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낮에는 먹이느라 정신없고, 밤에는 재우느라 정신없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벌써 와플이의 백일이 되었어요.
지난 1월 1일이 와플이의 백일이였거든요.
누구에게나 다 그렇겠지만 아기의 백일은 엄마 아빠에게, 그리고 아기에게도 특별한 의미잖아요.
100일동안 무사히,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커준 아기에게 고마운 마음과, 부모로서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니까요.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서 육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특별한 날도 함께 축하할 가족들이 옆에 없으니 음식 차려 놓고 하는 아기의 백일 잔치가 큰 의미가 없잖아요.
음식을 차려봐야 와서 함께 나눠 먹을 가족도 없으니까요 ㅠ.ㅠ
게다가 와플이의 백일은 하필이면 일본에서 제일 큰 명절인 신정 "1월 1일" 이라 누군가를 초대 하는 것 자체가 민폐가 되는지라 남편과 저는 그냥 우리 세가족이서 케잌이나 하나 사서 기념 사진이나 찍고 그렇게 우리끼리 조촐하게 보내자고 했죠.
더더군다나 미국인인 남편에게는 아기의 백일이 무슨 파티를 해야 할 만큼 큰 의미있는 날이 아니기도 하구요.
저와 비슷하게 아기를 낳은 재미교포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쭉 자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역시 가족과 떨어져 타주에 살다 보니 아기 백일 잔치를 할 수 없어서 슬프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라구요.
그랬더니 그녀의 수많은 미국인 친구들이 아기 백일이 무슨 특별한 날이기라도 하냐며 덧글을 달았길래 아~ 미국인들에게는 아기 백일은 파티를 할 정도로 중요한 날은 아니구나 짐작은 했지만 남편 역시도 제가 백일 축하 파티를 해야 한다니 "한살 생일 파티"도 아니고, 100일 파티를 왜 하냐고 하더군요.
라고 했더니 바로 입 꾹~
그리하여 초대한 사람도 없고, 오직 우리 세 식구끼리 축하하는거니 음식도 필요 없고, 그냥 케잌 하나에 기념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케잌 하나 놓고 사진 찍는데 뒷배경에 아기 백일 기념 사진이라는 것은 알 수 있게 배너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그래서 까짓거, 요즘 와플이 밤에 잠도 잘 자는데 밤일(?) 삼아 한번 만들어 보지 뭐~ 하며 배너따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MS WORD에서 글씨체 하나 골라 잡아 원문자로 만들어서 프린트 해 봅니다.
(참고로 제가 고른 글씨체는 Curlz MT 입니다.)
앗뿔싸!! 잉크가 모잘라 ㅠ.ㅠ
'큰 돈 안들이고 준비한답시고, 케잌 하나 놓자고 한 것이 파티 플래그 만들고, 파티 플래그 하나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프린트 잉크를 사게 되네 ㅠ.ㅠ '
그렇게 잉크를 구입해서 다시 채워 넣고, 프린트 해서 삼각형으로 자른 색지에 딱풀로 딱! 딱! 붙여 주었습니다.
아무리 간단하게 만들어도 나름 테마색은 정했지요.
블루, 화이트, 브라운!!!
끈으로 잘 연결해 주기만 하면 배너 (파티 플래그) 완성!!!
그런데 배너를 만들고 보니 색지가 많이 남지 않겠습니까?
'까짓거, 색지도 남았고, 프린트기에 잉크도 채워 넣었는데 와플이 이름이나 뽑아서 색지에 붙여 볼까? '
하고 뽑았더니....
이거.... 왠지 도일리에 붙여 주면 업그레이드 될 것 같아!!!
그리고 서랍장 구석에서 쌓여 있는 산적 꼬지를 붙여 주었더니!!!!!!
오오오~~~ 나름 훌륭한(?) 꽂이가 완성 되었어요.
'꽂이가 있으니 꽂을 곳이 있어야겠군!!! 머핀을 구워서 그 위에다 꽂으면 되겠다!!!'
그리하여 머핀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케잌과 기념 사진 한장으로 만족하기로 한 백일 파티가 배너를 만들기 시작했더니 잉크를 채워 넣고, 잉크를 채웠더니 이름 꽂이를 만들고, 이름 꽂이를 만들었더니 이젠 머핀을 굽기로 하다니!!! ㅠ.ㅠ
정신 챙겨 보니 이거 점점 일이 커지고 있더군요!!!!!
와플이의 백일 당일 새벽 2시, 그렇게 전 머핀을 구웠습니다.
이왕 머핀 굽는거, 머핀 굽는 판때기에 구멍도 12개인데 12개 다 굽자!!!
그렇게 굽기 시작한 머핀!, 케이든 이름 꽂이에 쓸 머핀 5개 빼면 7개가 남네~
케잌 옆에 장식해야지....
그런데 한쪽에만 장식하면 바란스가 안 맞으니 양 옆으로 장식을 해야겠다, 좀 더 굽자~
머핀 굽는 판때기에 구멍은 12개! 이왕 굽는거 오븐에 불도 땐김에 12개 다 채워서 굽자~
그리하여 구운 머핀에 테마색으로 맞춰서 화이트와 블루로 프로스팅을 올려 주었습니다.
와플이를 들쳐매고, 열심히 프로스팅을 짜고 있는 남편의 '짜는 손" ㅋㅋㅋㅋㅋ
이렇게 프로스팅이 올려진 예쁜 머핀들을 나름 테마에 맞게 예쁘게 배치해 줘야지~ 했으나!!!
머핀을 올려 놓을 뽀대나는 3단 트레이 하나 없는 우리집 ㅠ.ㅠ
백일상 대여 하면 모든 준비 용품들이 한큐에 해결 되겠지만 저처럼 해외에 사람들은 백일상 대여 업체도 찾기 힘들 뿐더러, 애초부터 백일 잔치상을 차릴려던것이 아니였기에 3단 트레이가 준비 되었을리가 만무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주는 구글은 저에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크기가 다른 접시와 와인잔
이것들로 3단 트레이를 즉석에서 만들면 되는것이죠. ^^
바로 요렇게 말입니다.
머핀을 장식할 경우, 2단이나 3단으로 쌓으면 되고, 한국식 백일상이나 돌상을 차릴 때는 떡 같은 것을 올리니까 그냥 접시 1개와 와인잔 1개로 1단 트레이를 만들면 되겠더라구요.
그런데 3단 트레이를 양쪽에 놓고 보니 머핀 갯수가 안 맞아!!
머핀을 더 구워야 해!! ㅠ.ㅠ
그렇게 해서 점점 일은 커졌지만 정말 순수한 100퍼센트 엄마표 백일상이 얼떨결에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이것!!!!
ㅍㅎㅎㅎㅎㅎㅎ
정말 차린 것 없죠?
벽에 100th day 라는 배너 하나 걸고, 케잌 하나 사서 (이것도 나름 테마색에 맞춰 초코 케잌으로) 양쪽에 머핀 놓고, 케잌 앞에 놓인 머핀에 이름 꽂이 꽂아 준게 다~인 백일상입니다.
그러나 엄마표라 빛난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그래도 와플이가 이런 엄마의 노력을 아는지 (알리가 있나!!! ) 저렇게 웃어주니 이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기쁘더라구요.
우리 세식구만 하는 백일 파티에 뭘 그리 많이 하느냐던 남편도 밤잠 안자고 색지 오리고 붙이고 하는 저를 보고는 아주 협조적이 되어 당일 아침에 적극적으로 파티 준비에 도움을 주었답니다.
평상시에 아기를 안을 때 아기띠는 절대로 안 하거든요. 그런데 이날은 아침부터 갑자기 아기띠를 찾더니 와플이를 아기띠로 들쳐매고는 자기가 뭘 도와야 하는거냐며 막 나서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래서 프로스팅 짜는걸 시킨거죠.
한국에서 하는 화려하고 푸짐한 백일상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우리 세식구는 나름대로 이렇게 행복한 100일 파티를 했답니다. ^^
그리고 저 많은 머핀들은 연휴 끝나고 남편이 직장에 가져 가서 동료들과 나눠 먹었구요.
그리고 집에서 찍은 와플이의 백일 사진!!!!
아침에 분유 먹고, 모닝똥 한번 때리고 나더니 제 할일은 다 했다며 자야 한다며 ㅠ.ㅠ 자꾸 졸려 해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건질만한 사진이 별로 없었답니다.
게다가 백일 사진에 입힐려고 주문한 옷이 오질 않아서.... ㅠ.ㅠ
컨셉 따위 없어요.
그냥 100일 기념으로 100일에 찍은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백일상 차림에 쓴 파티 플래그 재활용해서 뒷배경으로 삼고도 찍구요. ㅋㅋㅋ
마사 스튜어트 아줌마의 팜팜볼이 요즘 대세라길래 만들었는데 대실패!!!
아무리해도 꽃모양의 볼이 안나와요 ㅠ.ㅠ
그래서 그냥 바닥에 던져 놓고 흐릿한 뒷배경으로 쓰는걸로....
요 아래 사진에는 눈에 잠이 가득합니다.
요 사진을 끝으로 바로 떡실신 했어요.
여러분~ 저 이제 100일 살이예요. 아직 한살도 아닌 백일살.... ( 뭐래?!?!?!?! )
와플이의 백일 상차림이 정말로!!! 어쩌다 하다 보니 저렇게 된걸까요? 아님 저 모든것이 저의 머릿속에서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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