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기

전업주부 미국에서 알바 구하기

by 스마일 엘리 2015. 10. 10.
반응형

여러부운~

제가 요즘 이것저것 하는게 많다고 저번 포스팅에서 살짝 귀뜸해드렸죵?

제목에서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저.... 알바 합니다. 우하하하하~

 

일본에서는 그래도 잠시 스쳐지나가긴 했었지만 친구들도 있었고, 한국까지는 후쿠오카에서 비행기로 30분이면 갈 수 있으니 가족들도 보고 싶을때마다 보러 갈 수 있었는데 이곳,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오고 나서는 정말 절망적이였어요.

 

처음에는 집 보러 다니랴, 이삿짐 정리하랴 정신없이 보냈지만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나니 하루가 길고, 뭔가 허전하고, 공허하달까요?

사실 미국에 오면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으로 준비해 오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는이 하나 없는 곳에서는 시작 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적어도 제가 사는 이 곳에,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절 아는 사람도 없고, 이런일을 하고 있는 제가 있다는걸 아는 사람도 없으니 판도 못 벌여보고 그냥 허송세월만 보내겠더라구요.

 

'네트워크가 필요해'

 

이 무슨 다단계 피라미드 쌓는 소리랍니까!?!?!?!

그치만 인맥없이 살아 간다는건, 이 넓은 미국땅에 창살없는 감옥살이를 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어쨌든 제가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필요하고, 인맥을 만들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고, 무작정 나가서 아무한테나 나랑 친구 좀 해 줍쇼~할 수는 없으니 알바를 해 보기로 결심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사귈 수 있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잖아요?

 

그리하여 본격적인 구직 활동에 들어갔는데요, 사실 5년동안 전업 주부로 살다가 사회로 나갈려니 정말 두렵고, 많은 용기가 필요 했어요.

만약 한국이나 일본이였다면 일한 경력이 있으니 그 경력을 살려 일해 볼 수도 있고, 경력을 인정 받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런 경험도, 경력도 없는데다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상 마음을 먹고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게다가 이곳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 마저도 보기 힘든곳이라서 현지에서 나고 자란 동양인이 아닌, 그야말로 외국인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채용 해 주기나 할까? 뭐 이런생각까지 하다 보니, 나중에는, 나를 써 주는데가 어디라도 있기만 한다면 이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하고 말테다~ 하는 자기 파괴적인(?)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ㅋ

 

 

그 오기로 지원서를 쓰기로 했죠. .

미국의 마트 세군데를 골라 지원서를 넣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소문으로만 듣던 그 레퍼런스... ㅠ.ㅠ

미국은 일을 할려면 추천인이 필요한데, 보통은 자신이 졸업한 학교 교수님의 추천이나, 자원 봉사를 열심히 해서 그곳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매니저, 또는 동료, 전 직장의 상사 또는 동료의 추천을 받아야 하더라구요.

 

나를 추천해 줄 유일한 사람은 나 뿐인뎁쇼...

 

미국에서 학교 다닌적도 없고, 미국 직장에서 일한적도 없고, 자원 봉사는 겁나게 많이 우리집에서만 했을 뿐이고...

 

그렇게 세군데 중, 한군데는 레퍼런스에 막혀서 포기하고, 나머지 두군데 중 한곳은 일본에서 다니던 직장 상사의 정보를 써 넣었습니다.

 

근무 확인이나 추천 확인을 하고 싶으면 당신네들이 일본어로 일본에 전화를 해 보든가!!!  나야 뭐 되면 좋고, 안되면 다른데 넣으면 되는거고!!!  

 

하는 막 나가는 심정으로 말이죠.

 

나머지 한군데는 지원서를 쓰는데 경력을 쓰는 란에 국가 선택도 가능하고, 외국 주소를 입력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정 되어 있었어요. 

 

아~ 왜인지 이곳은 외국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해 줄거 같아!!!

 

이렇게 해서 결국 두 군데 지원서를 넣고, 기다려 본 후 연락이 안 오면 다른곳에 지원서를 내 볼 생각이였습니다.

쇼핑하러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샵마다 사람 안 구하는 곳이 없더라구요.

아니 이렇게 일할 사람이 없나? 일자리가 이렇게 넘쳐 나는데, 나 하나 일 시켜 주는데가 없을까? 지원서 넣다보면 이 많은 곳 중에 한곳에서는 뽑아주겠지~ 하는 긍정긍정한 에너지가 솟구치더군요.

 

그리고 약 사흘 뒤, 지원서를 낸  두곳 중, 한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바로, 경력란에 국가 선택과 외국 주소 입력이 가능했던 곳이였죠.

 

꺄올~

 

우선 전화 인터뷰를 간단하게 한 후, 통과하면 실질적인 인터뷰가 이루어질거라며 자기네 기업의 슬로건이 이러이러한데, 너는 우리 기업의 슬로건을 어떤식으로 실천하겠니?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알바 면접의 질문이 너무 시리어스 하잖아!!! ㅠ.ㅠ

 

그러나 늘 답은 정해져 있지요 ^^;;;

 

전화 인터뷰를 했던 분은 저의 답에 "좋았어!" 를 외치시더니, 매장에서의 면접 일정을 알려 주셨고, 며칠 후, 실질적인 면접을 보게 되었죠.

 

비록 알바 면접이지만 미국에서 내가 미국인과 면접을 보다니... 하며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별거 아닌거 압니다.

하지만 집에서 애만 키우던 아줌마가,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남의 나라 말로 일하고자 결정했을 땐 정말 큰 용기와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구욧!!!!!

 

그런데 막상 인터뷰는 전혀 떨리지도 않고, 그냥 외국인 친구 만난 느낌이였어요.

한국에서는 면접 보러 다닐 때 제 차례가 되기도 전에 너무 떨어서 식은 땀 흘리고, 막상 면접관 앞에서는 머리가 리셋된 듯,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오히려 영어로 면접을 보니까 그냥 처음 만난 외국인 친구한테 저에 대해서 얘기하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실 면접 가기 전에 마음 가짐이 그냥 미국인과의 인터뷰는 어떤건지 경험해 보자 하는 마음이였거든요.

 

약 5가지 정도 질문을 받았는데 고객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걸 니가 일한 경험에 비추어서 얘기 해 달라, 그 전에 일했던 업무는 정확히 어떤 것들이였냐, 너의 경력중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좋지 않았던 일은 무엇이였냐, 너를 발전 시키는 것은 무엇이냐, 전의 업무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것이였냐가 주요한 질문이였어요.

 

그러더니 제가 일본에서 일한 경력이 확인되면 그 경력을 인정해서 시급을 책정해 주겠다지 뭐예요!!!!

난 최저시급에도 기꺼이, 감사하며 일할 생각이였는데.... 최저 시급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죠.

 

오오~ 예상 수입이 확 뛰었다!!!

 

기뻐 한 것도 잠시, 내가 일본에서 일한 경력을 어떻게 확인하겠다는거지? 일본에 직접 전화를 걸겠다는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막 막 걱정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드럭 테스트를 해야 한다며 왠 막대를 잇몸에 닿도록 넣고, 입 다물고 5분 있으라고 하더군요.

 

난, 마약 청정지역(?) 일본 시골 이와쿠니에서 애나 키우다 온 아줌마일 뿐인데...

 

그렇게 5분간 강제 샷업 당하고, 저의 뒷조사를 허락한다는 서류에 부디 뒷조사 철저히, 꼼꼼하게 해서 일본의 경력을 확인 하시어, 시급 올려 주십사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고이 싸인을 하고 집에 왔습니다.

 

와플이 아부지에게 이 모든 상황을 얘기했더니 와플이 아부지 역시, 일본에서의 경력을 어떻게 확인하겠다는거지? 하며, 그냥 최저 시급 받더라도 네트워크 쌓는다 생각하고,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뭐, 저도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요.

 

그리고 약 3주 후, 경력 확인은 커녕, 그냥 불합격했나보다 하고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계약서 쓰러 오라는 담당자의 말!!!

 

우왕!!! 나 취직된겨?

 

다음 날 계약서 쓰러 갔는데 저 외에 미국인 한분도 계약서 쓰러 오셨더라구요.

그리고 싸인 할 계약서를 받아들었는데.....

 

시급이 아니나 다를까 최저 시급액.... ㅠ. ㅠ

 

그럴줄 알았지.... 내가 다니던 회사에 자기네들이 전화해서 일본어로 물어볼 수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경력을 확인하겠다고... 쳇!

 

그때 옆에 있던 지원자분이

 

"서류가 바꼈어요"

 

하며 제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를 가져 가시고 그분이 가지고 계시던 계약서를 저에게 돌려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다시 받아 든 저의 계약서엔 시급이..........

 

오엠쥐 OMG..... oh my god!!!

 

 

경력 확인되면 그 경력 인정해서 책정해 주겠다는 시급보다 더 높은 시급이 책정되어 있더라구요.

 

~

 

어머, 왠일이니! 왠일이니! 너무 좋아서 실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수가.... 아니 감출 필요가 없지.

그냥 무한 스마일 대방출 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경력 확인이 된 건 분명한데, 어떤 내용이 원래 제시했던 시급보다 더 많은 시급을 측정하게 한건지 궁금터지지만, 어찌됐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게해서 저 알바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이제 3주째 접었들었네요.

제가 일하는 곳에서 제가 유일한 동양인이라 실수하면 더더욱 눈에 띄니 늘 긴장되고, 걱정되지만 반대로 관심 가져 주시고, 친근하게 말 걸어 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직접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인지라 농담도 해야 하고, , 또 때로는 따발총 영어를 무차별 난사해서 못 알아 듣고 버버버 할 때도 있지만 이 새로운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벌써 친구하고 싶은 사람도 찾았구요.

 

단조로워질 뻔 했던 저의 미국 생활, 이렇게해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답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