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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에서 삼겹살 찾아 삼만리, 그 후...

by 스마일 엘리 2016.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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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미국에 온 후로 얼마나 삼겹살을 애타게 찾았는지 아시죠?

마트 정육 코너의 아저씨들에게 몇번의 배신을 당하고, 2프로 보다 좀 더 많은 10프로 부족한 삼겹살 비스므리한 고기로 광명을 찾았던 그 사건...

 

2015/08/17 - [미국 생활기] - 미국에서 삼겹살 찾아 삼만리~


사실 이 salted pork가 말 그대로 소금에 절여진 고기라 겁나게 짜서 고기 한접 입에 넣을 떄 마다 성인병의 불구덩이로 한 걸음씩 내 딛는 느낌이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삼겹살에 대한 애정은 식을줄 모르고...

어떻게 해서든 구해서 먹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주의 경계선을 넘어 옆 주인 조지아주의 사바나로 삼겹살 원정 쇼핑을 나갔습니다.

 

홀푸즈에는 삼겹살이 있으렷다~

 

마침내 홀푸즈에서 냉동도 아닌 신선한 생삼겹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자주 올 수는 없을 것 같아 좀 넉넉히 구입해서 한번 먹을 양만큼씩 소분한 뒤 냉동실에 얼려 두었을 때의 그 뿌듯함~

냉장고를 열 때마다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삼겹살이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땡스기빙 연휴 때 애틀란타에 다녀 왔습죠.

애틀란타에도 아주 큰 한인 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한인 대형 마트가 있어 간 김에 한국 식료품을 잔뜩 사면서 더불어 삼겹살도 네 팩이나 사왔답니다.

 

한인 마트에서 구입한 삼겹살이라 그런지 삼겹이 아주 제대로인 먹기 조차 아까운 삼겹살이더군요.

역시나 냉동실에 얼려 놓고,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다가 마지막 한팩이 남았을 때는 아쉬워서 먹지도 못하고 특별한 날 먹어야 겠다며 아껴 두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날이 되었죠.

특별한 손님이 저희집을 방문했거든요.

바로 일본 이와쿠니 살 때 친하게 지냈던 일본인 친구 이쿠쨩이 저희집을 방문했답니다.

 

지금 이쿠쨩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데 매년 부활절 연휴에 시부모님이 제가 사는 이 곳, 힐튼 헤드에 골프 여행을 오신다며, 이번 여행은 온 가족이 함께 가기로 해서 이쿠쨩도 오게 되었다며 꼭 꼭 만나자며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저희집으로 초대하여 아껴둔 삼겹살 아니, 금겹살로 오랫만에 금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이쿠쨩이 저와 한국 여행 때 삼겹살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잖습니까?

 

2013/07/10 - [한국 방문기] - 한국 여행 온 일본인 친구 밥은 안 먹어도 이건 꼭 먹어야 돼!

 

 

역시나 이쿠쨩은 삼겹살을 준비했다는 제 말에 "꺄아아~" 소리 지르며 격한 포옹으로 화답하더군요.

 

사실, 저에겐 아껴둔 삼겹살이지만 냉동실에 너무 오래 보관해서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실은 생삼겹살을 사러 홀푸즈에 갔답니다. 저희 동네에도 알고 보니 홀푸즈가 있어서 그곳에 갔는데 거기서는 삼겹살을 취급안하더라구요 ㅠ.ㅠ

 

당장 다음날 이쿠쨩이 오기로 했는데 사바나까지 삼겹살을 사러 가기에는 비도 너무 많이 오고 그래서 그냥 salted pork로 구울까 하다가 그래도 이왕이면 진짜 삼겹살이 나을거 같아 그냥 냉동 삼겹살을 먹기로 했죠.

 

혹시나 해서 다른 메뉴도 미리 생각해 놓고, 삼겹살 상태가 안 좋으면 다른 메뉴로 대체할 생각으루요.

근데 다행히도 상태도 괜찮았고, 맛있었어요.

 

 

아무튼 이놈의 삼겹살이 뭔지 이렇게나 저를 애타게 하고, 찾으러 방방곡곡 다니게 만들고.. 참으로 찾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포기도 할 수 없는 그런 애증의 부위네요.

 

심지어 제가 일하는 마트의 정육 코너 담당에게 삼겹살을 주문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마트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그 부위를 주문할려면 매니저에게 요청해야 한다더라구요.

보아하니 찾는 사람도 없는것 같은데 저 하나 때문에 매니저에게 그 부위를 판매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앞으로 쭈욱, 주경선을 넘어 사바나의 홀푸즈에서 생삼겹을 구해 먹어야겠다며, 없어서 못 먹던 때를 생각하면 이 마저도 감사할 일이다 라며 위로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던 요즘...

 

바로 오늘!!!

 

와플이가 아침부터 사과~ 사과~ 냉장고를 열고 사과를 찾길래 사과만 사러 집 근처의 마트로 갔습니다.

제가 마트에서 알바를 시작한 뒤로는 일하는 마트에서 늘 식료품을 사기 때문에 (직원 할인 10%의 혜택 후후훗~) 가까운 곳에 있는 마트를 두고도 가지 않았죠.

그리고 삼겹살 찾아 삼만리를 찍을 때 저를 헛걸음 치게 했던 바로 그 마트라 괘씸해서 더더욱 가기 싫기도 했구요.

 

오늘은 그냥 가서 사과만 사 올 생각이였습니다. 어차피 내일 알바가 있는 날이라 필요한 식료품은 내일 알바 끝나고 장을 봐도 되니까요.

 

그런데 어느새 카트에는 사과도 담겨 있고, 케잌도 담겨 있고 빵도... 고기도....

 

'에라잇~ 이왕온거 그냥 장 보고 가자~ '

 

가 되버려서 각 코너를 심도 있게 순회하던 중

 

~

 

"나야~나~ 삼겹살!!! "

 

 

 

 

정육 코너에서 자체 발광하고 있는 그 부위는 틀림없는 삼겹살이였습니다.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니?"

 

'고등학교 동창을 여기 미국 슈퍼 정육 코너 앞에서 만나도 이 보다 더 반가울 순 없드~아.

이 기쁜 소식을 누구에게든 알려야 한다!!!'

 

 

 

저 심플한 문자 속에서도 저의 호들갑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게다가 긴말하지 않아도 저 사진 한장만으로 제 마음을 읽어 버린 와플이 아부지의 간결한 답

 

"Buy it"

 

진열대에 올려진 단 두팩의 삼겹살!

누구를 위한 두팩인가?!?!

 

"바로 나~"

 

네, 그렇습니다. 두팩이든 네 팩이든 삼겹살이 진열되어 있었다면 그건 저를 위해 준비된거죠. ㅋㅋㅋㅋ

 

저에게 삼겹살을 주문해 놓겠다며 약속 해 놓으시고, 똥개 훈련 시키듯 헛걸음 치게 하셨던 정육점 코너 아저씨들.. .

 

사....

 

사...과 받아 들일게요~

 

 

그리고 여러분~ 저도 이제 생삼겹 먹는 여자예요.

개장 텃밭에서 키우는 상추, 깻잎, 풋고추만 잘 자라 주면 한국이 부럽지 않을거예요~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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