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친구들이 서서 밥을 먹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네 하던 말들 그때는 공감도 안되고, 믿기지도 않았는데, 지금 제가 싱크대 앞에 서서 밥을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참다 참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그때서야 참았던 볼일도 보고 있자니 이것이야 말로 내가 몰랐던 '신세계' 였구나 싶더군요.
아마도 미혼이신분들, 그리고 기혼이지만 아기가 없으신 분들은 역시나 공감하지 못할 얘기겠죠?
일단 한번 발을 들여 놓아보시라니깐요~ ㅋㅋㅋ
그리하여,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은 얘기가 몇가지 쌓여 있는데도 좀처럼 쓸 시간이 없어 묵혀두었다가 이제서야 씁니다.
지금도 불안 불안 합니다. 와플이가 깨면 전 또............
아놔~ 귀신이 따로 없네요!! 저 말을 하기가 무섭게 요녀석이 깼다는거 아닙니까!!!!
얼른 뛰어가서 분유 먹이고, 슬링에 넣어서 어깨에 메고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ㅠ.ㅠ
또 깨기 전에 얼른 이 글을 마쳐야되니까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식을 드셔 본 적이 있나요?
이런 경험은 결코 좋은게 아니니 (출산으로 환자식을 드신게 아니라면요) 없는게 좋겠죠 ^^
저도 병원의 환자식은 한국에서 약 20년전에 입원해서 먹어 본것이 다 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 병원에서 출산을 했으니 미국 병원의 산모식도 경험해보고, 또 와플이가 입원을 하는 바람에 환자식도 맛보게 되었지요.
단 4번의 힘주기로 와플이를 출산하고, 첫 식사는 점심 식사였는데요,
점심으로 제공된 미국 병원의 산모식부터 보시렵니까?
애를 낳자마자 간호사가 저에게 점심을 먹겠냐고 물었는데 그때는 갈증이 심해서 목이 마르다고 했더니 얼음이 컵의 반 이상을 채운 얼음물 한사발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이것을 저희 엄니가 보셨다면 손사래를 치며 못 마시게 했겠죠?
물 한잔 마시고 나니 허기가 져서 점심을 요청했더니 간호사가 가져다 준 점심이 바로 위의 사진 되겠습니다.
메인 메뉴는 그레이비를 올린 칠면조인데요, 전날 8시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마지막으로 밤새 진통하고, 애 낳느라 배가 많이 고팠던지 글쎄
칠면조가 돼지 수육맛이!!!!!!
그래서 허겁지겁 먹었어요.
실은 메뉴를 보기 전까지 전 돼지 수육인줄 알고 먹었어요. ㅎㅎㅎㅎㅎ
미국 병원에서 돼지 수육이 웬말이랍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로 제공 된 산모식입니다.
스크램블드 에그와 감자, 베이컨, 바나나, 쥬스, 콘프레이크 되겠습니다.
애 낳고, 따뜻한 미역국에 밥 말아 먹어야 하는데 ㅠ.ㅠ
이건 뭐 어디 여행와서 호텔 조식 먹는 기분이였어요.
그리고 점심입니다.
치즈 듬뿍 들어간 파스타와 샐러드, 슾, 오렌지 쥬스, 빵입니다.
사실, 이것들이 한 쟁반에 단체 출연했다 뿐이지, 나름 코스식 아니겠습니까?
식전 빵과 음료, 애피타이저로 슾, 그리고 샐러드, 메인메뉴로 파스타!!!
아웃백 부럽지 않은 산모식입니다! (그런데 왜 먹으면서도 자꾸 서럽고 눈가가 촉촉해지는거지?!?!?! )
게다가 사실 맛도 있었어요.
그리고 산모를 위한 특별식이 한번 제공되는데 두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이틀째 되는 날 저녁 식사로 특별식을 신청했답니다.
짜잔~
랍스터와 스테이크 되겠습니다!
산모식으로 무려 랍스터!!!!
미역국이 대수냐! 서러웠던 마음 랍스터로 즉시 힐링 되더군요.
게다가 디저트로 케잌까지!!!
사실, 이 병원식이 일방적으로 메뉴가 정해져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구요, 그날 그날의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전날 저녁에 메뉴표가 제공되고, 환자가 원하는 메뉴에 표시를 해서 간호사에게 전해주면 다음날 주문한대로 음식이 제공되더라구요.
보통 두 세가지의 선택사항이 있고, 메인 메뉴는 항상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고르게 됩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환자의 입맛과 취향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제가 퇴원한 후, 이틀뒤에 와플이 검진갔다가 와플이의 황달이 심해서 그날 바로 입원을 시켜야 했어요.
입원한 환자는 와플이지만, 와플이의 밥줄인 모유를 제공하는 사람은 엄마인 저이기 때문에 저에게 환자식이 제공된다며 또 메뉴를 고르라더라구요.
'얼씨구 좋구나~ '
열심히 먹고 싶은 메뉴에 체크를 해 주었지요.
아침엔 가볍게 팬케잌
점심 식사는 좀 묵직한 느낌이지만 바베큐 스페어립!!! 기대~기대~
그리하여 또 받아든 어메리칸식(?) 아침식사
스크램블드 햄엔치즈, 베이컨, 해쉬 브라운 포테이토, 팬케잌
그리고 전날 메뉴 체크를 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망의 바베큐 스페어립!!!
그런데 나름 사이드로 옥수수도 있고, 그냥 프렌치 프라이도 아닌 꼬일대로 꼬인 컬리 프라이드 포테이토와 함께 나왔는데도 느껴지는 저 립의 외로움은 뭐지???
뭔가 그냥 한덩어리 댕강 접시위에 떨어뜨려 놓은 느낌!
그러나 이내 스페어립 한덩어리의 외로움 따위는 잊어버리고 '고기는 고기일뿐' 이라며 얼른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놔~ 병원에서 또 포크 나이프 조합을 사용해 볼 줄이야!!
평생 가위로 잘라먹는 고기만 먹고 큰 탓에, 칼질이 서툴러 몹시 심하게 해체 상태가 되어 버린 스페어립 ㅠ.ㅠ
가로썰기를 해야 하는데 뼈를 가로질러 세로 썰기를 해 버렸어요.
그러나 뼈 있는 고기에 칼질이 웬말이냐며, 나이프는 내팽겨치고, 결국에는 그냥 두손으로 들고 먹었습니다.
우리 아기는 황달 치료 받느라 저러고 있는데 엄마인 저는 병원밥에 정신 팔려 한끼 먹고 나면 또 다음 끼니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저녁식사로 나온것은!!!
파스타였는데, 이것은 배고파 하는 남편에게 양보했습니다.
저는 슾과 스프라이트만 한잔 마셨을 뿐!
브뤼셀 스프라우트라는 것인데 맛은 그냥 양배추 삶은 맛이랑 비슷해요.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와플이의 1박 2일 입원이 끝나고 퇴원해도 좋다기에 더이상의 환자식은 맛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먹은 이 모든 식사 사진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식사들을 다 먹고 실은 매끼니마다 미역국에 밥도 말아먹었다는 사실!!!
네~ 한끼 2식을 했던거죠.
그리고 결론은 한국인인 저는 스테이크며 뭐며 다 필요없더라구요.
미역국에 밥이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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