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99년만에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완전 일식을 미국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부분적으로 가려지는 부분일식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완전하게 가려지는 완전 일식은 미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 있는 해당 지역은 그 기대로 인해 며칠전부터 들썩였습니다.
그리고 전생에 제가 나라를 구하진 못했어도, 사람 목숨 하나는 살렸는지 운이 좋게도 완전 일식을 볼 수 있는 그 루트에 딱! 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동네 페이스북에서는 일식 전용 안경때문에 대란이 일어 났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아마존에서는 물건이 동이 났구요, 동네에 판매할 만한 곳들도 이미 물건들이 다 팔려 나간 상태라 일식을 하루 앞두고 페이스북의 중거 거래나 커뮤니티 페이지에서는 일식 안경을 구하는 글들로 난리가 아니였습니다. 열군데 이상 전화해 봤는데 다 팔렸다며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저 글에서 간절함이 느껴질 정도예요.
저는 이 게시글을 올린 판매자에게 구입했는데 제일 처음에 3불에 판매하셨고, 그 다음에는 개당 5불에 판매 하셔서 두개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일식 전날이 되자 팔고 남은 것들을 떨이로 싸게 파는게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더 올려서 8불에 판매하고 계시더라구요.
다른 판매자들도 이미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2~3불하던 것들이 20불까지...
역시 특수를 맞이하는 장사꾼의 마인드는 국적 불문 똑같나봅니다.
물 들어올때 열심히 노 저여야 한다며...
그리고 드디어 일식 당일인 8월 21일이 되었습니다.
절대로 맨눈으로 태양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각종 미디어에서 경고를 하고 있었고,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통제하기가 힘드니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일식 안경을 구입했던 판매자도 안경이 얼굴에서 뜨지 않도록 고무 밴드를 매어서 얼굴과 안경 사이에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꼭 조심하라고 강조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천방지축 와플이가 안경을 벗어 던지는건 순식간일텐데...
내가 안경을 계속 잡아 줄 수도 없고, 저 부실한 종이 안경이 얼굴에 찰싹 달라 붙어 있을리도 없고...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의 해결책!!!
요렇게 종이 접시에 안경을 붙여서 가면처럼 얼굴 전체를 덮어 주면 안경과 얼굴 틈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올 일이 없겠더라구요.
우리 아들 접시 가면 쓰고 숨 막혀 죽을까봐 숨구멍은 확실히 뚫어줬다잉~
문제는 이 요상한 가면을 와플이가 순순히 써 줄것인가가 문제!!!
지구의 평화는 다른 히어로들에게 맡겼다.
한줄기의 빛이 새는것도 허락치 않는 나는 바로 접시맨!!!
이 접시 가면의 장점은요.
일식 안경의 특수성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오직 해만 볼 수 있음)으로 인해 이 안경을 쓴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주지 않는 이상 거울로 절대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자신의 몰골이 이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없는 와플이는 순순히 이 접시 가면을 써 주었습니다.
남들이 보는것도 아니고, 우리집 뒷마당에서 보는건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구요.
빛 차단이 잘 되나 확인도 하고, 일식 안경에 하자 없나 태양도 한번 확인하고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죠.
일식 안경을 제 아이폰 카메라에 덧 대어서 사진을 찍었더니 태양이 요렇게 찍혔어요.
저도 태양을 직접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서부의 시애틀을 거쳐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내려오는 루트라, 이미 서부쪽에는 완전 일식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NASA의 라이브로 그 장면을 봤어요.
거의 다 가렸어요.
완전히 가려지고 태양 주변의 코로나가 링처럼 보이는 모습
그냥 화면으로 보는건데도 신기했어요.
두근 두근, 이 모습을 잠시 후 저희집에서도 볼 수 있다니!!!!
저희쪽에서는 완전히 가려지는 시간이 2시 45분이여서 그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 져서 밖을 나가보니...
좀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여버린 ㅠ.ㅠ
하아!!!
결국 2시 45분에는 구름으로 뒤덮이고 비 마저 내려서 완전 일식이고 부분 일식이고 폭망이였어요.
빛 차단 접시가면 쓴 우리 접시맨은 일식 볼거라고 앞도 안 보이는 저 흉칙한 가면 쓰고 기다렸는데...
대실망 했지만 아쉬운대로 라이브 방송 보면서 2시간 떨어진 찰스턴의 완전일식 장면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완전 일식을 미국에서, 내 집에서 보다니!! 하며 운이 좋다 했는데, 전생에 구한게 파리 목숨이였나봐요.
지지리 복도 없는....
모든 조건이 완벽했는데 구름에 가리고 비 까지 내릴줄이야!!!
그거 보겠다고 안경까지 사고 접시 가면까지 만들었는데...
억울해 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대신 봤다며 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뭐, 별로 멋지진 않지만..
우리 접시맨에게 보여 줄 사진은 건졌으니....
다음 완전 일식은 2024년, 7년 뒤인데 제가 사는 곳으로는 지나가질 않더라구요.
그러니까 오늘 봤어야 했는데.....
이렇게 저의 완전 일식 경험기는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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