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밤 12시 57분...
애들 다 재우고, 조용한 밤.
드디어 온전히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이 황금같은 시간이 저에게 주어지면 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합니다.
쌀쌀한 겨울 밤, 따뜻한 음료를 옆에 두고 홀짝 홀짝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으니 더 없이 좋네요.
육아로 털린 제 영혼을 적셔 주는 저 음료는 바로 오뎅 국물 되겠습니다. ㅎㅎㅎ
오늘 엘리양 집에 놀러 갔다가 냄비채로 받아들고 온 오뎅탕.
일주일에 두개는 포스팅 해 달라는 요청에 "무리데쓰~" 라고 했지만 오뎅탕을 받아들었기에 일주일에 2포스팅은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1포스팅이 밀리는 일은 없도록 오늘밤 미리 예약 포스팅을 여러개 작성해 두어야겠더라구요.
그리고 어제 좀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 얘기도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고요.
와플이에 관한 얘기인데요. 어제의 일에 앞서 또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어서 그 얘기부터 먼저 할게요.
땡스기빙 연휴 마지막날부터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저희집에 한달간 친구네가 머물렀다는건 다들 아시죠?
그 친구가 바로 일본인 친구 아유인데요, 보통 한달씩이나 친구가 머무르게 되면 불편한 점도 생기게 되고, 마음 상할 일도 있지만 정말로 그 친구의 배려와 (또 그만큼 저도 친구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신경 많이 썼고요) 마음 씀씀이에 불편함 1도 없었고, 마음 상할 일도 없었어요. 저는 오히려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었기 때문에 한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금방 지나가버렸거든요.
하지만 정작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우리 와플이였습니다.
친구네도 아이가 둘, 와플이보다 한살 (정확하게는 13개월) 어린 릴리아와 제제보다 1개월 어린 레일라예요. 레일라와 제제는 아직 소유 개념을 잘 모르는 아기들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와플이와 릴리아는 "자기것"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고, 의사 표현, 감정 표현이 확실한 나이죠.
아이를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들이 소유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기것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그 시기에 친구들과 함께 놀다보면 늘 장난감을 서로 갖고 놀겠다고 싸움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전 와플이와 제제가 장난감 때문에 싸울 것을 대비해서 나름대로의 기준과 룰을 정해놓고, 그대로 가르쳐 왔어요.
와플이와 제제가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싸울 경우
1. 누구의 장난감인지 확인한 후, (또는 누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는지 확인) 장난감 주인에게 가지고 놀아도 되는지 물어보게 한 후, 승락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지고 놀기, 거절하면 10분 기다리기. (먼저 가지고 논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음)
2. 거절한 사람은 거절하기 전에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건 어떠냐고 제안한 후, 싫다고 하면 먼저 가지고 노는 대신 10분만 가지고 놀고 양보하기 (그리고 반드시 타이머로 10분 설정한 후, 시간 정확히 지켜서 10분 뒤에는 무조건 장난감을 주도록 합니다, 약속해 놓고, 까먹거나 그러면 이미 이 규칙은 아이들의 신뢰를 잃어버려서 따라 주지 않을거니까요)
이렇게 하면 장난감을 뺏겨서 억울한 사람도 없고, 장난감을 못 가지고 놀아서 억울한 사람도 없거든요.
제제는 아직 소유개념이 없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을 당장 못 가지고 놀면 떼를 쓰며 울어 버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와플이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제제도 이 규칙을 배워야 하고,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대신에 제가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관심을 돌립니다. (비밀은 아니지만 그냥 먹을거 주면 제제는 상황 종료) 그리고 와플이는 이 규칙에 적응하고 납득도 했기 때문에 10분을 잘 기다리기도 하고, 10분뒤에 기분 좋게 다시 장난감을 건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친구네가 머무는 동안 릴리아와 와플이는 꼭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고 떼 쓰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장난감들이 와플이 것이였고요. 그래서 릴리아와 와플이가 같은 장난감을 두고 떼를 쓰면 와플이게 양보해 달라고 부탁했죠. 릴리아는 우리집에 온 손님이고, 이 규칙은 우리 아이들이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노는 저의 교육법이니, 친구의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양보를 한 케이든은 10분의 규칙을 얘기하며 자기 장난감을 10분 뒤에 돌려 받기를 원했지만 10분의 규칙을 모르는 릴리아는 도중에 다시 돌려 줘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떼를 쓰고 울었습니다.
당연히 아유도 이런 상황이면 릴리아에게 양보하라고 하거나 강제로 장난감을 뺏어서 돌려주거나 한 후, 훈육을 하기 위해 릴리아를 혼내키는 일이 많아졌고요. 엄마에게 떼 써 봤자 들어주지 않는다는걸 아는 릴리아는 저에게 와서 와플이의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하거나, 와플이가 함께 가지고 놀지 않는다고 하니 저 역시도 와플이를 혼내는 일이 많았죠.
이런 일이 계속 반복 될 수록 와플이는 상처 받고 있었어요. 아마 릴리아도 그랬을거예요. 단지 아직 상황 표현을 말로 잘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보니 표현을 못 했을 뿐, 마음속에는 각자 억울함이 쌓여가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렇게 약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릴리아도 장난감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본 와플이는 당연히 관심이 생기고 가지고 놀고 싶었죠. 그래서 릴리아에게 "네 장난감 가지고 놀아도 돼?" 라고 물어 봤는데 안된다고 거절 당하자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이거 가지고 노는건 어때?" 라고 제안도 해 봤지만 또 거절 당한거죠. 그래서 릴리아가 저에게 늘 도움을 요청해서 장난감을 받은 것 처럼 와플이도 저에게 와서는
"엄마 릴리아가 장난감 쉐어 안해요"
그때 제가 와플이에게 했던 말은
" 저 장난감은 누구꺼야? 릴리아꺼지? 그런데 릴리아가 지금 자기가 가지고 놀고 싶다고 했으니까 와플이는 기다려야 해.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릴리아가 다 가지고 놀고 엄마가 그때 와플이 줄게"
"하지만 난 지금 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알아, 하지만 저건 와플이것이 아니라 릴리아 장난감이니까 릴리아가 줄때까지 와플이가 기다려야 하는거야"
이성으로 사고를 하는 우리 어른들에게야 받아 들일 수 있겠지만 아직 감정이 우선인 와플이에게는 너무너무 속상했던지 정말로 "으앙~" 하면서 자기방으로 뛰어가 침대에 엎어져서 울더라구요.
이 상황을 본 아유가 가만히 있었을리 없겠죠. 당연히 릴리아에게 쉐어하라며 장난감을 와플이에게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것을 본 제가 그렇게 받은 장난감을 와플이에게 가지고 놀게 하는 것도 맘이 편치 않기에 괜찮다고 나중에 다 가지고 놀고 나서 주면 된다고 말렸습니다.
그일이 있고, 한 이틀 후 또다시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와플이의 장난감을 릴리아가 갖겠다고 울면서 저에게 왔길래 와플이에게
"릴리아한테 장난감 주고 10분 뒤에 와플이가 가지고 놀아" 라고 했더니
"싫어, 이건 내 장난감이야"
"알아, 하지만 릴리아가 와플이 집에 놀러 온 손님이니까 릴리아 먼저 10분 가지고 놀게 하고, 그 다음에 와플이가 가지고 놀면 되잖아"
"싫어, 이건 내 장난감이야, 난 지금 이거 가지고 놀고 싶어"
라며 아주 단호하게, 힘이 실린 목소리로 얘기 하더라구요.
그러자 릴리아가 울기 시작하고, 떼를 쓰는 릴리아를 본 아유가 와서 릴리아를 데려가 혼내고 저도 와플이를 훈육하기 위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죠. 혼이 날걸 알아차린 와플이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뻐팅기며 울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를 힘으로 제압해서 일단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어요.
장난감을 쉐어하지 않겠다는 와플이의 태도에 실망했고, 그 말을 하는 말투가 버릇없게 들려서 화가났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데 억지로 끌고 들어오면서 저도 좀 감정이 격해 졌습니다. 그리고 사실 릴리아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와플이를 혼낼 일도 없었을텐데 자꾸 장난감 때문에 싸우게 되서 혼내킬 일이 생기니 저도 많이 속상해서 와플이에게 큰소리를 내며 다그쳤어요.
그러자 와플이가 울음을 삼키며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상황 설명으로
"나는 내 장난감 쉐어 했는데, 릴리아는 쉐어 안해. 엄마가 나한테 내 장난감인데 릴리아 먼저 10분 가지고 놀고, 그 뒤에 내가 10분 가지고 노는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나는 쉐어 했어. 그런데 릴리아는 쉐어 안해. 릴리아 장난감 내가 가지고 놀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가 그건 릴리아 장난감이니까 나는 기다려야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내 장난감이니까 릴리아가 기다려야지. 그런데 엄마는 또 릴리아가 먼저라고 했어. 이건 공평하지 않아!!!그리고 엄마는 나한테 화를 내. 그래서 난 너무 슬퍼"
라고 말하는데... 제 마음이 이해 안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건 공평하지 않아!" 이 말에 눈물이 줄줄줄 ㅠ.ㅠ
와플이는 이 모든 상황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조리있게 잘 표현을 할 수 없어서 속상해 하는 그 답답한 마음이 이 말들을 하는 와중에 느껴졌고, 무엇보다 와플이말이 틀린 말이 아니였거든요.
자기는 자기 장난감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가지고 놀지 못하고 늘 양보했는데, 막상 릴리아의 장난감은 릴리의 것이니까 양보 받지 못한다는 엄마의 말에 상처받아서 기억하고 있다가 같은 상황이 되어서 내 장난감이니까 내가 먼저라고 했더니 엄마는 다시 말을 바꿔 그래도 "릴리 먼저" 라고 하니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거죠. 그리고 기준이 없어진 엄마의 규칙에 아이는 혼란스럽고 속상했을거예요. 엄마가 말한대로 말했을 뿐인데, 혼이 나야 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너무 슬프기도 했을거고요.
남의 아이 기분 맞춰 주면서 정작 우리 아이가 상처 받고 있는건 모르고 있었다는게 너무 마음아프고, 사실 듣고 보면 와플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혼을 냈던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난거거든요.
그런데 또 제가 눈물을 흘리는걸 본 와플이는 슬픈 목소리로 " 엄마는 왜 울어?" 하면서 저를 안아주더니 토닥 토닥 등을 다독여 주더라구요.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를 슬프게 했다니...
진심으로 와플이에게 사과했어요. 그리고 와플이 말이 맞다고 했어요. 앞으로는 릴리아도 엄마의 10분 규칙을 따르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유에게도 와플이가 한 말을 전하며, 무조건 릴리가 양보하거나 와플이가 양보하는 일 없이, 똑같은 장난감을 원할 때는 장난감 주인이 10분 먼저, 그리고 나서 무조건 10분 뒤에 다시 양보해서 서로서로 상처 받는 일 없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얘기 했더니
"나도 이 규칙대로 애들 교육하고 싶었어, 여기 와 있는 동안 아이들 훈육하는 방법들 많이 배우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해. 그러니까 릴리아 레일라가 부탁해도 들어주지 말고, 엘리도 단호하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같은 규칙으로 대해 줘. 부탁해~"
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2~3일만에 릴리아도 이 10분 장난감 쉐어 규칙에 적응해서 서로 서로 10분씩 양보하며 싸우는 일 없이 서로 상처 받지 않고 잘 지내게 되었고, 엄마들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한 나머지 2주를 보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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