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잠시 또 종적을 감췄다 검은별도 아니면서 또 나타난 엘리입니다. 움하하하하~
먼저, 새해 인사를 좀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는 11월에 한국을 다녀 왔구요, 2014년도로는 마지막 방문이였습니다.
일년에 두 세번 갈까 말까 했던 한국 방문이 와플이가 태어나자, 외손자가 보고 싶어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친정 엄니땜시 2014년에는 5번이나 방문을 했네요.
이제 미국으로 들어가고 나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니 일본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열심히 와플이를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제는 정말로 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ㅠ.ㅠ
한국에서 땡스기빙 전 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칠면조 대신 통닭을 먹으며 조촐한 땡스기빙을 보냈지요.
올해의 땡스기빙은 명절 보다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더 의의를 둘 생각이였습니다. ㅎㅎㅎ
키친 에이드 스탠드 믹서를 이번 블프에 장만 해 보리라! 각오를 하고 블프 전부터 하루에도 열두번씩 가격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정말 맘에 드는 딜이 떴는데... 그게 블프 전날이라서 아마도 블프에는 더 싸질거야 하며 기다리다가 블프가 되기도 전에 품절 사태를 맞이하고, 막상 블프에는 그 보다 더 싼 가격의 스탠드 믹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싸이버 먼데이가 있잖아'
위로하며 블프는 그렇게 보내 버렸는데, 막상 싸이버 먼데이도 제가 봤던 그 금액으로는 판매하지 않더라구요.
정말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격 비교 사이트를 들락 날락 들락 날락...
그래도 노력한 댓가인지, 비교적 많이 할인 된 가격에, 쿠폰 검색까지 해서 그 금액보다 아주 약간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습니다.
블프를 노리며 며칠 클릭질을 해 본 결과,
여러분! 블프는 싸지 않아요! 블프가 되기 직전이 훨씬 더 쌉니다.
그리고 이 가격이다! !삘이 오면 망설이지 말고 그때 질러야 합니다.
블프 전 후는 다들 가격 눈치 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싸다 싶으면 금방 금방 품절 되어버리더라구요.
아무튼, 최저가는 아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블프 쇼핑을 했기에 이번 땡스기빙은 저에게 보람찬 명절이 되었답니다. ㅎㅎ
11월을 그렇게 보내고, 2014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바쁜듯, 안 바쁜 듯, 바쁜것 같은 달이였네요.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을 하고, 카드를 쓰고, 포장을 하고, 박스에 담아 우체국에서 발송하는 일까지...
이것도 이제 노동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큰 일을 끝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12월 17일에 제가 사는 이와쿠니에 눈이 대박 많이 왔어요.
이곳도 참~ 눈 구경 하기 힘든 곳인데 눈이 쌓일 정도로 많이 와서 와플이에게 "첫 눈구경"을 시켜 주었답니다.
눈이 손에 닿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는지 깜짝 놀래더라구요.
자식 키우는 부모는 다 한번씩 느껴봤을 감동~ 세상에 태어나 처음 대하는 사물, 처음 경험하는 아기의 표정을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처녀 총각은 이 아줌마 무슨 감상에 젖어 시 읊조리는 소리야 하겠지만...
"늬들은 몰라!!!
나도 몰랐거든 "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의 직장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려서 와플이와 함께 총 출동~
게으른 이 아낙은 그냥 파자마 입고 따뜻한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공짜 저녁이 제공되고, 운이 좋으면 대박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을 수 있어서 집을 나섰지요. ㅎㅎㅎ
행사에 참가한 사람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는데 그 번호표를 추첨해서 선물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확률을 높이고 싶은 사람은 그 번호표를 장당 1불에 구입할 수도 있어서 남편은 10장을 더 구입했습니다.
내 평생 이런 당첨운 따위는 없어서 기대도 안 하고, 사지 말길 바랬지만 나한테 없는 운, 남편한테는 있을수도 있겠지라며 기대를 걸으며 남편에게 10불을 내어 주었다지요.
번호표를 뽑는 행사가 시작되자 와플이도 긴장이 역력한 표정(이라고 이 엄마는 생각함) 으로 사회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습니다...
만, 운은 개뿔~도 없는 우리 부부는 그냥 10불 남 좋은 일에 썼습니다.
표를 판매한 금액 역시 추첨을 해서 선물로 주는데, 작년에 남편의 동료가 그 금액을 받았더랬지요. 무려 $4000불 가까이!!!
그렇게 크리스마스 행사는 끝나고, 며칠 뒤 크리스마스 팟럭 파티가 있다며 메뉴를 뭘로 할건지 묻는 남편에게 답했습니다.
"나에게 자유를 달라!"
한국 음식 만들자는 말에 (자기가 만들것도 아니면서 "만들자"는 무슨.... )
"올해는 그냥 머핀이나 가져 가!"
저.. 새댁때는 안 그랬습니다. ㅎㅎㅎ
파티 있다고 하면 만두도 빚고, 수정과도 만들고 뭐 그런... 현모양처 흉내 좀 내는 여자였는데...
애 하나 낳고나니 뻔뻔함의 내공이 쌓여 그냥 막 나갑니다.
어쨌든 담날 가져갈 머핀을 구워 놓고 와플이를 재우고 나왔는데....
그랬는데.....
트레이에 덩그러니 담긴 머핀들을 보니
'아~ 성의없다'
이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16명 분의 파티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후식으로 먹을 머핀 달랑 16개....
'아무리 애 키운다고 정신없다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은 나의 프라이드인데... 부끄럽다'
크리스마스 파티인데 머핀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내 줘야지~
그리하여 새벽에 열심히 작업해서 머핀에 올린 타퍼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 줬습니다.
16개 다 했다가는 밤 샐 것 같아서 6개만 ^^
요것만 했는데도 벌써 새벽 3시더라구요.
암튼 저는 요 작업을 끝으로 기절 했고, 남편은 제가 만든 머핀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다녀 왔지요.
뭐 남편 말로는 대박났다고 했습니다. ㅎㅎㅎ
믿어야죠.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남편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25일부터 28일까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설치 못했어요.
15개월 와플이의 주된 활동이 온집안을 테러 하는것이라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세웠다가는 요즘 온전하지 못한 제 정신마저도 테러를 당할것 같아서 트리는 패스!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 할, 미국 시댁으로 부터의 크리스마스 선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좀 고민이였는데 이 고민을 신이 알기라도 한 듯,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을 안하는 사태가 발생 했습니다. ㅎㅎㅎ
시어머님께서 혹시나 해서 priority로 보낸 하나의 선물 상자는 도착을 했는데 스탠다드로 보낸 선물들이 아직 도착을 안한거죠.
1월 중순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아직도 도착을 안 했습니다. ㅠ.ㅠ
'괜찮은거니? 어떻게 지내는거야? '
도착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의 타격은 컸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너무나 쓸쓸한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었거든요.
보통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뜨면 트리 밑에 쌓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 보는걸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데...
트리도 없어...선물도 없어...시어머님이 보내 주신 와플이 선물 하나 달랑!
그거 뜯고 나니, 남편도 저도 할 일도 없고, 서로 빈 손에, 둘이서 마주보며 눈만 껌뻑 껌뻑~ 이거 뭐 이래!!!
명절 분위기도 안 나고, 따뜻하고 즐겁지도 않아 ㅠ.ㅠ
결혼하고 이런 크리스마스도 첨이네~ 하며 그래도 저녁엔 히로시마 시내에 일루미네이션이나 보러 가자며 위로를 했지요.
외출 준비를 하고, 히로시마에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서 한 10분 정도 운전을 하고 가던 때 였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히로시마 일루미네이션 보다 큰 도시의 일루미네이션은 더 볼만 하겠지?
그렇겠지?
도쿄나 오사카나 이런데 일루미네이션 보러 갈까?
오사카 갈까?
갈까?
진짜 갈까?
가자
그래 가자
이렇게 시작된 대화로 갑자기 차를 급히 돌려 여행사로 가서 다음날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 표와 호텔을 예약하고 급 2박3일 오사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쓸쓸하게 사라질뻔한 우리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렇게 되살아난거죠.
아무 계획도 없이 도착한 오사카에서 또 급 계획 만들기
무작정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습니다.
그런데.... ㅠ.ㅠ
어트랙션을 타지 못하는 15개월짜리 아들이 있는 저희는 한명씩 번갈아 가며 타야 하는데 남편은 죽어도 혼자서는 안타겠다네요.
그리하여 입장료 13000엔을 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산책 자~알 하고 왔습니다.
테마파크 가서 놀이기구 하나도 안 타고 와 보기는 처음이네요.
도시의 일루미네이션은 히로시마보다 멋지겠지? 하며 급 계획해서 온 오사카인지라 일루미네이션은 봐야죠.
오사카성을 스크린 삼아 하는 3D쇼와 그곳에서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를 보기 위해 오사카 성을 찾았습니다.
일루미네이션은 밤에 봐야 하는데...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 와플이...
사람많고, 일루미네이션 쇼와 함께 나오는 음악 소리에 잠을 못 자 짜증이 나서 빽빽 울어대는 아들 녀석 때문에 일루미네이션 감상은 눈으로도, 귀로도 못했습니다. ㅠ.ㅠ
일루미네이션 볼 거라고 역에서 내려서 20분이나 걸어서 갔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시 20분을 추위에 떨며 걸어 나오는데
"진짜 우리 여기 왜 온거니?"
이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ㅎㅎㅎ
이 추위에서 벗어나 빨리 따뜻한 호텔로 돌아가 누워서 쉬고 싶은 생각 뿐!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 침대에 세식구 누워서 쉬는데 천국이 따로 없더라구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산책만 하다가 왔고, 일루미네이션은 제대로 감상도 못할거였는데 우리 여기 왜 온걸까"
"집을 벗어났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이게 우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였다고 생각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듣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집에서,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보냈으면 그닥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못했을 크리스마스, 남편 말처럼 비록 고생스러웠지만, 아무 놀이기구도 못 탔지만 우리의 일상을 벗어난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급 여행은 또 처음이라 설레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충분히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죠.
그리고 며칠 후 남들은 들뜬 축제 분위기에서 맞이한 1월 1일 새해를 남편은 드르렁 코 골며 자면서...
그리고 저는 그 옆에 누워 열심히 스마트폰질을 하면서 조용히 평온하게 맞이했답니다.
그동안 미뤄뒀던 일상 이야기... 오늘 한번에 할려니 휴우~ 읽으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2015년도 잘 부탁드릴게요~
2015년의 반은 일본에서 반은 미국에서의 일상으로 채워 질 듯 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 모습, 지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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