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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저와 함께 한국 여행을 다녀 온 이쿠쨩은 꼭 다시 한번 더 한국에 가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곤 했답니다.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이것 저것 쇼핑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한국에 직접 가서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래서 한국에 가기 전에 제가 이쿠쨩에게 이번에 한국 가면 특별히 먹고 싶은게 있냐고 물어 봤더랬죠.
그랬더니 그녀의 대답
삼겹살과 비빔밥, 냉면이 먹고 싶네요 ㅋㅋㅋ
비행기타고 한국까지나 가는데 먹고 싶은게 너무 소박하지 않습니까?
더더군다나 삼겹살, 비빔밥 냉면은 일본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심지어 저희 동네의 "한야"라는 한국 식당에서는 한국에서 파는 삼겹살보다 두께도 더 두툼한 제대로 된 한국식 삼겹살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왕 한국까지 가는거 한국에 가지 않으면 못 먹는 음식들도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했죠.
그렇게 해서 그녀가 고민 고민 끝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메뉴를 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S언니와 저는 그녀의 식도락 한국 여행에 만족을 안겨주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저보다 S언니가 스마트 폰을 뒤져가며, 맛집 검색하랴, 맛집 지도 찾아서 안내하랴 고생했지만요.
한국에서 그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어야 한다는 음식들 무엇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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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포기할 수 없었던 삼겹살!!!!
이쿠쨩이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그날 저녁 메뉴로 선택 되어진 삼겹살이였습니다.
저한테는 일본에서 먹는 삼겹살이나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이나 별 다를것도 없는 맛이였는데 그녀의 미각은 한국산 돼지와 일본산 돼지의 미세한 삼겹 라인의 차이를 구분하는것일까요?
앞 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기를 상추쌈에 올리고, 돼지 기름에 야들야들 잘 구워진 김치까지 척~ 올리더니 쌈장까지 싸서 입안에 넣고는 터져 나오는 육성을 주체할 수 없는 듯
으으음~~~~오이시이!!!!! 를 연발하더군요.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로 건배!!! 임산부는 사이다로 건배!!! ㅋㅋㅋㅋ
거기에 일본의 계란찜과는 다른 뚝배기 밖으로 활화산 처럼 폭발할 듯한 거친 매력을 뿜어내는 뚝배기 계란찜의 신세계도 보여 주었더니 그녀는 역시 삼겹살을 양보하질 않기 잘했다는 듯 만족한 표정이였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국 음식 먹으러 아침부터 분칠하고 택시타고 떠났습니다.
바로 냉면 먹으러 말이죠.
사실 일본에 냉면이 팔긴 하지만 제대로 된 한국식 냉면을 먹기는 힘들거든요.
한국인이 하는 한식당이 아니면 거의 면이 다르거나, 육수가 달라요.
한국인이 하는 한식당도 한국에서 먹는 냉면과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쿠쨩이 한국 가면 냉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냉면은 확실히 일본과는 맛이 다르니 본고장인 한국에서 먹어 보는게 좋을거라고 얘기 해 두긴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먹으러 갔던 냉면집은 냉면 본래의 맛보다는 현대인들의 입맞에 맞춘 매운 냉면이였는데요, 후기글들을 검색해 보니 한국분들에게도 매우니 매운게 싫으면 양념장을 빼고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길래 이쿠쨩에게 그렇게 알려 줬어요.
저야 물론 칼칼하게 양념장 듬뿍 넣어서 먹었지요.
그런데 양념장 없이 먹던 이쿠쨩은 역시 양념장이 들어가서 매콤한게 맛있겠다며 결국은 매운 양념장까지 넣어서 먹더라구요.
당신은 진정한 빨간 한국 음식 매니아!!!
그리고 그날 저녁 식사는 S언니의 추천으로 멕시칸 음식을 먹으러 갔답니다.
이 멕시칸 음식점은 한국 음식과 멕시칸 음식의 퓨전 요리 전문점이였는데, 역시나 김치 좋아하고, 매운것 좋아하는 이쿠쨩의 입맛에도 딱 맞았는지, 그녀가 요구했던 메뉴는 아니였지만 두고두고 칭찬했던, 심지어는 우리 동네에 있는 멕시칸 식당은 반성 좀 해야 된다며 일본에 돌아가서 한국 여행 가는 미국인 친구들에게 이 멕시칸 레스토랑을 소개하겠고 하더라구요.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배를 채운 후, 이쿠쨩이 한국가면 무엇보다 꼭 꼭 먹어보고 싶은게 있다고 했는데 바로 막걸리!!!
게다가 그냥 마시는 막걸리가 아니라 그녀 나름대로의 막걸리의 로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yeodori/80138987093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양푼이에 따라 마시는 것!!! 이였죠.
그런 그녀의 토속적이고 소박한 염원을 이루어 주고자 S언니가 검지 손가락과 스마트폰 스크린 사이가 땀에 젖어 김이 서리도록 검색질을 했지만 그날따라 눈에 띄지 않더군요.
안타깝지만 주전자 막걸리는 포기하고 아쉬운대로 막걸리바로 그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주전자의 좁은 주둥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막걸리가 아니면 어떠랴~
또 양푼이 대접이 아니면 어떠랴~
막걸리에 달달하게 꿀을 탄 퓨전 막걸리인 꿀 막걸리를 들이킨 그녀는 정말로 "으음~ 오이시이" 란 말로 신음을 하더군요. ㅋㅋㅋㅋ
지금 일본에서도 칵테일 막걸리라고 해서 각종 과일맛 나는 퓨전 막걸리를 일본 술집에서 맛볼 수 있고, 젊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지라 이쿠쨩이 막걸리를 좋아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의 반응일 줄은 몰랐어요.
물론 이쿠쨩이 일본 술집 분위기와는 다른 한국 술집 분위기에 더더욱 흥분한 것도 있겠지만요.
그녀가 그렇게 흥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요,
첫번째! 일본의 이자카야에서는 막걸리를 주문하면 보통은 한잔씩 나오지 이렇게 큰 통에 담겨 나오지 않거든요. 일본에서는 개개인의 술취향에 따라 각자 마시고 싶은 술을 주문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말이죠.
그리고 두번째로 그녀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것은 놀라운 안주의 양!!!
안주로 주문한 유부 주머니가 전골 냄비 통째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이쿠쨩은 기겁을 하더라구요.
꺄아아~ 이건 안주가 아니야!! 이건 밥이야!!! 이게 어떻게 안주야?? 이건 밥이야!!! 밥!!
계속 이건 안주가 아니라며 우리 통큰 한국 안주의 위엄을 부정하더군요.
그럼 일본의 안주는 어떻게 나오냐구요?
2012/02/01 - [일본 생활기] - 일본의 술집(이자카야) "자 와타미"
1인분씩, 아니 1인분이라고도 할 수 없는 한입거리의 양이 접시에 담겨 나오거든요.
혀 한두번 낼름 거리면 없어지는 양이죠.
도저히 밥으로 밖에 생각 안되는 이 안주의 양이 납득이 안되는 이쿠쨩에게 안주를 함께 나눠 먹기 때문에 양이 많은것이라고 설명을 해 줬지만 쉽게 충격이 가시지 않는듯 하더군요. ㅋㅋㅋ
그렇다 하더라도 건배!!!! 임산부는 옆에서 열심히 유부 주머니 국물 퍼먹는 중입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녀가 꼭 꼭 먹어야 한다고 몇번이고 먹으러 가는거 맞냐고 확인 했던 것들을 먹으러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일본의 TV에 한국 광장 시장이 자주 소개가 되었나봐요.
그곳에서 꼭 길거리 음식을 맛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럼 광장시장의 3대 명물은 다 맛보여줄테닷!!!'
검색을 해 보니 광장시장에 유명한 것이 마약 김밥, 수수 부꾸미, 빈대떡이더라구요.
그래서 이곳에 가면 이 세가지는 꼭 먹어야 한다고 알려줬죠.
그러나 우리 세 여자들의 식욕은 광장시장에 들어선 순간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철푸덕!)
이 다채로운 색들의 향연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린것이죠.
안드로메다로 외출 갔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저희는 이미!!!!!!!
떡볶이, 오뎅, 국수, 수수부꾸미, 마약 김밥, 빈대떡, 족발까지 먹고 있더라구요.
이 정도면 일본인 친구의 식도락 여행이 만족을 넘어서 감동 여행이 아니였을까요? ㅋㅋㅋㅋ
배 부르게 먹고 북촌 한옥 마을과 삼청동, 인사동을 돌고 서울 N타워에 가기로 했죠.
그런데 N타워를 가는 시간이 저녁을 먹고 가기엔 애매하고, N타워를 다녀 와서 먹자니 너무 늦을 것 같은겁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에서 꼭 먹고 가야 할거 더 없냐고 물어봤더랬죠.
그런데 이쿠쨩 그녀의 대답은
밥은 안 먹어도 되니까 막걸리를 꼭 다시 마시고 싶어!
한국 막걸리가 얼마나 맘에 들었길래 너의 식도락 여행이 주도락 여행이 되어 버린것이냐!!!!!
결국 그녀의 강력한 의사 표현에 따라 N타워를 다녀 온 후, 저녁밥 대신에 또다시 막걸리를 마시러 갔습니다.
그리고 위풍 당당한 짬뽕과 낙지 볶음은 한국 안주의 위엄을 뽐내며 대접과, 큰 접시에 서빙되어졌고, 다시 한번 이쿠쨩은 감동의 도가니탕에 허우적대었다지요.
물론 배고픔에 허기진 임산부는 막걸리 바에서 안주를 반찬삼아 공기밥을 주문해 배를 채웠답니다.
그리고 한국의 막걸리와 사랑에 빠져 버린 이쿠쨩은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마트에 들려 수하물 초과의 위험을 무릅쓰고 막걸리 한병을 기어코 사서 짐가방에 넣어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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