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 하다는 게임 하면 이미 눈치 채셨을지도.....?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한, 한밤이면 우범 지대가 되던 지역도, 이 게임 때문에 공원화가 되어 버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떠 돌 정도로 지금 난리 난 게임이죠.
바로 포켓몬 고~ 미국에서는 포키몬 고 (pokemon go) 라는 이름인데요, 아시다시피 노랑머리 오타쿠인 와플이 아부지가 이 게임을 안 할리가 없겠지요.
와플이 아부지 뿐만이 아니라, 그의 모든 주변인들이 다 하고 있는지라 안 하면 안 되는 게임이죠
유일한 취미 생활이 비디오 게임이고, 한때 저도 게임 중독에 빠졌던 적이 있던지라 (스타 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20대의 청춘을 컴퓨터 앞에서 불태웠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ㅎㅎㅎ) 그의 취미 생활에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이제 나이도 있고, 애도 있는 이 시점에서 눈치 좀 봐가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이 인간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이 게임을 해서 속이 부글 부글 끓을 때가 있답니다.
특히 와플이가 커가면서 에너지가 넘치는데, 그 에너지를 불살라 줘야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잘텐데 낮에는 덥다 못해 뜨거운 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열기에 신생아인 제제를 데리고 나갈 수가 없으니 늘~ 집에만 갇혀 있거든요.
그런 와플이가 안쓰러워서 집에서라도 놀 수 있게 뒷마당에 그네와 미끄럼틀 셋트도 설치 해 줬지만 역시나 혼자 노는건 심심한지 10분만에 아웃 오브 흥미가 되어 다시 집안에 들어와 버리더라구요.
속마음이야 퇴근하고 온 와플이 아부지가 놀이터라도 데리고 나가서 놀리다 왔으면 하지만 해 뜨기도 전에 출근해서 일하고 온 사람에게 또 다시 애 데리고 나가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사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만사가 귀찮고 그냥 널부러지고 싶잖아요? --> 제가 그랬거든요 ㅎㅎㅎ
암튼 그래도 집 밖에만 안 나갈 뿐, 집에 오면 나름대로 와플이의 에너지 방전을 위해 몸으로 좀 놀아주기도 하고, 블럭 놀이도 해 주니까 마음속은 그 이상 바래도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안 하고 있었죠.
다만 와플이랑 놀아주기가 끝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오타쿠 본능을 대방출 하며, 딱 초딩 수준의 어른이가 되어 딴 세상으로 가 버리는 남편이 남편으로 안 보이고 그냥 게임에 중독 된 공부 안 하는 아들로 보이는게 문제라면 문제입죠.
뭐 사춘기 아들 녀석이려니~ 하면서 희망과 기대를 버리면 그럭 저럭 속 끓는 마음이 진정이 되긴 합니다. (나 보살 된거임?)
암튼 요즘 남편이 하는 게임은 '데스티니'라는 총쏘기 게임인데요,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타주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 맞춰서 같이 해요. 그런데, 몇주전에 화제의 게임 '포켓몬 고' 가 나오면서 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 오타쿠 친구들의 대화내용도 바뀌고, 관심사도 바뀌었어요.
페이스북은 온통 '포켓몬 고'의 유용한 팁 포스팅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남발하며, 데스티니의 총쏘기 게임을 하다가도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알림이 오면 포켓볼을 던져서 몬스터를 잡고, 완전 두배로 바빠진거죠. 그러던 남편이 어느날 데스티니를 하다 말고는 와플이에게
"놀이터 갈까?"
라는 천지개벽 할 소리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진짜로 저 애 젖 먹이다가 그 말 듣고, 깜놀해서 안 똥그래지는 눈을 억지로 똥그랗게 뜰려고 노력하며 남편을 쳐다 보았습니다. 질문도 하지 않았지만 제 표정으로 의도를 파악한 남편 왈
"포키몬 잡을려면 밖에 나가야 하거든"
그렇습니다. 한번 집에 들어오면 쇼파와 합체한 채, 잠들 때 까지 엉덩이를 떼는 법이 없는 사람이거늘, 그놈의 포켓몬이 뭐라고, 세상에!!! 애를 데리고 놀이터를 간다네요!!!!!
비록 게임을 위한 외출이긴 하지만 와플이에게는 잘 된 일이잖아요?
그렇게 포켓몬을 잡기 위해 와플이와 함께 연속 이틀을 나갔다 오더니 남편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 나갔는데 포켓몬이 한마리도 안 나타났어"
'앗, 포켓몬 고의 긍정적 효과는 결국 이렇게 이틀만에 끝나는건가...'
그래서 제가 직접 포켓몬 고의 게임에 대해서 폭풍 검색에 들어갔죠, 어떤 게임인지 알아야 이 게임에 중독 된 남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지속적으로 우리 가정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으니까요.
제가 나름 공부(?)를 해 본 결과, 놀이터까지 가는 길이 너무 가까웠기에 몬스터를 잡을 수 없었고, 집 근처의 호수를 끼고 좀 돌아가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겠더라구요. 게다가 장소에 따라 나타나는 포켓몬들이 다르기 때문에 물 근처에서는 물 속에 사는 포켓몬들이 나타난다고 하니 희귀 몬스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서 그걸 미끼로 입질을 하면 와플이 아부지는 덥썩 그 미끼를 물 거란 계산~ 으흐흐 ㅋㅋㅋ
그래서 제가 직접 남편과 와플이와 신생아 제제를 데리고 몬스터 사냥 겸, 산책 겸, 와플이 놀이터도 데리고 갈 겸 해서 모두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놀이터로 바로 가지 않고, 호수를 끼고 빙~ 돌아서 놀이터로 향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 하더라구요.
이상한 물고기도 나타나고, 이에 신난 남편은
" 와우, 이건 내가 없는 몬스터야!!! 정말 잡기 드문 몬스터야"
라며 열심히 포켓볼을 던지며 몬스터 사냥에 빠져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도 중독되어 버린 포켓몬 고. JPG
그렇게 해서 남편은 다시 집 밖으로 나가는 산책(이라고 쓰고, 몬스터 사냥이라고 읽어야..) 에 흥미가 생겼고, 자꾸 나가고 싶어 안달이났죠.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으니...
몬스터가 많이 나타나서 많이 잡을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포켓볼을 다 소진한거죠.
이미 4.99불을 두번이나 지불하고 충전해서 포켓볼을 구입했지만 이미 다 사용해 버렸더라구요. 제가 포켓볼 구입은 한달에 두번만 허락하겠다고 했더니 눈치만 보고 있더군요.
고로 포켓볼이 없어서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없으니 산책 할 필요가 없어져버린..
또 다시 찾아 온 위기!!! 하아~
남편에게 포켓볼을 구입하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했더니
"포키 스탑에 가면 포켓볼이랑 아이템을 공짜로 얻을 수 있어"
'아놔~ 포키 스탑은 또 뭐래?!?!?! 누구 애미는 자식 공부를 위해서 이사도 세번 했다는데 큰 아들 몬스터 사냥과 작은 아들 놀이터 외출을 위한 일에 그깟 포키 스탑 가주지 뭐... '
그리하여 그 포키 스탑이 어디인지 찾아서 차로 약 20분 달려 포키 스탑이 무려 두개가 나란히 있는 황금 포키 스탑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고 그 곳에서 포켓볼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이 포키 스탑에서 아이템을 한번 받은 후 5분이 지나면 리프레쉬가 되어서 다시 아이템을 얻을 수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곳에 차를 세워 놓고, 약 40분 동안 포키 스탑 리프레쉬가 될 때마다 포켓볼과 아이템들을 신나게 주워 담았습니다.
그리고 와플이 아부지는 열심히 몬스터와 싸워서 체육관(짐)도 탈환 했구요, 전 남편의 팀에 꼽사리 끼어 저도 체육관 탈환 멤버로 당당히 단상 위에 섰습니다.
(누구는 미인대회 나가서 단상에 섰다는데... 저란 여자는 몬스터를 앞세워 단상에 서 보는군요. ㅋㅋ)
이제 포켓볼도 빵빵하게 충전 했겠다, 몬스터 출몰 지역도 알아뒀겠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된 와플이 아부지,
아 유 뤠디???
그렇게 해서 포켓볼 방전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몬스터 사냥과 와플이의 놀이터 외출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어른이는 몬스터 잡아서 좋고, 작은 어린이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어서 좋고, 저는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또 에너지 대방출 후 집으로 돌아 온 와플이가 떡실신 해서 잠들어 버리니 애 재우느라 진 빼지 않아도 되서 좋고 이게 바로 온 가족이 윈윈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포켓몬 고는 저희 가족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 참으로 바람직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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