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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미국인 남편과 함께 체험한 일본의 메이드 카페

by 스마일 엘리 201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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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출산을 이유로 별거 생활을 한지 어언 한달째!!
상봉의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저희들에게도 재회의 날이 다가 왔습니다.
남편에게 4일 연휴가 주어져서 남편 역시 잠시 도시 구경의 찬스가 온 것이죠!!
(아마 마눌과 아들보다 도시 구경이 더 신났을거임!)


도쿄에 살았던 저와는 다르게, 남편은 여행으로 도쿄를 세번 정도 온 것이 다 인지라, 아직 미탐방 지역이 무한한 여행지와 같은 곳이였기에, 이 호기심 왕성한 다큰 어른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 것인가 저는 며칠간 고뇌에 빠졌답니다.
그러다 제가 하라주쿠에 있는 리락쿠마에 다녀 왔다는 말을 들은 남편은

거기 혹시, 코스튬 입고, 플레이 하는 사람들 볼 수 있는 곳 아니야?

어디서 뭐 들은건 있어가지고!!! ㅡ.ㅡ;;; 하다가
그렇지!! 우리 서방은 어른(?)양의 탈을 쓴 오타쿠였지!! ㅋㅋ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번뜩 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내 당신을 오타쿠의 성지로 인도하리라!!'

그리하여 남편을 아키하바라로 데려가게 되었던 것이죠.


빌딩을 뒤덮은 오타쿠스러운 간판들


남편은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기대로 저를 따라 쫄래쫄래 아키하바라로 오긴 했지만...
일부러 보행자 천국 (도로 차량 통제 시간) 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였던지 결국 코스튬 플레이는 보지 못했답니다. ㅠ.ㅠ

못내 아쉬워 하는 이 어른양~
도쿄까지 왔는데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거 없을까?
친절한 아내는 또 고뇌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아!!!!


그렇습니다.
아키하바라!!
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문화(?) 체험이라 쓰고 오타쿠 체험이라 읽는 메이드 카페!!!
그리하여, 코스프레를 보지 못한 재 이와쿠니 미국인 촌인 한 사람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메이드 카페를 찾게 되었답니다.
그덕에 저도 겸사겸사 어떤 곳인가 좀 보고 싶기도 했구요. ㅋㅋㅋㅋ
(알고보면 제 뼛속에도 오덕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



남편은 메이드 카페라는 말에 무엇을 상상했던지, 텐션이 한껏 업 되어 있었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거 질색 팔색하면서 왠일인지 순한 양이 되어 긴 줄에도 놀라는 기색 없이 이 정도 인내도 없이 메이드들을 만나려 했느냐는 듯 그렇게 줄의 일부에 순식간에 흡수되어 버리더군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메이드!!
"주인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라며
줄 서서 기다린 주인님들을 한팀씩 그렇게 모셔갑니다.


우리 차례는 금방 오지 않을 듯 해 지루해질려던 찰나, 메이드가 하이톤의 목소리로
"주인님, 여기 메뉴가 있으니 봐 주세요" 라며 메뉴판을 나눠 주고 갑니다.
그... 그런데!!!
얼마나 융숭한 대접을 해 주시려고, 입장료까지 받으시나???

음료 셋트 가격을 제외한 1인당 600엔의 입장료!!!
게다가 1시간 입장 시간 제한에, 음료나 음식은 대부분 셋트 판매
이 카페에서만큼은 주인님의 말을 무조건 잘 들어 줄 것 같았는데, 제한도 많고, 주인님의 취향과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 메이드가 "갑" 인 카페였네요.


메이드 언니, 아니 메이드 동생들을 문밖에서 흘끔흘끔 훔쳐보는 소심한 아가씨 (나) 
입장 후에는 철저하게 사진 촬영 금지인지라, 소심하게 문 밖에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어요.


젊음이 좋은건가, 저 메이드 옷이 좋은건가!
배 불뚝 나와 뒤뚱거리는 저는 마냥 그녀들이 예뻐보이고 부럽기만 합니다 ㅠ.ㅠ



남편과 저는 음료와 디저트 그리고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셋트 메뉴를 구입했고, 그러자 저 음료 메뉴중에 한가지와 디저트 메뉴 중에 한가지 고를 수가 있더라구요.



식사메뉴도 있지만 가격대비 부실해 보였어요. 저희 외에도 외국인 커플들이 꽤 있었는데, 식사 메뉴를 골랐지만 역시 실제로 봐도 많이 허접해 보였습니다.
네~ 메이드 카페는 음식점이 아니니까요!!!

제가 주문한 아이스 라떼가 나왔어요.

"아가씨! 어떤 그림을 그려 드릴까요?"


메이드가 묻습니다.
아~ 근데 예쁘고 어린 메이드가 "오죠사마~" 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니, 갑자기 이 임산부 아줌마의 가슴이 콩닥거리며 돌쇠모드로 돌변~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녀의 시선을 황급히 외면하며

"아~ 아무거나, 메이드상이 제일 잘 그리는 걸로 해 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아 놔~ 나 왜이러지? ㅋㅋㅋㅋㅋ
메이드상은 제 마음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코끝을 찡긋 하더니

그럼 아가씨를 위해서 키티를 그리겠습니다.


그녀가 그려주는 키티를 보면서 저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더군요. 젠장~
아마도 내 잠재 의식속에  있던 오덕 돌쇠를 그녀가 깨운것이 분명함...





오른쪽 귓때기에 리본만 달면 다 키티더냐!!!


그러나!!! 속마음과는 다르게 전혀 키티를 닮지도 않은 저 정체불명의 고양이 그림을 보고

"꺄아악~ 키티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는... ㅠ.ㅠ


어른양 오타쿠 남편이 주문한 칵테일 쥬스
그러나 메이드가 알아서 다 완성한 후, 주인님께 따라 주는 것이 아닌, 주인님에게 강제로 주문을 따라 할 것을 강요합니다.
게다가 일본어 발음에 최적화 되지 않은 미국인에게 말이죠.

샤카 샤카


사카 사카


모메 모에 큥


모에 모에 쿵


오이시쿠 나~아레


오이시%$#**$)(%브레레 (주문이 길어지니 못 따라함 ㅋㅋㅋㅋ)


뭐, 들어가기 전에 자기는 절대로 주문따위 그런거 안 따라 한다더니 손동작까지 따라 하면서 열심히 하더군요. 메이드가 뭐 신생아인가?? 눈까지 맞춰가며.... (역시 막강한 오덕기질이 있었음)


그리고 뒤이어 나온 디저트
모양은 그럴싸한데....
정말 맛은 싸구려 ㅠ.ㅠ
눈에는 기쁨을~
입에는 욕을~
부르는 디저트 였습니다.



네~ 메이드 카페는 음식점이 아니니까요.
그저 메이드들의 애교에 장단 맞춰주고, 주인님들이 매상 올려서 메이드들을 기쁘게 해 줘야 하는 카페였던 것이죠. ^^
말 그대로 "체험 카페"  ㅎㅎㅎㅎ


제가 주문한 파르페 역시, 비싸 보이지만 저렴한 맛, 그러나 메이드의 애교와 주문이 듬뿍 들어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 파르페였습니다. ㅎㅎㅎㅎㅎ

메이드 카페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불건전한 변태 영업 카페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제 블로그를 통해서 메이드 카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거 아시겠죠?

다만, 메이드들의 초상권 문제로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이익상) 카페내에서 메이드들의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어 자세히 소개해 드릴수가 없다는게 아쉽네요.
메이드들의 사진은 오직 카페내에 준비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만 촬영이 가능하고, 한번 촬영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메이드 카페가 어떤 곳인지 제 개인적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주인님을 위한 카페'를 가장한 알고보면 메이드가 "갑"인 카페
맛없는 음식도 메이드들의 오글거리는 주문만 들어가면 그 값어치를 하게 됨 (이것은 메이드가 잠재된 주인님의 오덕기질을 잘 깨워야만 함 ㅋㅋㅋㅋㅋ )
귓때기에 리본 단 정체불명의 고양이를 보고 키티라며 기립박수 친 나도 있으므로!!! ㅋ

결론은 그냥 1시간 귀여운 메이드들과 오글거리는 멘트 주고 받고, 주는대로 먹고 오는 그런 카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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