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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입니다.
한국에서는 풍성한 명절 음식들과 함께, 가족들이 모여 앉아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계시겠지요? (여기는 별 다를것 없는 그냥 주말입니다 ㅠ.ㅠ)
역시 명절이 되니, 인터넷에는 미리부터 며느리 되시는 분들의 푸념 섞인 글들, 명절 준비로 걱정하는 글들이 폭주하더라구요.
한국 며느리들의 불만 중 하나가 결혼 전 안 하던 효도를 결혼하고 나서 와이프한테 시킬려고 한다는 말 많이들 하시죠?
물론, 효도를 강요하는 남편도 있지만, 비록 강요하지 않더라도, 남편이 이것저것 살갑게 시댁 일을 잘 챙기지 않으면 결국 그런 일들은 고스란히 며느리의 몫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이 미국 남자도, 살아보니 뭐 별거 없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제 남편의 흉을 살짝 볼려고 합니다.
1. 무심한 아들, 시부모님 안부 챙기기는 며느리 몫
저희가 일본에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그동안 시어머님과 연락은 이메일을 통해서만 하고 있습니다.
국제 전화는 부담되고, 스카이프는 시댁쪽의 컴퓨터가 느려서 자꾸 끊기고, 또 시차 문제도 있다보니 그냥 서로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고 있는데요, 1년이 넘는 동안 남편이 시어머님께 이메일을 보낸건 딱 한번 뿐!
그 외에는 제가 계속 이메일을 보내 드렸어요.
제가 남편에게 어머님한테 이메일 좀 보내 드리라고 해도 (가까이 사는것도 아니고, 타국에 있는데, 아들로부터는 소식이 없고, 며느리한테서만 소식이 오면 '우리 아들 며느리한테 혹시 삶아 먹힌거 아냐' 하고 의심하실 수도 있고 ㅡ.ㅡ;; )
자기가 메일 보내 드리는데, 내가 메일 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런 속터지는 소리를;;;;
내가 보내는거랑, 자기가 보내는거랑 다르다고 해도 우리는 셋트니까 제가 보낸것은 곧 자기가 보낸것과 마찬가지라며 말을 안들어 먹어요 ㅠ.ㅠ
태평양 건너 가 있는 아들이 이렇게 무심하니, 며느리인 제가 근황을 알려 드릴 수 밖에 없죠.
물론, 남편도 시댁에 연락 자주 드려라 강요한 적도 없고, 시어머니 역시 저한테 소식 좀 자주 달라고 눈치 주신적은 없어서 시댁에 연락하는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심한 아들때문에, 시댁에 안부 메일을 보내는 것은 고스란히 제 몫이 되었죠.
그리고 지금껏 보통 한달에 한번 정도는 꼬박 꼬박 메일을 드렸는데, 제가 두달 동안 메일을 못 드렸어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컴퓨터에 앉으면 블로그 포스팅 하고, 덧글 달고 하다 보니 메일 쓴다는걸 매번 까먹거든요.(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제 뇌가 노화 및 고도비만으로 움직임이 둔해져서 5분이상은 활동을 못해요)
심지어는 저번달 말에 시어머니께서 저희들 기념 선물로 보내 주신 소포를 받고도 감사하다는 메일도 아직 못 보내 드렸어요 (무심한 아들에, 게으른 며늘까지;;;; ㅠ.ㅠ )
그랬더니 오늘 시어머님께서 저와 남편에게 각 각 메일을 보내셨더라구요.
가족들의 이런 저런 근황을 써 주시고는 제일 마지막에
아들아, 메일 좀 쓰거라, 너한테 소식을 들은게 몇달이나 지났구나.
요렇게 왔더라구요. ㅋㅋㅋㅋ
꼭 찝어서 남편에게 메일을 쓰라고 했으니 이번만큼은 남편에게 메일을 보내도록 할려고
어머님이 이렇게나 자기한테 메일을 받고 싶어하시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자기가 메일을 써!
알았어, 내일 다시 한번 더 나한테 상기 시켜줘
알았어 (오오~ 이번엔 자기가 직접 쓸건가봐!!! )
내일 나한테 상기 시켜주면 내가 그때 자기한테 메일 쓰라고 다시 한번 얘기할께~
>.< 아~ 진짜!!!!! 얘 뭥미?????
이런 아들을 둔 울 시어머니가 가여워서라도 그냥 제가 오늘 자러 가기 전에 메일 쓸려구요 ㅡ.ㅡ;;;;
*** 이것은 남편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얘기니 절대로 일반화 하셔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미국인과 결혼한 제 친구의 경우는 남편이 매일 매일 시어머님과 하루에 30분이상씩 통화 한다고 해요, 그러나 제 남편의 경우는 전화로 통화하는 것 자체를 너무 싫어해요***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2. 경조사 챙기기, 역시나 며느리의 몫
제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시어머님께 가족들의 생일을 알려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리스트를 따로 보관해 두고, 가족들의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안부 전하기에 무심한 아들이, 가족들의 생일을 기억할리가 만무하지 않습니까?
제가 "다음달에 아버님 생신이 있으니까~ " 라고 하면 "그래? 몰랐네" 이런식입니다.
그리고 올해 5월초에는 "어머님께 드릴 선물 사러 가자" 했더니 남편은 "갑자기 무슨 선물?"
제가 답답한 제 가슴을 치며 "어머니날이 돌아오잖앗!!! " 시큰둥하게 남편은 " 그런가?"
심지어는 저번 남편 직장 동료 송별회에 참석했을 때 내년 7월에 3개월간 남편의 미국 출장이 잡혀 있다고 직장 상사분이 말씀하시길래 제가
그때, 남편 동생 결혼식이 있는데요??
했더니, 직장 상사도 아닌, 제 남편이!!!
그래?? 내 동생 결혼식이 언젠데????
이쯤하면 말 다한것 아니겠습니까??
남편만 믿고 제가 맘 놓고 있다가는 가족들 생일은 물론이고, 막내동생 결혼식도 못 가는거지요 뭐;;;
오죽하면 저희 시어머님께서 제 생일이 시어머님 생일 바로 뒷날이라는 것을 아시고는
엘리 생일 하루전이 내 생일이니까 이제 절대로 내 생일을 잊어버릴 일은 없겠지???
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또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제 생일 만큼은 절대로 안 잊어 버리더라구요.
(사랑의 힘이라기 보다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철저한 생존 본능이겠지만요)
그덕에 결혼 이후에 시어머님 생신도 안 잊어버리게 되었구요.
생일을 기억한다고 해서 남편이 따로 뭘 하는건 없지만요.
기억만 할 뿐, 시어머님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소포로 보내는 것 까지 전부다 제 몫입니다.
그나마 생일 선물은 생일 당사자의 선물 하나만 준비해서 보내면 되지만 크리스마스때는 온 가족 선물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1인당 두 세개씩 마련해서, 카드 작성에 포장에, 발송까지~
제가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들 쇼핑하고, 하나하나 쪼그려 앉아 카드 쓰고 포장하면서 한국 며느리들은 전 부치느라 허리가 나가고 미국 며느리들은 선물 포장하느라 허리가 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뭡니까?!?!?!?!?!
작년 크리스마스때 제가 포장한 시댁 가족들을 위한 선물
(거기에 국제 결혼한 커플들은 한국 부모님의 경조사와 한국 명절 챙겨야죠, 또 남편의 부모님 경조사와 남편 나라의 명절까지 챙겨야 하니 이건 뭐 1년 열두달 경조사 없는 달이 없습니다.)
한국 며느리들의 고충에 비하면, 저의 고충은 새발의 피라, 어디가서 힘들다 말도 못 꺼내지만, 미국인 남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마냥 한국 며느리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핑크빛 환상은 금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글을 읽을 때 쯤이면 많은 며느리분들은 친정에서 맘 편하게 쉴 수 있겠지요?
며느리분들 추석동안 시댁에서 음식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남편분들도 장거리 운전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노처녀 노총각분들, 친적분들의 오지랖 질문을 견뎌 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학생분들, 추석 용돈 받은거 꼭 저금하세요!!!!
마지막으로 우리 예쁜 올케~
고생했어, 친정에서 푹~ 쉬어 ^^
그리고, 이 포스팅 역시 저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올린 글이니, 모든 미국인을 일반화 할 수 없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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