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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우리집에 귀신이 산다.

by 스마일 엘리 201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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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지은지 3년 된 비교적 새집이예요.

미국에는 50~60년 된 집들도 흔해서 3년 된 집이면 말 그대로 새 집이예요.

 

그런데 이 곳에 이사오고 나서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사를 먼저 들어오고, 짐은 일본에서 오는지라 이곳에 이사오고 한달이 지난 후에 받았기 때문에 이사 직 후 한달동안은 아무 짐도 없이 살았어요.

그래서 제가 식탁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는다고 불평하기도 했었구요.

당연히 침대도 없으니 에어매트리스를 거실에 깔고 온 가족이 다 함께 한 이불 덮고 생활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와플이의 낮잠을 재우려고 함께 누웠는데...

저도 같이 잠에 빠져 들려고 할 무렵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끼익~"

 

하는 소리

그건 마루로 된 복도에서 운동화가 삑사리 (죄송~ 적당하고 예쁜 표준어를 몰라요 ㅎㅎㅎ 이렇게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건가!!!!) 나서 내는 마찰음 같은 것이였어요.

왜, TV에서 농구 경기 보다 보면, 농구 선수들의 운동화와 바닥이 마찰을 일으켜서 "끼익" 하는 소리가 나잖아요. 그런 소리였어요.

 

텅빈 집, 아무도 없는데 이 정체 불명의 소리는 뭐지?

 

게다가 너무 가까이서 들렸어요.

불과 2~3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들렸는데 집안에 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소리는 울려서 더더욱 크게 들렸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온 가족이 거실 에어매트리스위에 잠들어 있던 시각...

전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이것저것 검색 중이느라 시간이 12시를 넘기고 있던 것도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툭"

 

하고 무거운 책이 마루 바닥으로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땐 정말 얼어 버렸어요.

왜냐면 그 소리가 너무나 가까이서, 그러니까 같은 거실 안에서 나는 소리였거든요.

그리고 말씀드린대로 저희는 짐이 없었기에 무언가를 올려 놓을 테이블도 없었고, 떨어질 책도 없었구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거실에서 아주 크게 책이 떨어 지는 소리가 난거죠.

고개를 돌려 확인만 해 보면 되는데.... 너무 무서워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어요.

그쪽을 바라보면 무언가가 내 눈과 마주칠 것 만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 공포가 좀 잠잠해 질 즈음 짐들이 도착했고, 짐 정리를 조금씩 끝내던 어느 날 이였어요.

약 두달여만에 도착한 커피머신

아침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캡슐을 넣었는데 "끼이익" 하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나고 커피가 안 나오는거에요.

그 전날까지만 해도 작동 잘 되던거였거든요.

갑자기 고장 났을리는 없고...

책 떨어진 소리가 난 이후로 저는 소리에 아주 예민하고,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분명 이 집에 뭔가가 있다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도 그럴것이 저희집이 5개월간 비워져 있었어요.

새 집이고, 관리도 아주 잘 되어진 집이였어요.

40대 중반의 여자분이 혼자 사시던 집이였는데 그 분이 짐은 그대로 놓아둔 채, 집을 내어놓고 타주에 가 계셨어요.

그리고 집을 팔 예정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큐리티 시스템을 가입하신거죠.

안전상의 이유였다면 그 분이 이곳에 3년간을 사시는 동안 그 시스템을 가입해야 말이 되는데 집을 떠나기 전에 시스템을 가입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분명 전 주인도 여기서 뭔가를 본거야, 그래서 이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었던거야, 그러니 시큐리티 시스템을 가입하고, 그래도 불안해서 짐을 두고 일단 몸만 다른데로 간걸거야'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거죠....

 

그렇게 또 며칠을 지내다가 며칠 전 밤이였답니다.

남편은 2층에 있었고, 전 와플이를 재우기 위해 1층 와플이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답니다.

책도 읽어주고, 와플이가 졸려해서 베이비 프로젝터를 켜 놓고 와플이와 함께 천장을 보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불 끄고, 요렇게 프로젝터를 켜 놓으면 천장에 요런 예쁜 그림들이 나타나거든요.

그럼 와플이는 요걸 보다가 잠이 들어요.

와플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선물로 받았는데 아주아주 아기때 혼자 재우면서 유용하게 잘 썼는데 제가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와플이의 수면 습관이 바뀌어서 혼자 못 자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그 동안 못 쓰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정말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쓰게 된거죠.

 

 

 

한참 그림들을 바라보다가 와플이는 이미 잠 들었고, 저는 또 스마트폰 삼매경 중이였는데 갑자기 프로젝터가 꺼져 버리는겁니다.

 

............................................. 

 

 

뭐...지?

 

프로젝터가 조명 역할도 했는데 갑자기 꺼져 버리니 깜깜해 져버린 와플이 방...

 

왜 꺼졌지?

 

다시 무서운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죠.

그런데 차마 다시 켜기 위해서 일어나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왠지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

 

어차피 남편이 자러 가기 전에 와플이 방에 들릴거라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남편을 소리내서 부르면 와플이가 깨어 버리니까요) 무서운 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력하면서 스마트폰에 다시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와플이가 갑자기

 

아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갑자기 프로젝터가 혼자서 켜지더니 막 그림이 혼자서 돌아가는겁니다.

 

~~~~~~~~~~~~~~

 

이거 뭐야!!!!!!!!!!!!!!!!!!!!!!!!!!!!!!!!!!!!!!!!!!!!!!

 

드디어 제 공포는 극에 달했고, 소리 지르며 남편을 불렀습니다.

어차피 와플이도 깨서 울고 있고

 

"빨리 여기 와봐!! 무서워!!! 빨리 와봐! 빨리 빨리!!!! "

 

남편은 후다다닥 내려 와서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이 집에 귀신이 있는것 같애. 이상해, 이 프로젝터가 막 지 혼자서 꺼졌다가 갑자기 와플이가 우니까 이것도 갑자기 혼자 켜져서 막 돌아가, 마치 자기가 아기를 달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ㅠ.ㅠ

 

그러자 남편은 베이비 프로젝터쪽으로 다가가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운드 액티베이션 기능이잖아!! 아기 울음소리에 반응해서 저절로 켜 지는 기능이야"

 

그렇습니다.

이런 착한 기능이 있는 줄도 몰랐던 저는 이 집에 사는 귀신이... 장난을 치는거라고..... (쿨럭) 

 

그냥 코드만 꼽으면 되는건줄 알았단 말예요!

저 조그만 기계에 저런 섬세한 기능까지 있을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ㅠ.ㅠ

그냥 눈에 보이는 버튼만 다 파악하면 되는건줄 알았다구요!!!

 

뭐 이렇게 해서 귀신의 농간으로 믿었던 베이비 프로젝터 사건은 새로운 발견과 함께 저를 귀신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죠.

 

그럼 다른 사건들은 어떻게 된것이냐!!!

거꾸로 돌아가서 커피 머신이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작동이 되지 않았던 건....

물 탱크에 물이 바닥이 나서 그랬더라구요. ㅍㅎㅎㅎㅎㅎ 그러니 커피가 나올리가 있나...

 

책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는....

그건 물어보니 새집에서 보통 나는 소리인데요, 미국 주택은 목조 주택이라, 이 목조들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아서 서로 맞춰 지는 소리가 난대요.

그 소리가 "탁" "탁" 하면서 나는거라고, 저 외에도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마루와 운동화의 마찰음.... 그건 그 일 이후에도 몇 번 그런일이 더 있었는데요, 알고보니 화재 경보기의 밧데리 방전 알람음이였어요 ㅍㅎㅎㅎㅎㅎㅎ

 

이 소리가 얼마나 신경 거슬리는 소리인지, 잊을만 하면 갑자기 "끼익" 해서 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는데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마침 알람음이 울려서 남편이 화재 경보기의 밧데리를 교환한 뒤로는 더 이상 안 나구요.

 

고로 귀신이 사는 줄 알았던 우리집은 그냥 우리 세식구만 사는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이 집에 귀신이 있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줬는데요,

 

첫째: 오래된 집이 아니고, 새 집이라 귀신이 있을 수 없다.

둘째: 3년 된 집에, 전 주인 혼자 살던 집이라 이 집에서 죽은 사람이 없다.

셋째: 이 단지 자체가 새로 생긴 단지라 귀신이 있을 수 없다

 

뭐 그래서 바로 고개 끄덕끄덕 하고 이제 더 이상 귀신 생각은 안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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