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달동안 집을 비워야 하다 보니 떠나기 전 집 대청소도 해 놓고, 집안 구석 구석 그 동안 정리 해 놓지 못했던 곳들도 한번씩 뒤집어엎는 셈 치고, 새로 정리 정돈 해 놓았습니다.
(실은 전 원래 이런 여자가 아니예요!! 남편말에 의하면 아기가 저를 사람만들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 )
아무튼, 남편과 두달간 생이별을 해야 하는 저에게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걱정 되는게 딱! 하나가 있어요.
반겨주는 이 없는 집에 혼자 퇴근해와, 지친 몸을 이끌고 혼자 밥을 해 먹어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구요. (저도 타지에서 임신한 몸으로 홀로 밥 해 먹어야 하니까 이건 쌤쌤이라며;;; )
그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건.....
바로 저희 동네의 엄격한 쓰레기 분리 수거랍니다 ㅠ.ㅠ
제 블로그의 이전글을 읽어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동네는 쓰레기를 배출할 때 쓰레기 봉투에 이름을 반드시 써야 하거든요!!
2012/05/22 - [일본 생활기] -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본의 쓰레기 분리수거
이거 일년 해 보니까 정말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한 책임감이 엄청나게 막중해지더라구요.
쓰레기가 이름만 쓰레기지, 잘 분리해서 속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신문지로 한번 감싼 쓰레기 봉투는 무슨 보물 쓰레기가 따로 없어요.
사실 일본도 지역마다, 그리고 동네마다 분리수거 하는 법이 틀리기 때문에, 모든 지역이 다 저희 동네처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도쿄에 살때와 비교를 해봐도, 일본에 살고 있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저희 동네가 쓰레기 분리 수거에 엄격한 편에 속하더라구요.
그냥 잘 분리해서 내 놓기만 하면 되는것이라면 제가 이렇게 밤잠을 못자면서까지 걱정하지 않을거예요.
분리도 분리지만, 배출일, 배출장소까지 제 각각이라 이 모든걸 숙지하기 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걸렸는데, 이걸 지금껏 제가 도맡아 하다가 남편에게 바톤 터치해 줄려니 여간 걱정 되는게 아니랍니다.
우선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를 분리하고, 플라스틱과 펫트병으로 분리, 캔 종류는 알루미늄 캔과 스틸 캔으로 분리, 금속, 유리, 종이류로 분류합니다.
한국에서는 분리해서 집 근처의 지정된 장소에 내 놓기만 하면 되죠?
아파트의 경우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분리해서 나눠 버리면 되구요.
저희는 버리는 곳도 제 각각, 버리는 날짜도 제 각각이라 정말 머리 아파요 ㅠ.ㅠ
우선,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은 지정된 대형 마트의 수거함으로 가지고 가서 버립니다.
요렇게요~
아무 마트에서나 받아 주지 않구요, 시에서 지정한 대형 마트가 있답니다. 그곳으로 분리된 쓰레기를 들고 가야 하는거죠.
저희집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는 없구요,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야 버릴 수 있는 대형 마트가 나옵니다.
차 없으면 쓰레기도 못 버리는 현실 ㅠ.ㅠ
캔 역시도 알루미늄캔과 스틸 캔으로 세분화 시켜 분리해서 버립니다.
맥주캔과 통조림캔을 함께 버릴 수 없는거죠.
펫트병과 캔 종류는 이렇게 대형 마트에 반환하고 오면 되지만 그 외에 쓰레기는 배출하는 날짜가 지정되어 있고, 그 날짜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시에서 판매하는 지정 봉투에 담아 배출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에서는 쓰레기 달력을 각 가정에 나눠 줍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사진을 저장 해서 참고로 보고 있어요.
문제는 타는 쓰레기의 경우, 일주일에 두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버리면 되지만 유리와 유리병, 캔(알루미늄, 스틸종류가 아닌것들), 금속은 한달에 한번밖에 버릴 수 없거든요.
그러니 한달에 한번! 무슨 하늘이 열리는 날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 수거하는 날을 기다렸다 때를 놓치지 않고, 잘 버려야 한다는거죠.
만약 놓치면 한달은 넘쳐나는 쓰레기와 함께 동거해야 합니다.
이 날짜가 정해지는 것도 매주 몇번째 무슨 요일이면 기억하기라도 쉬울텐데 4주간격으로 수요일이라 매달 날짜가 바뀌어요.
이러다보니 남들은 남편 월급날 기다리다 보면 한달이 금방 간다는데, 저는 쓰레기 버리는 날 기다리다 보면 한달 한달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남편에게 맡겨 놓으면 남편이 과연 꼼꼼하게 분리를 잘 해서 날짜 맞춰 잘 버려줄 것인지 너무 걱정이 되는겁니다.
그냥 좀 실수하면서 버리면 어때? 할수도 없는것이.... 쓰레기 봉투에 이름을 쓰잖아요!
그러니 실수를 할 수도 없습니다.
예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더니 어떤분이 분리배출을 잘 못 했는지 쓰레기 봉투에 씌여진 이름을 보고 그 이름으로 쪽지를 써서 쓰레기 봉투에 떡하니 붙여 놓고, 그것만 수거해 가지 않았더라구요.
우와~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하고 제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정말 이곳에서, 외국인으로서, 쓰레기 분리수거 만큼은 철저히 해서 욕 먹는 일 없도록 해야 겠다는 투지가 불끈!!!!!!
그리하여, 집을 비우는 동안 남편보다 더더욱 걱정인 쓰레기 분리 수거 때문에 밤에 잠 못자고 고민하다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남편에게 단기 스파르타 쓰레기 교육을 실시 하기로 말이죠.
지금껏 페트병, 플라스틱 한데 모아서 버릴 때 제가 직접 분리해서 버렸는데 쓰레기통을 몇개 더 장만해서 애초에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쓰레기통으로 접근할라치면 일단 저는 외칩니다!!
요렇게 말이죠.
다행히 제가 쓰레기 분리수거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을 남편이 쭉 지켜 봐왔고, 잘 알기에 자신도 절대로 이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아주 협조적이였답니다.
남편이 쓰레기 버리는 날을 놓치지 않도록 쓰레기통에는 요렇게 버리는 날짜까지 써 두었습니다.
지정된 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하는지라, 어떤 쓰레기 봉투를 써야 하는지 쓰레기 봉투 색깔까지 표시해 두었죠.
(이참에 은근슬쩍 쓰레기 분리 배출 업무를 남편에게 강제 양도할 계략입니다. 움하하하하하하하 )
그것도 불안해서 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 되면 그날 아침 문자 알림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남편이 제가 없더라도 집안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만들어 놓는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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