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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식 손님 치르기, 여자들에게 너무 편해~

by 스마일 엘리 201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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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 보내셨나요??
전 남편이 감기 몸살인지 독감인지 저번주 월요일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아직까지 힘들어해서 맘이 그닥 편하지가 않습니다.
독감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있는데 열은 많이 나고, 본인은 춥다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지만 자는 동안 이불이며, 베개며 침대시트며 정말 축축하게 다 젖어버려 매일 매일 침대시트와 이불을 빨아대고 있어요. ㅠ.ㅠ
오늘은 직장에서 혼자 (몰래) 마실 수 있도록 수정과를 끓여서 보온병에 넣어줬답니다.
green frog님이 알려 주신 방법대로 약이라고 하고 혼자 먹으라구요 ^^;;;  (일단 저희 남편부터 먼저 챙겨야 하잖아요 ㅋㅋㅋ ) 왜 몰래 마시게 하려는지는 이전글 보기 클릭 2012/09/12 - [미국 생활기] - 미국인 남편의 직장동료들도 중독된 한국의 맛


오늘은요, 제가 시댁에서 대가족의 손님을 치르며 느꼈던 점을 얘기할려고 해요.
한국과 많이 다른 풍경이였거든요.
저희가 작년, 일본으로 오기 직전에 시댁을 방문했어요.
일본에 있는 동안 당분간은 시댁에 가지 못할테니 떠나기 전에 가족들을 보러 간 것이였어요.
저희가 살던 샌디에고에서 시댁인 위스콘신까지는 새벽 6시에 출발해, 비행기를 두번이나 갈아탄 후, 위스콘신 밀워키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차로 3시간 30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시댁에 도착할때쯤이면 밤 10시가 넘는답니다.
같은 미국땅 아래 살아도 이렇게 넓다보니 시댁 가기가 해외 여행 하는 것 보다 더 힘들어요 ^^;;

아무튼, 산넘고, 물건너 시댁에 도착하니 시부모님이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그리고는 피곤할테니 일찍 자두는게 좋을거라며 하시는 말씀이

너희들이 떠나기 전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같이 밥 먹으려고 친척들을 내가 초대했거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도 오실거고, 조쉬네(큰형) 가족, 캐시네(시누이) 가족, 그리고 맷(시동생) 여자친구랑 그 부모님도 오실거야.

헉!!!!!!!!
머릿속에는 3년간의 주산 학원비가 무색하게, 손가락 계산기로 '모두 몇명이 오는거야?' 하며 꼽아봅니다.
모두 11명, 남편과 저, 시부모님까지 합하면 15명의 상차림을 준비해야 된다는 얘기였죠.
일찍 잘래도 이건 뭐 걱정이 되서 잠이 와야 말이죠...
결혼하고 처음해보는 손님맞이... 그것도 시댁에서....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으니 기껏해야 시어머님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겠지만 15명이 먹을 음식들을 준비할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들을 준비해야 하며, 그럼 몇시부터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는건지 그리고 손님들이 가고 난 뒤의 뒷정리와 남겨진 설거지거리들....
잠들기 전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다음 날 있을 손님맞이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키친에 가봤더니 분주할 것 같았던 주방은 저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리되어 있고, 시부모님도 여유 있는 모습이였습니다.

엄마, 제가 뭐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시어머님께서는

특별히 없구나, 아빠가 이미 칠면조 요리를 거의 다 만들었고, 매쉬드 포테이토만 준비하면 되거든.

                        (시아버지께서 이미 칠면조를 요리하셨어요~ )


'손님이 11명이나 오실텐데 특별히 할 게 없다구욧?!?!?!?!?!?!?!?!?!?!?!? '

한국에 있을 때는 집에 손님을 치르는 행사가 있으면 저희 친정 엄마는 전날부터 장보고, 재료 다듬기 시작해서 당일날에는 발바닥에 땀나도록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시는데 말이죠.

할아버지가 푸딩과 빵을 만들어 오실거고, 캐시가 샐러드와 애피타이저를 만들어 올거야, 그리고 맷 여자친구 어머님이 파이를 만들어 올거고, 조쉬네가 치즈케잌을 만들어 오기로 했단다.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그렇습니다.

초대 받은 손님들이 빈손으로 오는게 아니라, 각 가정에서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오기 때문에, 손님상 차림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역시나 팟럭 형태인거죠)
손님에게 대접할 메뉴 고민도 없고, 준비할 상차림 비용도 부담 없고, 모든 음식을 초대한 당사자가 만들 필요도 없으니 시간적 경제적으로도 정말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저희 친정에서는 집에서 손님 치를 일이 많았던지라 친정 엄마가 손님상 차리느라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자꾸 친정 엄마 생각이 나면서 이 좋은 방법을 엄마에게도 알려 드려야겠다 생각했지요.

시간이 되자, 가족들이 준비한 음식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음식들은 키친의 한 가운데 준비된 테이블에 놓이게 되고, 부페식으로 각자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덜어가서 따로 준비된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습니다.
(이때 많은 손님들이 다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없으므로, 간이 식탁을 준비해서 간이 식탁에서 먹었어요 )
전 이 부분도 너무 맘에 들었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손님 초대하면, 손님들이 먹을 음식 나르느라 사실 편하게 앉아서 함께 밥 먹기 힘들잖아요.
음식이 부족한게 있으면 먹다가도 도중에 일어나 몇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사실 손님 입장에서야 편하게 대접받고 오지만 손님을 초대한 사람 입장에서는 손님이 오시기 전부터, 가시고 난 후의 설거지와 뒷정리가 끝날 때 까지 노동의 연속인거죠.
하지만 부페식이다 보니 손님들이 음식이 부족하면 스스로 가서 덜어와서 먹으니, 호스트의 입장에서도 편하게 손님들과 얘기 나누면서 먹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부페식으로 차려진 미국식 손님 상차림, 식사가 끝난 후 이 테이블은 다시 손님들이 준비해 온
          디저트류 - 피칸 파이, 치즈 케잌, 쿠키등-로 셋팅했고, 역시나 부페식으로 각자 알아서들 먹었어요 )

게다가 접시는 일회용 접시와 일회용 포크 사용으로 손님들이 가고 난 뒤에 따로 설거지 할 필요가 없이 그냥 다 버리기만 하면 되니까 뒷정리 할 것도 없구요.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일회용 안 쓰는게 맞는거지만 항상 사용하는건 아니니까요 )
손님들이 다 먹고 난 후의 접시와 포크는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려주기까지 했으니 정말로 할 게 없었어요.


남편과 저 그리고 시부모님까지 합하면 총 15명의 대가족 상차림에서 며느리인 제가 한 일이라고는 매쉬드 포테이토의 감자 껍질 벗겨낸거 밖에 없었답니다.  
물론 시어머님은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드셨지만요.
(칠면조 요리는 시아버지만 알고 계시는 패밀리 레시피가 있어서 항상 시아버지가 만드신대요) 

한국의 손님 치르기에 비한다면 미국식의 손님 치르기, 정말 여자들에게 너무 편하지 않나요??? 
국내 도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저희 친정만큼이라도 도입시켜서 매번 고생하시는 친정 엄마 좀 편하게 해 드릴려고 말씀 드렸지만 아직 한국의 정서상, 손님 초대해 놓고, 그 손님한테 알아서 드시라고 하면 욕먹는다고 싫으시다네요. 
게다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일회용 접시에 덜어 먹게 하는 것도 성의없어 보인다고, 그런건 미국에서나 통하는 얘기지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다구요. 

손님을 치를 때 아침부터 땀흘려가며 음식 만들고, 음식 나르느라, 함께 먹지 못하고, 제대로 다 먹기도 전에 후식 준비하느라 다시 주방에 들어가야 하는 한국 여자들의 수고스러움을 배려한다면 이런 미국식의 손님 치르기를 한국에 도입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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