉넉하게 만들었어요.

 

 

원래 경상도 식으로 고추가루 넣어서 칼칼하게 먹어야 제 맛인 쇠고기 무국인데, 산후 조리 음식이니까 삼삼하게 그냥 쇠고기와 무만으로 끓였어요.

쇠고기는 다 가라 앉았나봐요 ㅡ.ㅡ;;;

나중에 모유 안 나오면 고추가루 팍팍 뿌려서 먹을거예요.

 

 

해장국으로 좋은 북어국도 준비했어요.

너무 쇠고기만 먹으면 물릴 것 같아서...

산후 조리 해 주러 못 와서 마음이 짠해진 친정엄마가 미역을 포함 해 이것 저것 한국 식재료를 많이 보내 주셔서 그래도 한국 음식을 만들어 두는데 어려움은 없었네요.

 

 

산후 조리 음식을 준비하는 건 저를 위한 본능일까요? 아님 모성애일까요? ㅋㅋㅋ

참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갈비탕도 만들었지 뭐예요.

먹고 빨리 회복하겠다고 만든건지, 아님 모유 잘 나오라고 만든건지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사 먹는줄만 알았던 갈비탕을 집에서 직접 만들게 한 이 힘의 원천은...

뭐, 식욕이겠죠;;;

 

야들야들 해 진 고기는 먹기 좋게 잘라서 나눠 담고, 한덩이의 몸을 펄펄 끓는 물에 담궈 시원한 육수를 뽑아낸 무는 그냥 버릴까 하다가 잘게 잘라서 함께 담아뒀어요.

 

 

 

 

국만 먹을 수는 없죠.

산후 조리 음식 검색하다 보니 산후 조리원에서 간식으로 호박죽도 나온다는 글을 보고 만든 호박죽

셀프 산후 조리라도 먹는것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저도 하루에 하나씩 간식으로 먹을려고 호박죽 만들었지요. ㅎㅎㅎ

 

 

이 정도 준비해서 냉동실에 저장 해 두고, 밥도 미리 해서 1인분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습니다.

 

 

너무 산후조리 위주의 음식이라 맹맹한 것 같아 특별식으로 먹을려고 감자탕도 끓여서 얼려뒀지요~

왼쪽의 빨간 국물은 감자탕!!!! 등갈비로 만들어 등갈비 살만 발라서 감자랑 함께 한팩씩 포장 했어요.

나란 여자... 어디가서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요, 그쵸? ㅋㅋㅋㅋ

 

 

사실 이 외에도 돈까스, 치킨 까스도 좀 만들어 두었고, 직접 키운 깻잎으로 깻잎 김치도 만들어 두었고, 쇠고기 장조림도 해 두었기에 밑반찬도 어느 정도 준비 되었구요.

 

올해 개장 텃밭 대 성공이라 저의 식생활이 너무 풍요롭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냉동실에 저장 된 음식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고 언제든지 아기가 나와도 걱정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둘째가 좀 더 천천히 나와 줬으면 하는 이 마음은 뭐죠?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예약 포스팅으로 출산 전에 쓴 글이예요. 산후 조리 우습게 보고 애 낳자 마자 무거운 거 번쩍 번쩍 들고, 몸을 혹사 시켰더니 지금 손목, 팔, 발 뒤꿈치 통증으로 고생중이예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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