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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면 안되는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7.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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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저녁 준비로 분주하던 어느날...

갑자기 다리를 잡고 매달리는 둘째 녀석...

 

세 모금 빨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수면유도젖을 달라는 신호였습니다.

별 수 있나요? 저녁 하다 말고 애 데리고 재우러 들어갔죠.

뒷일은 남편에게 "부탁해요~ (맘속으로만 이덕화 버전) " 하고 말이죠.

 

그날의 메뉴는 햄과 매쉬드 포테이토, 그 위에 끼얹어 먹을 그레이비, 그리고 디너롤이였습니다.

햄은 이미 오븐에 들어가 있었고, 감자도 물에서 삶아지고 있는 중이였고, 남편이 할 일은 발효가 다 된 디너롤을 오븐에 넣어서 구운 후 시간 되면 꺼내기만 하면 되는거였어요.

 

 

 

 

디너롤은 간단하게 냉동 도우를 사서 4시간 전에 꺼내 놓고 젖은 면보를 덮어 두어요.

그래야 겉이 마르지 않고 촉촉한 상태로 발효가 되니까요.

 

 

 

4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말랑 말랑 촉촉하게 발효가 되어 있답니다.

그럼 그냥 이대로 오븐에 넣어서 굽기만 하면 되지요.

간단 간단~

이런거라면 우리 와플이도 초등학생만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겠죠?

 

 

오븐에서 15분 구워져서 나오면 이렇게 통통한 디너롤이 완성 된답니다.

 

이 간단한걸!!!!

 

 

젖 먹이러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할 일을 일러 주었어요.

 

" 우선 디너롤 오븐에 넣어서 15분 타이머 설정하고, 감자 다 삶아지면 으깨서 매쉬드 포테이토 만들고, 마지막에 그레이비만 만들면 돼"

 

그것쯤이야!! 라든 듯 걱정 하지 말라는 말만 믿고 둘째를 재우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그......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

 

"아아아아악!!! 디너롤에게 무슨짓을 한거야!!!!"

 

 

처참한 디너롤 . JPG

 

그냥 오븐에 넣고 15분뒤에 꺼내기만 하면 되서 실패 할래야 할 수가 없는데 대체 디너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ㅠ.ㅠ

 

 

 

 

 

 

면보...가 그날따라 없어서 가재수건을 적셔서 덮어놓긴 했지만 면보든 가재수건이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실패 가능성 0.00001%를 뒤엎고 당당히 실패를 한 남편의 만행이죠.

 

하아.......... 짐작이 되십니까?

 

이 남자한테 디너롤은 그냥 오븐에 넣어서 굽기만 하면 된댔더니 정말로

 

그. 냥. 그. 대. 로.  오븐에 넣어서 굽기만 했더라구요.

 

가재 수건을 걷어 내지 않고 그. 냥. 그. 대. 로. 말이죠.

 

 

 

 

 

그리하여 가재수건에 빵 반죽이 붙은채로 구워져 버린 대 참사!

게다가 젖은 수건의 습기 때문에 빵이 제대로 구워 지지도 않은 그 대 참사!

 

불행 중 다행으로 젖은 수건의 습.기. 덕분에 불이 나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였던 바로 그 대 참사!

 

 

그러나 단순한 저희 부부는 금새 참사를 극복하고 덜 익은듯 덜 익지 않은 덜 익은것 같은 디너롤을 찢어 먹으며

 

"그래도 맛만 있네!!!" 하며 잘 먹었다는 뒷 얘기...

 

 

 

다만 지금 이 포스팅을 쓰면서 불현듯 떠 오르는 의심 한가지

 

남편이 디너롤을 오븐에 넣을 때 가재 수건을 그대로 넣어서 구운 건

 

"나에게 집안일을 시키면 안 시키느니만 못하다"

 

라는 메세지를 주고자 했던 남편의 미필적 고의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실수였을까요?

 

흠.... 미궁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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