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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아침 차린다던 남편이 일으킨 와플의 난

by 스마일 엘리 201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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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들 보내셨나요?
저희는 이번주엔 그냥 집귀신이 될 작정하고 저녁 먹으러 나간 것 외에는 문 밖 출입을 삼가했지요 ^^
춥기도 추웠구요.
심지어 저는 뒤늦게 빠진 "보고싶다" 라는 드라마에 빠져서 1화부터 17화까지 내내 눈물샘 누수 현상을 경험했다지요. ㅎㅎㅎ
금요일 저녁부터 보기 시작한 "보고싶다" 를 토요일 새벽 5시까지 보고 잠들었는데, 토요일 아침 남편이 주방에서 달그락 소리를 내며 무언가 만들고 있더라구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말 아침식사는 항상 남편이 만드는 것이 저희집의 전통(?) 이 아니라, 저희 시댁의 전통인데 그것을 고대로 배운 남편이 그 전통을 저희 가정에서도 이어가고 있거든요.

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와플메이커도 남편에게 주었잖아요.
그동안 와플믹스가 없어서 못 만들어 먹고 있었는데 이번주는 와플을 만들어 달라며 미리 와플믹스도 준비해 두었고, 블루베리 시럽도 제가 직접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거든요.
그래서 토요일 아침 식사는 와플일거라는걸 예상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는데 남편이

자기야, 자기가 만든 블루베리 시럽 어딨어?
라고 물어보지 않겠어요?
'음~ 다 만들었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냉장고 어디어디에 있다며 알려 주고는 다 되면 부르겠지 하며 또다시 잠에 취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갑자기 주방에서 들려오는 절규의 목소리!!!

아아아악~~~ 난 망했어!!! ㅠ.ㅠ 자기야, 어떡해!!!

또 무슨 대형 사고를 쳤길래!!!
하며 얼른 일어나 주방을 가 보았죠.
그랬더니 주방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와플을 굽고 있던 남편!!
별로 망한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아서
왜? 뭐가 잘못됐어?
라고 물으며 스텐레스 볼을 들여다 보는 순간!!
허어억~
저는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와플믹스에다가 무슨 짓을 한거야????


새하얀 와플믹스 색깔이 무슨 팥죽 믹스처럼 되어 있더라구요. ㅠ.ㅠ

왜? 와플믹스는 아무 문제 없어, 내가 블루베리 시럽을 좀 섞었을 뿐!


아아아악~~~~  이젠 제가 절규해야 할 차례!!! ㅠ.ㅠ

왜? 왜 블루베리 시럽을 거기다 넣어?? 그건 와플에 올려 먹을려고 만든건데!!!!!

 

그럴줄 알고 내가 블루베시 시럽 올려 먹을건 좀 남겨놨지!!!


하며 의기양양,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남편!!!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블루베리 시럽을 와플믹스에 섞으면 어떡해!!!! 그 시럽은 믹스에 섞으면 안되는거야.

 

왜 안돼? 그럼 나한테 말을 해줬어야지!! 내가 분명히 블루베리 시럽 어딨냐고 물어봤잖아!!!

 

나는 와플에 올리려고 물어본 줄 알았지, 믹스에 섞을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어!!! 그래서 와플은 제대로 구워진거야?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그러자 남편은 제 눈치를 흘끔 흘끔 살피더니 머뭇거리며 와플 메이커를 살짝 열었는데.....



오마이갓!!!!!!
이건 신을 안 찾을래도 안찾을수가 없는 상태!!!
도대체 와플 메이커에 무슨 짓을 한것인지...
전 정말 터져나오는 비명을 참을길이 없더라구요.

아악!!!!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뭐야!!! 아아아악~~~~


이것은 그야말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난 "와플의 난" 이였습니다.


와플메이커에다가 무슨 "블루베리 떡"을 쪄놨더라구요.
아니, 도대체 이게 뭐란 말입니까???
제가 얼마나 암담했을지 여러분은 짐작이나 되실까요?  ㅠ.ㅠ
말도 못한 채, 계속 오마이갓만 외치니 남편이 또 입술을 쭈욱 내밀고는 어린애 목소리로

자기가 블루베리 팬케잌 좋아하니까 내가 블루베리 와플을 만들어 줄려고 블루베리 시럽을 좀 넣었을 뿐인데... 이렇게 될줄은 몰랐어. 난 망했어 ㅠ.ㅠ  다시는!!! 영원히!!! 절대로!!! 와플 안 만들거야!!! 흑흑흑


하면서 갑자기 쇼파로 뛰어가 얼굴을 파묻고는 우는척을 하더라구요.
정말!!! 이 큰아들을 우째야쓰겠습니까? ㅠ.ㅠ
'니가 울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울고 싶다고오오오오~~~~ '


나오는건 한숨뿐!!!
이 뒤치닥거리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저를 위해 블루베리 와플을 만들고 싶었다던 남편의 성의를 보면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죠.
아니 솔직히 말해 제가 화를 낼 자격도 없고 말이죠.
왜냐면
 .........
..........
............
저는 체다갈릭 비스킷 믹스로 "체다갈릭전"을 만든 여자잖아요 ㅡ.ㅡ;;;;
2012/12/28 - [일상 생활기] - 아들도 모르는 미국인 시어머님의 요리 비법?


마누라는 이모양


서방은 이꼴!!!!
그래서 저희는 "이모양 이꼴" 부부인가봅니다. ㅡ.ㅡ;;;;


와플이 아니라 '블루베리떡"이다보니 이것이 와플메이커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더라구요.
젠장할~
반나절을 남편과 쪼그려 앉아 와플메이커에 찰떡같이 붙어있는 블루베리떡을 떼어 냈습니다.



우아한 와플을 먹는 아침을 상상했지만 개뿔~
와플메이커에서 조각조각 떨어져 나오는 블루베리 떡쪼가리나 떼어 먹으면서 (아니... 그런데 또 맛은 있눼??? ㅋㅋㅋㅋ) 그렇게 보낸 토요일 아침이였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아침에 부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떡 부스레기를 떼어내면서 떨어질때마다 하나씩 주워 먹는 모습이요...
그 와중에 남편과 저는 막 키득키득 웃으면서

우리 무슨 원숭이 같지 않아? ㅋㅋㅋㅋ 완전 원숭이가 땅에 떨어진거 주워 먹는 모습이랑 너무 똑같잖아!!! ㅋㅋㅋ

 

ㅋㅋㅋ 맞아, 원숭이 같아 ㅋㅋㅋㅋ


하면서 둘이서 웃어대며 청소를 했지요.
우리 정말 바보 부부 맞나봐요. ㅡ.,ㅡ;;;;;;;;


그리고 일요일 아침!!!
역시나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더니

짜잔~
이번에는 완벽한 와플이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
우와~ 폭풍감동!!!!!
(실은 완벽한 와플만 있었을 뿐! 블루베리 시럽과 휩크림 올리는건 제가 했어요)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가봅니다.
토요일 와플믹스로 블루베리떡을 쪄버린 실패가 있었기에 이렇게 제대로 된 와플을 만들 수 있었던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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