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들려오는 도쿄 벚꽃의 개화 소식에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벚꽃이 다 떨어져 버릴까봐 얼마나 초조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다행히도, 도쿄에서는 이미 벚꽃이 다 지고 나서야 제가 살고 있는 이와쿠니의 벚꽃이 만개했고, 그로부터 2~3일 정도 뒤에 오사카 지방의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운 좋게도 그리고 조금은 아쉽게도 제가 교토에 갔을때엔 만개한 벚꽃이 지기 시작할 무렵이였습니다.
이미 초록잎들이 돋아난 벚꽃 나무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기 시작하는 벚꽃은 그 나름대로 바람에 흩날려서 눈꽃같은 장관을 연출해 주니 그것 역시 너무 예쁘더라구요.
하천에 일부러 뿌려 놓은듯한 분홍빛의 벚꽃잎들!!!
꽃들도 예쁘고, 날씨도 더 없이 좋아서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 되었어요.
원래 여행의 목적지가 교토는 아니예요.
목적지는 곧 소개를 하겠지만, 그곳을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탔어야 했는데, 세가지 선택사항이 있었어요.
후쿠오카 공항과 오사카에 있는 칸사이 공항, 도쿄에 있는 나리타 공항
어디를 이용해서도 갈 수 있지만, 교토를 한번도 가 보지 못한 남편에게 교토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칸사이 공항을 선택하고, 1박 2일을 교토에서 묵으면서 교토 관광을 하기로 했죠.
전 교토는 이미 세번째였는데, 갈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일본색을 잘 띄고 있는 도시가 뭐니뭐니해도 교토인것 같아요.
교토는 일본 전통과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는 만큼 꼭 봐야 할 곳이 너무 많지만, 저는 무허가 무보수 야매 가이드인지라, 제가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을 남편에게 소개해 주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곳이 바로 이 "금각사" (원래는 은각사 가는 버스를 타야 되는데 내릴 때 내리지 못해 금각사까지 가게 된 ㅠ.ㅠ 그래서 여행 일정이 바뀌었어요 ㅋㅋㅋ 원래는 다음날 갈 예정이였거든요)
제 기준에서 아마도 가장 화려한 절이 아닐까 싶어요.
절의 2, 3층에만 옻칠을 해서 그 위에 금박을 입힌 것이랍니다.
금각사의 매력은 물에 비친 금각사의 모습인데요, 이날이 평일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아어요.
그래서 대충 다른 사람들의 어깨 너머에서 까치발로 찍었어요.
조금 더 의욕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빠질때까지 기다렸겠지만 이번 여행은 피로하지 않도록,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로 했기 때문에 뭐든 0.5초내에 포기하는 자세를 갖기로 합니다. ㅎㅎㅎ
금각사 뒷편의 산책길을 오르면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데, '포기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산책길을 외면하고 곧바로 출구로 퇴장(?) 하여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그 다음 갈 곳은 청수사 (키요미즈데라) 였는데요, 벚꽃 만개 시즌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정말 많더라구요.
양쪽에 상점가가 늘어선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 도착한 청수사 입구
유카타를 입은 여자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정작 일본인들이 아닌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들이더라구요.
요즘 유카타나 기모노 1일 체험 하는 상품이 있어서 소품과 함께 렌탈해서 관광지를 여행하며 재미있는 추억을 만드는게 유행이라 그렇다네요.
드디어 청수사에 도착했습니다.
청수사가 유명한 이유는 이 절의 툇마루가 절벽위에 무대처럼 튀어나와 있는데요, 이 무대를 지지하고 있는 기둥들이 172개인데,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래요.
조금 멀리서 떨어져 보면 그 나무 기둥들이 잘 보여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나무 기둥들이 서로 엇갈려서 저 큰 절을 절벽아래에서 지탱하고 있는게 정말 신기해요.
이동 경로를 따라서 쭉 걷다보면 청수사의 반대편에서 청수사의 전체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한 바퀴 돌고 청수사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을 볼려고 아래쪽으로 내려왔는데 벚꽃나무에 가려져 기둥이 잘 안보이더라구요.
그 대신에 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보았네요.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눈 밭에 개마냥 요리조리 뛰어다니더라구요.
흠...아마도 베일에 가려진 첫사랑이 따로 있었나봅니다
청수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꺽어진 계단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일본 전통색이 가득한 상점가와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기온 거리로 이어지는 곳이예요.
4년전에도 청수사에 왔었는데 이 길을 못 찾아서 못 보고 그냥 왔었는데, 이날은 관광객이 많아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니 아주 쉽게 찾았어요.
'산넨자카'인데요, 이곳에서 넘어지면 3년안에 재앙이 찾아 온다고 해서 산넨자카 라고 한대요.
그런데 이곳을 거닐다 보니 제 눈을 화악~ 잡아 끈 저의 favorite 먹거리!!!!
바로 군밤이였습니다.
역시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샀어요. ㅋㅋㅋ
노란 똥종이 봉투에 담아주는 군밤만 보다가 각 잡힌 새하얀 군밤 봉투를 보니 왠지 더 더 맛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예감이 적중하다 못해 생각지 못한 복병이 나타난 것이죠!!!!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지만 즈이 남편으로 말씀 드릴것 같으면 밤은 먹는게 아니라고 빡빡 우기던 사람이였습니다.
2012/11/17 - [미국 생활기] - 밤은 먹는게 아니라던 미국인 남편이...
이 사건 이후로도 저는 수도 없이 단밤을 먹었으며, 남편 역시도 수차례 단밤 먹기를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라며 밤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그런데 제가 산넨자카를 걸으며 밤 한개를 까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그만 남편을 잃어 버린겁니다!!!!
절대 저보다 앞서가지 않는 사람이기에 길 한쪽에 서서 남편을 기다렸더니
아니 글쎄!!!!!
밤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임신한 마누라 어딨는지 천지도 모르고 밤 까먹고 있더라구요!!!!!
이후 우리 사이에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습니다.
그저.....
침묵속에서 손가락에 깜장이 묻거나 말거나
이 사이에 까만 군밤 찌꺼기가 끼이거나 말거나
그리하여, 밤의 3/4은 남편 혼자서 다 아작을 내고서는 미안했던지 그 다음부터는 밤을 먹기 좋도록 까서 순순히 저에게 상납하더라구요.
그리고 봉투에 마지막 밤 한개가 남은 것을 확인한 남편은
마지막 밤 한개로 남편은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던것이였어요. ㅎㅎㅎㅎㅎㅎ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서 먹고 있던 밤 빨리 먹고 마지막 남은 밤도 얼른 받아 먹었답니다. ^^V
저에게는 이 산넨자카 거리가 처음이라서 더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모르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전통색을 잘 갖춘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 역시도 일본에서도 개발이 덜 된 시골이라 백년도 넘은 일반 목조 주택들만 모여 있는 동네도 있지만 세월의 흔적도 함께 남아 있기 때문에 낡고 음산한 기운이 있거든요.
이곳은 피지를 흡수하는 기름종이로 유명한 "요지야" 카페예요.
다른분들의 블로그를 봤더니 차도 마실 수 있고, 기념품과 요지야 기름종이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시간이 좀 여유가 있었다면 차도 한잔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은각사에서 내리지 못하고 뺑뺑이를 돌아 금각사를 간 탓에...
시간 낭비를 많이 해서 아쉽게도 그냥 기념으로 사진만 찍고 왔네요.
산넨자카를 산책하며 내려오다 보면 니넨자카로 이어지는 길을 만나게 돼요.
산넨자카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길이예요.
중간에 쉬어가면 좋을 카페도 있어요.
쭈욱~ 걷다보니 기온에 가까이 온 듯해요.
자동차 한대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길 가쪽으로 붙어야 되는 좁은 골목인데 까만 중형 택시가 바로 저희 뒤에서 정차를 하더라구요.
비켜줘야 하나 하며 고급 요리점처럼 보이는 곳 입구에 서서 길을 비켜 줬는데 거기서 화장을 곱게한 게이샤 한 분이 내리시더군요.
남편에게 이 거리에 있는 요리집들이 게이샤들이 시중을 들어 주는 곳이라며 설명하면서 왔는데 왜 게이샤는 안 보이는거냐며 시무룩해 있었는데 완전 "심봤다!!!!" 였어요.
제가 게이샤 세계는 좀 있어보질 않아서 (ㅋㅋㅋㅋ ) 잘은 모르겠지만 택시 운전 기사가 게이샤가 타고 있는 쪽 문도 직접 열어 주시고, 게이샤의 가방과 시중을 들어주는 할머니도 계시더라구요.
이 게이샤는 A급인가? 하며 게이샤가 들어간 요리집을 문 밖에서 살짝 들여다 보니 아~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왠지 비싸 보이는 개인실의 문짝들만 보이더라구요.
왠지 사진도 찍으면 안될 것 같은 포스였어요.
그 요리점이 바로 사진속의 오른쪽 전봇대 뒷편으로 등이 달려 있는 곳이랍니다.
기온 거리까지 갈 것도 없이 게이샤도 봤으니 오늘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기온 거리는 패스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아차차!!! 기온 근처에서 본 1일 마이코 체험이 가능한 곳의 포스터예요.
혹시나 교토 가시는 분들, 마이코 체험 한번 해 보는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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