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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에서 알바하기-융통성과 매뉴얼 사이2

by 스마일 엘리 201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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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융통성과 매뉴얼 사이 첫번째 이야기를 아직 안 읽으셨다면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신 후 이 글을 읽어 주세요~

 

2016/05/04 - [미국 생활기] - 미국에서 알바하기-융통성과 매뉴얼 사이 1

 

 

오늘은 융통성과 매뉴얼 사이 세번째 에피소드를 이어갑니다.

 

세번째 이야기-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고 제발 나에게 정확한 기준을 정해 달란 말이닷!

 

아마도 이 에피소드가 저를 폭발하게 만든 결정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쿠포닝" 이라고 해서 할인 쿠폰을 이용해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가 있는데, 이 쿠포닝을 하시는 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해서 최대 할인의 헤택을 받아서 구매를 합니다.

 

보통 쿠포닝 좀 한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을 가장 싸게 파는 마트에서 플러스로 특가 할인을 하고 있을 때, 그 특가에 쿠폰을 사용해서 최저 금액으로 구입을 해야 '으음~ 나 쿠포닝 하는 여자야!' 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죠.

 

 

 

이렇게 마트 광고지에 특가 세일 상품이 뜨면, 그 상품들 중, 할인 쿠폰을 중복 적용해서 최저가의 최저가로 구입하는게 쿠포닝의 묘미죠~

 

그리고 쿠포닝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눈에 띄는 한 분이 저희 마트에도 오십니다.

늘 밤 10시쯤에 방문하셔서 10개에 10불하는 상품을 40개~ 50개씩 구입하신 후, 1불 쿠폰을 40개~ 50개 사용하셔서 공짜로 가져가시기도 하고 몇불만 내고 구입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분이 오신거죠.

 

그리고 때마침 저희 마트는 샴푸 린스 데오도란트, 콜게이트 치약 등등 메가 세일 중이였습니다.

10시가 되어서 나타나신 이분께서는 카트 두개에 산더미처럼 세일 상품들을 쌓아서 제가 있는 계산대에 물건들을 내려 놓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스캔 공장 공순이로 빙의한 저는 삐익 삐익 재빠르게 스캔하고, 봉투에 담았습니다.

카드 두개에 가득 담긴 물건들을 스캔하는데만도 시간이 엄청 걸렸어요.

이미 그 손님 뒤에 다른 손님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물건들을 다 스캔하자 이 여자분께서 쿠폰을 꺼내 놓으셨는데 정말 쿠폰이 백장도 넘었어요.

양손 가득 쥐고 있는데 손으로도 다 쥘 수 없을 정도의 쿠폰을 꺼내 놓으시는겁니다.

 

허거걱~

 

뒤에 손님들이 줄을 서 계시니 최대한 빠르게 쿠폰들을 스캔했고, 260불이 넘던 가격은 대부분의 쿠폰이 적용되어서 약 20여불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물건들을 스캔하고, 쿠폰을 스캔하는데만 이미 20여분이 훌쩍 지났는데, 문제는 중복 사용할 수 없는 쿠폰들이 있어서 일부는 스캔이 되지 않길래, 사용할 수 없는 쿠폰들을 돌려 주자 그 여자분이

 

"쿠폰 적용 받지 못한 것들은 다~ 빼 주세요, 쿠폰을 사용할 수 없으면 안 살거예요"

 

 

'아.... 손님, 절약도 좋지만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습니까? 260불 구입해서 240불이나 할인 받았으면 뒤에 줄 서 계신 손님 생각도 좀 하시고, 이걸 취소하기 위해 쿠폰 적용이 안 된 제품이 들어 있는 비닐 봉투를 카트에서 찾아서 그 제품들을 다시 꺼내어 취소 버튼을 누르고 또 다시 스캔을 해야 하는 이 복잡한 과정을 좀 이해해 주셔서 20여불 정도는 그냥 구매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감히 입 밖으로 이 말들은 꺼내지도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만 제 가슴을 후려치며 

 

"올 롸잇" 

 

비닐 봉투를 뒤적 거리며 쿠폰 적용이 되지 않은 제품들을 찾고 있는데 폭발은 엉뚱한데서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거면 나한테 다른 줄로 가라고 알려 줬어야 하는거 아니예요?

 

그 쿠폰 레이디의 뒤에서 잡지책을 뒤적 거리며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던 손님이 저한테 한 소리인지, 그 쿠폰 레이디 한테 한 소리인지 언성을 높이더군요.

 

죄송해요, 쿠폰 적용이 안된 제품을 취소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하자 그 여자분은 쿠폰 레이디에게

 

이렇게 많은 쿠폰을 사용할거면 뒷 사람에게 알려 줘야죠

 

하며 계산대에 올려 두었던 그녀의 상품을 다시 카트에 담아서 그녀는 사라졌습니다.

 

쿠폰 레이디는 "쏘리" 라는 단 한마디만 하고는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어쨌든 저는 다시 열심히 쿠폰 적용이 안된 제품들을 꺼내어 취소 버튼을 누르고 하나씩 취소 스캔을 하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매니저와 슈퍼 바이저2 가 나타나더니

 

엘리, 우리 마트의 규정상 제조사 쿠폰은 한번에 5장 밖에 사용 못해요, 그냥 이 거래 자체를 전부 취소하세요!!! 그리고 쿠폰 다 돌려 주세요.

 

하며 제 눈 앞에서 거래 취소 버튼을 눌러 버리는겁니다.

 

오 마이 갓!!!

 

그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쿠폰 레이디는

 

"여태껏 쿠폰을 많이 써도 다 받아 줬는데 왜 안되는거예요? 오히려 거래 취소하는게 더 번거롭잖아요? 봉투에 담아 있는 상품들도 다 꺼내야 하고..."

 

라며 항변했지만 저희 매니저는 단호하게

 

"규정이예요"  

 

쿠폰 레이디는 더 항변하고 싶어했지만 영어가 길게 안되자 스패니쉬를 말 할 수 있는 직원을 불러 달라고 했고 (사실 그 스패니쉬 직원이 늘 그녀의 쿠폰 사용을 너그럽게 받아 주곤 했거든요) 그 직원은 그날 쉬는 날이라 없었기에 매니저는

 

"노 스패니쉬!"

 

 

라고 단칼에 자르고는 사라졌습니다.

 

240불 할인 받았으니 그냥 20불 정도 내고 구입했으면 거래 취소 당하지도 않고, 절약 쇼핑하고 좋았을텐데 더 욕심내다가 아예 판매 거부를 당해버린 쿠폰 레이디는 한동안 계산대를 떠나지 못하고 저에게 스패니쉬를 불러 달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울상이 되어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쿠폰 레이디 뒤에 줄 서 있던 손님이 고객 센터로 가서 컴플레인을 했더라구요. 그래서 매니저가 제 계산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알게 되었고, 저에게 오게 된것이였습니다.

 

아무튼 전 새로운 규정을 이날 비로소 알게 되었죠.

 

이렇게 많은 쿠폰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요.

 

저희 마트의 규정상 제조사의 쿠폰은 한번에 5장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을요. 저희 마트에서 자체 발급한 스토어 쿠폰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5일 뒤...

 

어떤 여자분이 계산을 끝내고 제조사 쿠폰을 약 20장 꺼내시더라구요.

그래서 전 매니저의 가르침대로 말했습니다.

 

"우리 회사 규정상 쿠폰은 5장까지만 사용가능한데, 20장 중 사용하고 싶은 쿠폰 5장을 골라 주세요"

 

그러자 그 여자분은

 

"뭐라구요? 언제부터요? 언제부터 그런 규정이 있었나요? 지금까지 쿠폰 5장 넘게 사용했지만 그런말 들은적 없어요, 매니저 불러주세요"

 

불러드립죠~

 

매니저를 부르러 갔는데 그날 매니저는 휴무였고, 슈퍼바이저 1이 있길래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냥 스캐너가 인식하면 다 적용시켜 주세요"

 

역시나 이놈의 규정도 사람따라 다르구나... 를 다시 실감하며 제 계산대로 돌아와 손님에게 구차하게 변명을 했습니다.

 

"원래 회사 규정은 한번에 5장인데, 슈퍼 바이저가 다 적용 시켜 주라고 하네요, 오늘은 20장 다 적용 시켜 드릴게요"

 

하며 모든 쿠폰을 다 적용하고, 돈을 받고, 거스름돈까지 다 내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상품들도 비닐에 다 담았구요.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 You know what?, I just wanna cancel this"  있잖아? 나 그냥 이거 취소할래~

 

이건 정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하는데...

그녀는 마치 저에게 너 엿먹어봐~  라는 듯 일부러 계산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한거죠.

말투도 마치 약올리는 듯, 유 노 왓? 이라고 했구요.

 

결국 쿠폰을 돌려 주기 위해서는 쿠폰함을 열어야 했고, 매니저 키가 필요했기에 슈퍼바이저 2가 와서 쿠폰을 꺼내 주었죠.

그녀는 슈퍼바이저 2에게

 

"언제부터 쿠폰은 한번에 5장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긴거예요? 지금까지 쿠폰 사용하면서 그런말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라며 화가 난 투로 물었지만

 

슈퍼바이저 2는 그 쿠폰 레이디 사건 때 직접 매니저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 본 장본인인지라

 

" 이 회사가 생겨났을 때 부터 있던 규정이예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쿠폰을 내어 주더라구요.

 

이쯤되자 저는 더더욱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매니저는 한번에 5장의 쿠폰만 이용가능하다고 하고, 슈퍼바이저 1은 스캐너가 인식하면 그냥 다 적용 시켜 주라고 하고, 도대체 누구말이 맞는것이며,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것이며, 그에 따른 컴플레인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것인가!!!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자면 5장만 적용시켜 주는게 맞는거고, 융통성을 발휘하자면 손님이 가져온 쿠폰 다 적용시켜 주는게 맞는거고...

 

그래서 슈퍼 바이저 2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난 도대체 누구말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 주세요, 본인은 규정대로 5장만 적용시키나요? 아니면 전부다 적용시켜 주나요?"

 

그러자 슈퍼바이저 2의 왈

 

" 그때 그 쿠폰 레이디처럼 양손 가득 넘치게는 해 줄 수 없고, 그냥 적당히... 할인 금액이 10불 20불 정도라면 그 안에서는 해 줘요"

 

 

이건 도대체 뭐야~ 당신은 왜 또 다른 기준이야?!?!?!?!

 

 

" 그럼 회사 매뉴얼은 5장인데, 너무 많이 가져온 사람에게 5장이 매뉴얼이라고 하고 다 적용 시켜 주지 않고, 적당해 보여서 다 적용 시켜 주었을 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그렇게 해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거예요?"

 

"운에 맡겨야죠"

 

아놔~

 

이게 뭔가요?

 

물으면 물을수록 답답해지고, 미궁에 빠지는 이 기준 없는 일처리 방식...

 

제가 이러니 속이 터지겠습니까? 안터지겠습니까?

 

비록 융통성 없다는 말을 들어도 회사의 매뉴얼만 잘 따르면 문제 생길일도 없고, 문제가 생겨도 회사가 책임지는 매뉴얼 사회 일본의 일처리 방식이 익숙한 저는 아주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저 하소연 할 만하지 않습니까????

 

아우 속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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