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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너무 매웠던 찜갈비, 미국인 남편의 평가는~

by 스마일 엘리 201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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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한국에 갔을 때, 한국 식재료도 사오면서 간편 조리 식품들과 몇가지 소스도 구입해서 왔어요.
그 중에 제가 아껴 뒀던 대구 매운 찜갈비 소스~
제가 매운 음식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몇번 블로그에도 언급 했지만, 주기적으로 매운 걸 먹어줘야 속이 풀리고, 매운 걸 먹고 나면 기분도 좋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매운 찜갈비를 좋아하는데, 제가 사는 곳에는 한인 마트가 없고, 한국 식품은 온라인 주문으로 사 먹기 때문에 청량 고추 구하기가 힘들어 찜갈비를 만들어 먹을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매운 찜갈비 소스를 사왔고, 매운걸 먹지 않으면 내 영혼이 사그라들것 같은 날에 먹어야지 하며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꺼내 든 게 어제였답니다. ㅎㅎㅎ
그렇다고 어제 제 영혼이 사그라들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건 아니구요, 찜갈비 소스가 눈에 띌 때 마다 자꾸 "제발 나를 먹어줘~ 제발~" 하는 환청이 들리더라구........요. ㅡ.ㅡ;;;;



그래서 쇠고기 갈비 부위 사다가 핏물 빼고, 슬로우 쿠커에 6시간 익혔더니 고기살도 부들부들 한것이...미국산 소가, 한우의 살결로 재탄생하는 신세계를 슬로우 쿠커께서 열어 주시더군요.

찜갈비 소스의 봉투뒤에 있는 설명서 대로, 각종 야채와 소스를 넣고, 냄비에서 자작하게 졸였더니
으으음~ 스멜~~
코를 찌르는 맵삭한 냄새와, 그럴듯 해 보이는 찜갈비
사실 매운 찜갈비는 일부 한국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맵기잖아요.
그래서 남편이 감당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지만 은근히 매운거 잘 먹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남편이라..
때로는 제가 맵다는데도 남편은 그다지 맵지 않다며 여유를 보일 정도로 탄탄한 내공을 쌓아 왔기에 남편의 자신감을 믿어 보기로 했답니다.
물론, 수차례 경고는 해 두었지요.

접시에 음식을 담고, 식탁에 내었더니 남편이 젓가락으로 갈비 하나를 집으려다 말고

아!!! 맞다!!!! 자기 사진 찍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음식 만들고 나면 성취감에 사진을 찍어 두거든요.
사실은 다목적용 사진입니다.
자신감 고취용, 식욕 없을 때 애피타이저용 (입맛 없을 때 맛있는 음식 사진 보면 땡기기도 하잖아요^^;;) 다이어트때 대리만족용

하지만 이렇게 이미 만들어진 소스로 만든 음식은 100% 제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둬도 저에겐 별 의미가 없어서 사진을 안 찍었어요. (이렇게 포스팅 할 줄 알았다면 찍어둘걸 그랬나봐요~ )

아무튼 남편도 저도 제대로 된 한국의 매운 맛을 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찜갈비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기대한 것보다 더 훨씬 매웠는지, 한입 베어 물기도 전에 양념이 목으로 바로 넘어가서 이미 "켁켁~ " 거리더라구요.

내가 경고 했잖아~

물로 따가운 목을 진정시킨 남편은 본격적으로 찜갈비를 먹기 시작하더군요.
지방은 절대로 안 먹는지라, 살코기만 (얄미워라~) 발라내어 먹더니 이내 온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어요.
감당할 수 있는 맵기인가보다 싶어 저도 갈비찜을 먹기 시작했는데....
컥!!!! 켁 켁~

맙소사!!!!
이건, 한국인인 저도 감당할 수 있는 맵기가 아닌겁니다.

갑자기 속에서 불길이 확~ 솟구치는 느낌이였어요.
저 정말 매운거 잘 먹는 사람이거든요.
같은 한국인들끼리 먹어도, 남들 다 맵다는데 저만 안 맵다고 하고, 친정에서 밥 먹을때도 저희 가족들은 아무도 청량고추를 안 먹는데, 저 혼자서만 청량고추를 쌈장에 푹푹 찍어 먹던 사람이였어요.
'일본에 있는 동안 매운 음식을 자주 안 먹어서 위가 놀란건가?'
그래도 제가 그렇게나 먹고 싶어하던 음식이였으니 매운 것을 참아가며 계속 먹었습니다.
그런데 고기 세 점 정도 먹고 나니 저도 얼굴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침도 고이고, 몸도 후끈 후끈 해 지는것이 아후~ 그냥 죽겠더라구요.
남편도 이미 얼굴이 빨개져서 얼굴에 육수 대방출 중!!!
전 더 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포기'를 선언하고,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미안해,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 우유 있으니까 우유 가져다 줄게, 아니면 그냥 이거 먹지 말고 사과 먹어.

그랬더니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저를 빵~ 터지게 했습니다.

난, 이걸 먹으면서 '오늘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 벌을 받고 있는건가' 알아 내려는 중이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면서도 꾸역 꾸역 그 매운걸 다 먹고 나서는 

난, 이제 입에서 불도 뿜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는 진정이 안되는지  " 후~ 후~ " 하면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는 계속 서성거리더니만 급기야는 우유에 씨리얼을 잔뜩 부어서 한그릇 말아 먹더라구요.
그걸 보니 어찌나 미안하던지ㅠ.ㅠ 
게다가 어제 먹은 매운 찜갈비는 예상대로 남편에게 장트러블을 일으켰는지 새벽에 일어난 남편으로 부터 문자가 도착했어요.



뭐~ 해석이 필요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그리고 화장실에서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끝낸 남편이 침실로 올라와서는 제 귀에 속삭인 한마디

으헉~ 난 오늘 내 엉덩이가 화염을 토해내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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