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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승무원 일기

비행한 지 벌써 1년 (글 쓰는 시점엔 2년)

by 스마일 엘리 202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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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묵은지 포스팅 가져 왔어요~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을 묵은지라 버릴까 했지만 제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 되새김질 할려고 꿋꿋하게 살려 봅니다. ( "지금 묵은지 포스팅들 줄줄이 대기중이예요" 소근소근)
작년 1월 초에 2024년 한 해동안 제가 얼마나 비행했는지 알려주는 회사 메일이 와 있더라고요.  (곧 2025년의 기록 메일도 받겠죠? ) 
2024년 2월에 7주간의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3월 말 부터 비행을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9개월 간의 비행 기록이 되겠네요. 
미국 신입 승무원의 첫 해 비행 기록은 어떨지 한번 보시렵니까? (참고로 이 비행 기록은 다른 신입 승무원들의 비행 기록과 다를 수 있어요. 저는 주어진 비행 외에는 픽업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많은 국제선 비행을 하지 않았지만 제 동기인 루쌰 언니는 픽업을 많이 해서 쭈니어 1년차 임에도 영국, 파리, 암스테르담, 스위스, 이태리, 포르투칼, 독일, 덴마크, 스코틀랜드, 브라질까지 가 봤더라고요. 

2024년에 143회의 비행을 하고, 약 253,000마일을 날았으며, 지구를 10바퀴 돌았대요. 
주로 아침 일찍 시작하는 비행을 했고 ( 자의가 절대로 아니고 스케줄 주는 대로 했을 뿐) 11기종의 비행기에서 일을 했으며, 4개국과 2개 대륙을 비행했네요. 4개국은 한국, 영국, 캐나다, 멕시코예요. 
27개주에 있는 51개의 공항에 착륙을 했고, 26개의 도시에서 레이오버를 했으며, 인천에서 가장 많은 레이오버를 했어요. 미국 신입 승무원으로 인천을 가장 많이 갈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한 부분이죠. 
이것은 저희 회사에서 저의 실제 비행 기록이니 정확하지만 빠진 부분이 있다면 제가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씨애틀에서 애틀란타로 출퇴근한 비행 기록이예요. 이것까지 포함한다면 지구 20 바퀴 돌았을걸요? 

이건 flighty 라는 앱에서 저의 비행 기록을 수집한 것인데 제 비행 스케줄과 연동이 된 것도 있고, 연동되지 않은 것도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저의 커뮷 비행이 더해 진 것이 있어서 비행 거리가 더 길게 나왔나봐요. 

이렇게 맵으로 보여 주니 여기 저기 많이 다닌 것 같긴 합니다. 

항상 인천 비행에 관한 글만 올리다 보니 국내선 비행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국내선 비행도 많이 했답니다. 그리고 사실 국내선 비행도 재미있어요. 다만 국내선 비행은 비행 거리가 짧다 보니 비행 시간이 짧아서 일하는 일수 대비 비행 수당을 많이 못 받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일 뿐! 그래서 인천 비행이 감사하고 너무나 소중한 것이죠. 

아무래도 제 베이스가 애틀란타이다 보니 동부쪽의 단거리 국내선을 많이 비행했네요. 
2024년은 저와 저희 가족에게 큰 생활의 변화가 있었던 해였고, 달라진 생활 패턴에 적응해 나가느라 참 정신없었던 한 해였어요. 
 
이렇게 입사한 지 1년이 되면 저희 회사에서는 Lift라는 파티를 열어 줍니다.  트레이닝 후 6개월간의 프로베이션(수습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정식 크루로서 비행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예요. 

서로 각자 다른 스케줄로 얼굴 보기 힘든 동기들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100명 남짓 되는 클래스 C에 단 3명의 한국인이였던 저와 루쌰 언니와 쩸, 간만에 밤샘 수다 떨 생각에 신났죠. 

델타의 역대 유니폼 쇼도 있고요. 

트레이닝 기간 동안 가깝게 지냈던 친구 티쉬, 견습 비행도 같이 했던 친구예요. 

1대1 면접날, 50여명의 경쟁자를 뚫고 함께 CJO를 받았던 크리스티나. 그날 8명이 CJO를 받았는데 그 중에 한명이 쭈동생이였고, 그 외에 동양인이였던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기억이 안나는데 크리스티나가 먼저 저를 알아봐줘서 그걸 계기로 친해졌던 친구예요. 저녁 식사 후엔 댄스 타임!!! 태생이 뻣뻣녀라 댄스 타임에 몸둘바 모를 댄스를 추고는 급히 퇴장했단 스토리...

밤 늦게까지 파티는 계속 되었지만 중년 여성들에게는 이바구 파티가 제일인지라 호텔방으로 돌아와 입 좀 털어주고 고대로 쓰러져 잠들었답니다. 

다음 날은 애틀란타의 시뇨리티 3번, 델타 전체로는 시뇨리티 5번이신 입사 59년차(2025년 기준이니까 올해로 60년 되심)  케이 대선배님의 인터뷰 시간!  (참고로 저희 델타 항공의 시뇨리티 1번이신 대선배님은 씨애틀 베이스에 계시며, 올해로 입사 67년차이십니다. )
케이 대선배님과는 두번 인천 비행을 같이 했었고, 두번 다 사무장으로 일을 하셨었는데 역시나 그 포스가 장난 아니셨어요. 저도 마음 같아선 60년 비행하고 싶지만 늦은 40대 중년 입사자라 60년이면 요단강 노선 04편 비행할 나이인지라...  그래도 정년 퇴직 없는 미국 항공사니까 케이 대선배님을 롤모델로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비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빨간 화살표 끝의 케이 선배님

제가 가끔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글 중에 미국 항공사는 외모도 안 보고, 할머니 승무원 많다고 까는 글들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요, 그 할머니 승무원들이 입사 당시에는 다들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셨다고요!!! 근무 환경이 좋아서 40년 50년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할머니 승무원들이 된 것 일 뿐! 오히려 그 시절에 승무원 하신 분들이야말로 나이, 외모, 체중 등 당시의 깐깐한 외적 요소들의 평가를 통과하신 분들이에요. 이런 채용 조건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사라졌지만요. 그러니 여러분이 비행에서 만나는 시니어 승무원들은 대부분 40년 이상 비행하신 베테랑 승무원들이랍니다. 

뒤늦게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우리 세사람!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게 서로 다른 비행을 하고 있지만 우리 세사람의 목표는 같습니다.
건강 잘 챙겨서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비행하기! 

프로베이션에서 벗어나 델타의 정식 크루로서 날아 오른다는 의미의 LIFT, 
그 LIFT가 올려진 컵케이크까지 먹었으니 이제 찐크루 된거 맞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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