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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아들도 모르는 미국인 시어머님의 요리 비법?

by 스마일 엘리 201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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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의 주말이였습니다.
느긋한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며 남편과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다가 출출한 것이 뭔가 간단하게 먹을 것이 생각나더라구요.
먹을 것이 없나 냉장고와 집 구석구석을 뒤지다 (네, 그렇습니다... 구석 구석 뒤져야 뭔가 나오는 집구석입니다 ㅠ.ㅠ ) 물만 부으면 '짠~' 하고 완성 된다는 비스킷 반죽 가루 사둔게 생각 났습니다.

남편은 제가 저녁을 직접 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다정한 아내를 얻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요, 그 믿음의 도가 지나친 나머지 제가 빵과 쿠키도 구울 줄 안다고 믿더라구요. ㅡ.ㅡ;;;
저 같은 초급 주부에게 빵과 쿠키가 웬말이랍니까!!!
매일 저녁 메뉴 정하는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말이죠.
그러다 Just add water (물만 넣으면 완성) 이라는 말에 남편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내 노릇 좀 해 보고자 덥썩 비스킷 믹스를 집어 들었던 것입니다.



바로 요 체다 갈릭 비스킷 믹스인데요, 체다 치즈의 향과 갈릭의 풍미가 조화롭게 이루어져 담백하니, 느끼할 것 같지 않아서 구입했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내가 오늘은 특별히 자기를 위해 "체다 갈릭 비스킷"을 만들어 주겠어!!!!


하며 남편에게는 절대 주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비스킷 믹스 봉지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믹스를 뜯었지요.

설명서 대로 오븐도 400도로 예열해 두었고, 믹스에 물만 부으면 된다고 했으니 계량컵도 준비해서 설명서대로 물을 1과 1/2컵 부었답니다.
그런데 반죽을 젓다보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비스킷 반죽인데....
비스킷은 빵인데....
빵 반죽이 이리 묽을리가 없을텐데...
하며 봉투를 다시 살펴 보았더니.....

물의 양이 1과 1/2컵이 아니라 그냥 1/2컵 이였던 것이죠 ㅠ.ㅠ
어쩐지...
어쩐지... 비스켓 반죽이 꼭 호박전 반죽 같더라니..... ㅠ.ㅠ

그런데 이 아까운 것을 버리자니 반죽에서 풍겨 나오는... 꼬리꼬리한 체다치즈의 냄새와 "으음~ 갈릭 스멜"
'그래 먹는거 버리면 벌 받는거야!!, 물을 적게 넣으면 빵이 되는거고, 많이 넣으면 전이 되는거지 뭐' 하며
체다 비스킷이 아닌 체다갈릭전을 탄생 시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팬케잌처럼 넓게 반죽이 골고루 잘 퍼지도록 올려준 뒤, 심혈을 기울인 불 조절로 저의 체다갈릭전은 그렇게 완성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거실에 앉아 있던 남편은

으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하면 한껏 기대에 찬 표정으로 저의 체다갈릭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짜잔~ 완성 되었습니다!!
이거 뭐 미국요리를 한국요리로 둔갑시키는 거, 물 하나면 충분하네요 ^^
마치 호박전 같지 않습니까??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이렇게 저의 체다갈릭전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저의 처녀전이나 다름없으므로, 이 영광을 남편에게 먼저 맛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짜잔~ 서프라이즈!!!!!!

하며 체다갈릭전을 남편 앞에 내밀자 남편은

무슨 체다갈릭 비스킷이 이래??

이건 체다갈릭 비스킷이 아니라, 체다갈릭 팬케잌이야!!! 먹어봐!!

별로 먹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일단 한입 먹더라구요.
그러더니만...
....
....
....





딱 요런 표정으로 "우욱~" 

미안해, 난 못 먹겠어!!!

그 정도로 이상한가??
한 입 먹은 저는.....


그 정도로 이상한 정도가 아닌게 아니였어요 ㅠ.ㅠ
물만 부어서 굽기만 하면 완성 되는 요리도 못하는 저란 여자... ㅠ.ㅠ

오늘 제가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요...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함부로 탄생시키려 하지 마세요.
무존재의 이유가 다 있는거더라구요. ㅠ.ㅠ

이렇게 해서 저는 당분간 미국 요리는 설사 물만 붓는 요리라도 절대 하지 말아야지 했다가 그저께 크리스마스때, 아무래도 명절인데, 미국 요리 하나는 있어야지 하며 또 물만 부으면 완성 되는 브라우니에 도전했지 뭡니까??

이번엔 설명서의 물의 양도 몇번씩이나 확인해가며 시키는대로 해서 드디어 그럴듯한 브라우니를 완성 시켰어요.
움하하하하하하~~~~


먹기전부터 브라우니의 냄새와 그럴듯한 겉모습에 남편은 대만족해하면서 한입 먹어보더니

우와~ 이거 자기가 만든거야?? 우와 ~ 정말 맛있어!!! 정말 잘 만들었는데?

물과 계란만 부었지만 남편의 질문에 답하자면, 남편과 저 두 사람만 사는 집에 제가 안 만들면 유령이 만들었겠습니까? ㅋㅋ
제가 만들었다고 했죠 ^^
다만 물만 부어서 만든거라고 말을 안 했을 뿐!!!


남편은 두개째 먹으면서

이 브라우니에서 우리 엄마가 만든 브라우니맛이 나!! 바로 이 맛이야!!!

우리 엄마가 만든 브라우니맛!!

엄마가 만든 브라우니맛

엄마가 만든 브라우니맛

엄마....
브....라우니...
마...맛 ㅠ.ㅠ

게다가... 바로 이맛이래 ㅠ.ㅠ

그..... 그랬던것입니까?? 어머니?!?!?!?!?!?!
한국 어머니맛의 비밀은 바로 고향의 맛 다시다
미국 어머니맛의 비밀은.... 믹스....

전 저를 위해서가 아닌,어머님께서 수십년간 간직하셨을 비밀을 위해서 그저 미소만......
^ㅡㅡㅡㅡㅡ^;;;;;;;;;  이렇게요....


담번에 시댁 가면 어머니께 브라우니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 겠어요.
그리고 몰래 쓰레기통을 한번 뒤져봐야 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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