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한달에 한번씩 젤네일을 받았더랬어요.
제 블로그를 오랫동안 지켜 오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 이쿠쨩, 그녀가 저의 젤 네일리스트였죠.
이쿠쨩 덕분에 부담스러운 가격의 젤 네일을 좀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서 한달에 한번씩 꼬박 꼬박 받았었는데 이쿠쨩이 미국으로 가게 되고, 저도 출산을 하면서 그 동안 네일 관리를 못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최근 손톱이 자꾸 찢어지고, 살과 함께 찢어지기도 하고, 찢어진 손톱 사이로 머리카락이 끼기도 해서 다시 네일을 받아야겠더라구요.
젤 네일은 한번 하면 3주 이상은 유지가 되고, 손톱을 지지해 주기도 하니까 저처럼 얇아서 잘 찢어지는 손톱은 젤 네일을 해 줘야 한다며 당장 예약을 잡겠다고 남편에게 통보하고, 네일 살롱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적당한 가격에, 네일리스트의 옆모습 사진이 예쁜 여자인것 같아서 그곳으로 결정!!!
(그래요, 저 예쁜 여자 좋아해요!!! )
와플이를 맡겨 놓고 예약한 네일샵에 도착해 보니....
역시 네일리스트 언니...
예쁩니다. 우히히히히~
생각한 디자인 있냐길래 있었지만 (지브라 디자인) 견적?이 얼마 나올지 몰라 없다고 했더니 네일 잡지를 주며 디자인을 골라보라네요.
제가 검색했을 때 기본 4500엔에 원컬러, 두 손가락에 아트 2개 서비스였거든요.
아트가 들어가면 손가락 1개당 100엔, 라인 넣는것은 1개당 80엔이였어요.
고로 사진처럼 흰색 프렌치 네일에 실버 라인을 넣는 디자인을 하게 되면 흰색 프렌치가 4500엔, 라인 2개는 서비스, 나머지 8손가락의 라인은 개당 80엔씩 640엔으로 합이 5140엔이 되는거죠.
제가 원했던 디자인은 이 지브라 였는데 일단 첫방문이고, 견적내는 (?) 방법을 살필 겸 가장 기본적인 프렌치 디자인에 좀 굵은 실버 라인을 넣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지브라는 다음달에 해 보는걸로....
그렇게 찢어지고, 또 찢어지기 직전에 있던 손톱들이 이렇게 생기발랄하게 변신~
그럼 이 젤 네일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위 사진의 프렌치 네일과 디자인이 별반 다를것이 없으니 5140엔이여야 하겠죠?
그러나....
계산은 정확한 이 네일리스트 언니는 실버 라인은 일자로 쭈욱~ 그려진 라인보다 굵기 때문에 이것은 라인이 아니라 아트로 계산을 한답니다. ㅡ.ㅡ;;;;
아니!! 이것이 워째 아트여? 선 두 세번 그으면 되는건데 이것을 과연 ART라 볼 수 있는건지....
근데 뭐 예쁜 언니가 그렇다 하고, 자기의 영업 방침이니 고객님은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본 4500엔 플러스 아트 여덟 손가락 추가 800엔으로 5300엔이 되었죠.
어쨌든 오랫만에 받은 네일이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무엇보다 육아로부터의 두시간 자유가 더 좋았죠)
네일이 끝나고 나니 이 예쁜 언니께서 젤 네일 후 주의사항이 씌여진 종이와 함께 무언가를 건네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하루동안은 되도록이면 집안일 할 때 장갑을 끼고 하세요, 아무래도 첫날부터 물이 들어가게 되면 젤이 오래 유지가 안되거든요. 혹시 집에 장갑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준비했어요. 이것을 사용해 주세요~
아~ 얼굴도 예쁜데 이렇게 세심하기 까지!!!!!!
지금껏 수많은 네일샵을 다녀 봤지만 고무장갑을 챙겨 주는 네일샵은 제 평생 이곳이 처음이였습니다.
역시!!!!! 남들은 생각지 못한 틈새에 정성을 보이는 영업 전략으로 이렇게 인기가 많았구나....
사실 제가 이 샵을 예약할려고 일요일에 전화했었는데 예약이 다 차 있어서 금요일부터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5일을 기다려서 간 곳이죠.
다른곳보다 가격도 조금 저렴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이런 세심한 서비스에 고객님들이 감동해서 다시 찾고 그래서 인기가 많은거였나봅니다.
저도 이 고무장갑 서비스로 인해 좀전까지만 해도 납득 할 수 없었던 "굵은 라인은 아트다" 라는 이 네일리스트 언니의 주장에
"암요~ 굵은 라인 그거 한번에 그려지는거 아니니 아트입죠"
이렇게 되더라구요. ㅎㅎㅎㅎ
그렇게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쁜 언니께서 주신 그 장갑을 정리해서 넣어놓기 위해 비닐에서 뺐는데.....
분명 집안일 할 때, 설거지 할 때 손에 물이 닿지 않도록 꼭 쓰라고 했는데...
그런데......
이것은 고무 장갑이 아닌 그냥 고....무.....로 된 장갑?!?!?!
게다가 길이도 손목에서 딱 끝나는.... 그런 의사들이 수술할 때 쓰는 그 장갑?
염색약 사면 들어있는 바로 그 장갑이지 뭐예요.
이걸로 집안일을 어찌한다?!?!?!?!
설거지 할려면 빨간 마미손 장갑 정도는 되어야지!!!!
손톱에 물이 닿지 않도록 장갑을 준비해 준 센스와 배려는 심히 감동스러웠지만 이거 안주니만 못한 서비스가 아닙니까? ㅋㅋㅋㅋ
아니면 예쁜 언니들의 세계를 제가 잘 몰라서 그런걸까요?
예쁜 언니들은 집안일 할때도 가늘고 긴 손가락이 돋보이도록 스키니 장갑을 끼고 하는걸까요?
저 말고도 이 네일샵을 방문한 고객님들이 많았을테고, 다들 이 장갑을 받았을텐데 네이샵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블로그에도 그 어디에도 이 장갑에 대해 의문이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네요.
정녕! 저만 팔뚝까지 올라오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집안일을 했던 것입니까?
제가 모르는 사이, 이미 저 스키니 고무장갑이 주방 패션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것입니까?
괜히 네일 받으러 갔다 와서 전 미궁속에 빠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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