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있는 집에서 캠핑 생활 한지도 이제 3일째 접어듭니다.
미국에 들어올 때 제 슈트케이스 1개, 남편 슈트 케이스 2개, 와플이 슈트 케이스 1개 달랑 들고 들어왔어요.
말 그대로 각자의 옷 몇가지 챙겨 온게 다~예요.
물론 핸드 캐리로 들고 온 짐은 저것이 다~ 이지만 이런 캠핑 생활을 예상 했기에 일본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시댁으로 택배를 세 상자 정도 보내 둔 것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과도1개, 도마, 락앤락 반찬통 셋트, 일회용 나무젓가락 한 팩, 소형 전기밥통, 뒤집개 1개, 실리콘 주걱 1개, 그 외에 자잘한 한국 식재료들을 넣어 왔다지요.
호텔 생활 청산하고, 실내 캠핑 생활을 시작하고 드디어 제 손으로 밥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다시다 씨에프 100번은 찍은듯 해요.
"그래, 이 맛이야!!!"
첫날은 미역국에 밥 말아 먹었구요, 둘째날은 밥에 연어구이 올려 먹었구요, 셋째날인 오늘은 불고기를 해 먹었네요.
조리도구도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짐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서바이벌 정신으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밥 다~해 놓고 밥 먹을 곳이 없다는게 문제죠 ㅠ.ㅠ
식탁은 말할 것도 없고, 밥상도 없어서 3일째, 주방 바닥에 쪼그려 앉아 접시들고 노숙자 모드로 밥 먹고 있습니다. ㅠ.ㅠ
1일째, 2일째까지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3일째가 되니 밥 다운 밥을 사람답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와플이는 정해진 양의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이고 싶은 생각에 한국에서 스텐레스 식판을 사 와서 거기에 음식을 담아줬는데 바닥에 앉아서 먹던 와플이가 식판만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자 남편이 그 식판을 보며
다 먹었으면 싱크대에 놓지, 개 밥그릇 처럼 바닥에 뒀어?
하는 말에 돌아보니 질질질~밥알 여기저기 흘리고 식판에도 음식들이 조금씩 남아 있는 상태가 정말로 개 밥그릇 같더라구요 ㅠ.ㅠ
'그래, 당장 식탁이 필요해!!!!'
일본에서 보낸 짐이 도착하려면 아직 보름이나 더 있어야 하고, 게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식탁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던데다, 새로 이사한 집에 어울리지 않아서 새 식탁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제게 이참에 그냥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이유가 생긴거죠.
그리고 더더욱 저를 부추긴건 독립 기념일 세일!!!
그리하여 식탁 쇼핑을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중,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침 맘에 드는 식탁을 발견했습니다. 역시나 독립 기념일 세일 행사 중이여서 냅다 주문을 하기로 했죠.
재고 확인을 위해 온라인으로는 주문이 안되고,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메세지가 떴지만 밤 12시까지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하니 맘 먹은김에 주문할려고 밤 10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수고하시는 상담원 렉시씨에게 긴밀하고 신속하게 카드 정보를 알려드리니 창고에 재고가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받아 볼 수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아~ 씐난다!!!
렉시씨는 그냥 상담원이 아니였습니다. 제가 고른 식탁에 칭찬을 아까지 않으며 "식탁에 어울리는 장식장도 있는데 같이 구입하지 않으련? " "니가 고른 식탁 의자의 패브릭은 아주 아주 밝은색이라서 물이나 음식물이 묻으면 자국에 눈에 띄고 세탁하기가 힘든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우리가 세탁 서비스를 해 주는데 하지 않으련?" 하며 영업까지 하셨지만 가볍게 노땡큐로 화답하고, 얼른 배송일을 알려 주기를 기다렸죠.
키보드 타닥 타닥~소리를 들으며 새 식탁에서 밥 먹을 흐뭇한 상상을 하고 있는데 렉시씨가 말합니다.
"너의 식탁은 7월 15일에 배송될거고, 하루종일 창문을 보면서 기다리지 않도록 정확한 시간은 24시간내에 우리 직원이 너에게 전화를 해서 알려 줄거야"
7월.......15일.....?!?!?!?!?!
오늘은 6월 30일이란 말이다!!!!
창고에 재고도 있다면서 15일이나 걸리는 이유가 대체 뭐니? ㅠ.ㅠ
그 이유를 알려고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Welcome to America!!!
그렇지, 여기 미국이지 ㅠ.ㅠ 5년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2/08/05 - [미국 생활기] - 느려터진 미국인의 일처리, 한국인은 속터져!!!!!
2012/08/06 - [미국 생활기] - 느려터진 미국인의 일처리, 한국인은 속터져!!! 2부
인내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하는거죠, 뭐.
15일이면, 원래있던 우리 식탁도 도착하는 날인데...
결국 사람답게 밥 먹어 보겠다는 저의 기대는 그렇게 무참히 깨져버렸고, 앞으로 15일이나 더 바닥 생활을 해야 합니다. ㅠ.ㅠ
게다가 상담원 렉시씨는 잊고 있었던 미국의 또 다른 기억을 일깨워줍니다.
"배송료는 $200이고, 택스$ **.**, 토탈 금액은 $****.**야 라며 배송료 폭탄을 터뜨려주더군요.
그렇지, 미국은 배송료도 어마무시했지....
미국, 그동안 잊고 잘 살았는데 거북이 배송과 배송료 폭탄으로 제 가슴을 후벼파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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