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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이 이렇게 좁은 곳이였던가!!!

by 스마일 엘리 2016.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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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 지구상의 나라들을 여행한다고 해도 다 돌아보지 못하고 죽을만큼 세상은 넓잖아요?

그런데 이 넓은 세상에서, 세상 좁네 할 만한 일도 종종 일어난다는거!

그걸 처음으로 느꼈던 게 10여년 전에 이태리에 여행갔다가 로마의 떼르미니 역 앞에서 전 직장 동료를 만났을 때 였어요.

한국에서, 타지역에서 만났어도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이야' 했을 일인데, 비행기로 10시간 걸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간 그곳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났을 땐 정말 세상 좁구나~ 실감했거든요.

게다가 우린,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어머, 야!! 여기서 뭐해" ==> 뭐하긴, 여행하지 

 

하며, 쿨하게 손 흔들며 헤어졌다는...

 

그런데, 이 넓은 미국땅에서, 끝에서 끝으로 자동차로 여행한번 갈라치면 2박 3일 쉬지 않고 운전해야 하는 이 50개주가 있는 땅에서 그걸 또 다시 경험 했답니다.

 

샌디에고 살 때 알게 된 동생이 있었는데요, 샌디에고를 떠난지 벌써 5년이 되었지만 가끔씩 안부 주고 받으며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죠.

그 친구는 지금 샌디에고를 떠나 하와이에 살고 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쯤, 시동생네 집이 조지아주에 있다고 방문할 계획이 있으니 그때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며 만나자고 해서 반가운 재회를 했었습니다.

그리곤 그녀의 언니가 곧 조지아주 사바나로 이주할 예정이라 그때 다시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더랬죠.

 

그리고 나서 제가 출산하기 몇주전에 출산 예정일이 언제냐며, 7월쯤에 사바나에 가게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출산은 6월 말이였기 때문에 7월에 오면 중순쯤이나 말쯤에 연락해서 만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일단 오면 연락 달라고 했었죠.

 

그리고 전 출산을 하고, 산후 조리는 사뿐히 뛰어 넘고, 삼칠일도 안 된 제제를 데리고 이미 마트 쇼핑도 하고, 주말마다 외식도 하며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7월의 어느 토요일...

블러프턴의 왠만한 레스토랑은 이제 질렸고, 사바나 근처의 풀러 pooler라는 곳에 샘스클럽이 있으니 장보러 간 김에 그쪽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뚫어보기 위해 폭풍 구글질!!!!

풀러에는 아울렛 몰이 새로 크게 오픈하면서 각종 체인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거든요.

하지만 사실 풀러의 왠만한 체인 레스토랑은 한번씩 다 돌면서 순회 먹방을 찍은지라 뭔가 새로운, 느끼하지 않은, 동양적인 메뉴가 먹고 싶었어요. 그러던차에 눈에 띈 식당 

 

seasons of japan

 

합리적인 가격의 히바치 스타일 (철판구이) 일본 식당이라는 후기를 보고 이곳을 한번 탐방해 보기로 했답니다.

 

 

 

원래 히바치 그릴이 있는 식당은 철판을 테이블 삼아 빙~둘러 앉아 요리사가 철판에서 고기를 구우며 불쇼, 계란 묘기쇼, 양파 화산쇼를 보여 주기 때문에 팁도 더 두둑히 드려야 해서 저렴한 가격으로는 먹을 수 없거든요.

그런데 seasons of japan은 패스트푸드점 스타일로, 주문한 뒤, 자신의 번호가 불리면 음식을 찾아 와야 하고, 또 키친이 오픈되어 있어서, 키친 안의 히바치 그릴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구요.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한끼 먹었다고 생각하는 와플이 아부지는 철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으니 좋고, 동양식의 간장으로 양념한 고기와 볶음밥을 먹을 수 있으니 나도 좋고, 먹는것 보다 안 먹는게 더 많은 와플이 녀석이 좋아하는 우동도 있으니 저희 가족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레스토랑이였죠.

게다가 가격도 저렴~

 

 

 

기대를 안고 찾아간 곳이였는데, 역시나 으음~ 맛도 있었어요. 별 ***** 다섯개

 

오랫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 폭풍 감동하며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 어깨를 톡톡~

 

'아놔~ 아무리 저렴한 레스토랑이라지만 내가 너무 게걸스럽게 먹어서 누군가의 비위를 상하게 했나?!'

 

하며 돌아 봤는데....

 

아뉘 글쎄...

 

하와이에 살고 있던 그 동생이... 7월 즈음에 사바나에 온다던 그 동생이...

 

사바나도 아닌 풀러에서, 7월즈음의 어느 날도 아닌 바로 그 날, 24시간 중, 바로 그 시간, 많고 많은 식당중에 하필이면 그 식당에서 그렇게 우연히 운명처럼 만났지 뭐예요.

 

정말 너무너무너무 놀랍고 반가웠어요.

 

'우리.... 운명인가봐!!! 그리고 이 넓은 미국도 결국 좁은 곳인가봐... '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했어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더더 대박 사건이 있었으니...

 

 

때는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 블로그에 어느분께서 본인의 실명으로 글을 남겨 주셨어요.

곧, 제가 살고 있는 블러프턴으로 가게 되었다며, 한국인이 있다는걸 알게 되서 너무 반갑다며 여기에 도착하면 꼭 만나자고 하셨죠.

저도 아는이 하나 없고,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도 만나기 힘든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무 반갑고, 얼른 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분이 도착하셨고, 설레는 마음으로 애까지 떼어 놓고, 저녁에 외출을 했죠.

첫만남에 부산 사투리를 쓰는 그녀...

저도 부산 출신이라 바로 신상털기에 들어갔죠.

 

"고향이 어디세요"

"저는 김해요"

 

앗!! 김해는 저희 친정이 있는 곳인데....

 

"김해 어디세요?"

 

라고 제가 다시 물으면서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실명!!!!

 

그 실명이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였습니다.

바로 저희 친정 엄니의 목욕탕 친구분 성함이 그녀의 실명과 같았거든요.

저희 엄니께서는 저에게 자주 이 친구분의 얘기를 하시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따님께서도 미국인과 국제 결혼을 하셨기 때문이죠.

 

"H 언니네 사위는 한국말도 잘한다더라, 크서방은 언제 한국말 배워서 한국말 하겠노?"

"H 언니 사위는 한국 음식 못 먹는게 없다더라"

" 크서방도 쇠고기 비계 (지방)는 안 먹나? H 언니네 사위도 쇠고기 비계는 안 먹는다카드라"

 

하며 자주 와플이 아부지와 H 언니라는 분의 사위를 비교하곤 하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한국에 갈때마다 친정 엄니는 저와 와플이를 친정 엄니의 아지트인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그 H 언니라는 친정엄니의 친구분께서 와플이에게 목욕탕의 전신 맛사지 겸용 건강음료인 요플레와 우유를 사주시며 따뜻한 온정을 표현하셨죠.

 

그녀의 실명과 친정 엄니 친구분의 이름이 똑같다...

그녀도 국제 결혼을 했고, 친정 엄니 친구분의 딸도 국제 결혼을 했다...

그녀도 김해 출신이고, 친정 엄니의 목욕탕도 김해다.

 

갑자기 파바바박~ 머릿속에 떠 오른 결론 하나

 

갸가 바로 갼가...........????(그 애가 바로 그 앤가?)

 

" 혹시 어머니께서 목욕탕 다니세요""

 

"네!"

 

" 아이 이름이 ** 예요?"

 

"네!"

 

허억!!!!!!

 

야가 갸네!!!! ( 이 애가 그 애네!!!!)

 

그렇습니다.

 

넓고 넓은 미국땅에서, 많고 많은 50개주 중에서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많고 많은 도시 중에서도 하필이면 한국인도 거의 없는 이 블러프턴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난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쁜데, 심지어 그동안 친정 엄마를 통해 계속 이야기를 들어 왔던 엄마 친구의 딸이라니!!!!

그녀의 신상 반 이상은 이미 알고 있어서 신상 털기 할 것도 없는 그런 친구였죠.

 

대박 신기한 일 아닙니까?

 

그날 바로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죠.

 

"엄마, 나 여기서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게 누구게?"

 

"누군데?"

 

"H"

 

"엉?"

 

"H"

 

"어엉??? 진짜가?!?!?!?! 미국 들어간다카드만, 같은 동네가? 엄마야...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노? 잘됐네!!! "

 

저희 친정 엄마도 친구분의 딸이 미국으로 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사실 나이드신 분들 미국 동네 이름 들어도 복잡해서 잘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전혀 생각치도 못하고 계셨더라구요. 

 

암튼, 그녀 역시도 제 얘기를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은 적이 있었는지 와플이가 어릴 때 손가락 다쳐서 병원에 간 것도 알고 있고 (사실 큰 일도 아니였는데, 친정 엄마는 첫손자가 손가락에 피를 흘리며 병원에 갔다니 또 호들갑 스럽게 여기저기 얘기를 했나봅니다. ㅎㅎㅎㅎ 사실, 그 호들갑의 시작은 저였다는건 비..밀..) 그래서 바로 또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알던 사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폭풍 수다를 떨다가 왔죠.

 

아~ 정말 세상 좁죠?

 

그러니 죄 짓고 살면 안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모르니까요. (결론은 산으로 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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