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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들의 할로윈 서프라이즈 Boo basket !

by 스마일 엘리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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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꺽이기 시작하는 7월부터 기다려 왔던 할로윈이 드디어 지나갔습니다.

(할로윈 기다리느라 블로그 내팽겨쳤냐고요? ㅠ.ㅠ 말 못할 사정도 아닌, 꼭 말해 드리고 싶은 사정이 있었으니...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요) 

해마다 할로윈을 보내면서 할로윈 집장식, 코스튬, 잭오랜턴 만들기, trick or treat하며 사탕 받으러 돌아다닌 것만 알고 살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로 왔더니 또 새로운 미국 문화를 하나 알게 되었어요. 

할로윈이 가까워지고 있던 10월 초의 어느 날, 집 현관문 앞에 놓여진 할로윈 사탕 바구니... 

사탕만 들어 있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할로윈 테마의 작은 장난감들,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와인까지, 온 가족 알차게 서프라이즈 할 작정으로 배달된 게 틀림 없었어요. 

그런데 대체 누가? 왜? 뭐 때문에 이런 설레이는 사탕 바구니를 보낸 것일까요?

친절하게도 그에 대한 답도 사탕 바구니에 들어 있더라고요. 

이 사탕 바구니를 받은 사람은 이  종이를 창문이나 현관위에 붙이고 , 두 이웃에게 제가 받은 것처럼 또 다른 사탕 바구니를 만들어서 몰래 놓아두고 서프라이즈 해 주는 할로윈 릴레이 이벤트였어요. 

이것이 바로 Boo Basket 이라는 것인데, 구태여 한국말로 한다면 "깜놀 바스켓" 이라고 할까요? 몰래 숨어 있다가 누군가를 놀래킬 때 "워!" 하면서 양손을 활짝 펴며 나타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Boo" 라고 하면서 누군가를 놀래키거든요. 그래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놀래켜 주기 위해 준비한 사탕 바구니를 boo basket 이라고 해요.

이 사탕 바구니를 받은 가족은 "We've been booed" (깜놀 바스켓 받았음) 사인을 창문에 붙여서 중복으로 받는 일이 없게 하고, 사인이 아직 붙어 있지 않은 집에 몰래 깜놀 바스켓을 가져다 놓아서 온 동네 이웃들이 골고루 이 서프라이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동네 이벤트더라고요.

 

그런데 사탕 바구니에 왠 와인이냐고요? 술을 booze 라고도 하는데 깜놀 시키는 Boo 라는 단어와 소리가 비슷해서 아이가 없는 가정이나 아이가 있더라도 어른들도 서프라이즈를 즐길 수 있도록 boo basket에 booze를 추가해서 booze basket을 만드는거죠. 

이곳으로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내 동네" 라는 느낌도 없이 살았는데... 이 boo basket이 뭐라고, 이거 받고 나니 순식간에 이 동네가 내 마음의 고향이 되어 버리고, 누군지 모를 이 사탕 바구니를 놓고 간 그 이웃은 이미 죽마고우급 친구로 레벨 상승함요. 

나란 여자, 가슴 따수워지는 이런 이벤트 정말 좋아라 하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얼른 마트로 달려가 아이들 잠시나마 즐거워 할 잡다구리 장난감도 사고, 할로윈 캔디도 사고, 쿠키도 사고, 제 취향의 와인도 한병 사 왔습니다. (와인 알지 못하는 여자라 달다구리 와인만 마심) 

 준비하다 보니 이 boo basket 이벤트가 학창시절에 많이 하던 마니또 게임의 미국 할로윈 버전이 아닌가 싶드만요. 

그래서 제 할로윈 마니또는 수줍게 눈인사만 하고 지내는 왼쪽 이웃집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들끼리는 이미 부랄친구인데 (어머..이거 19금단어인가? 제 블로그는 10년 역사가 있으니 성인 전용 블로그 카테고리에 분류해 주세요~) 어른들끼리는 아직 잔잔한 미소와 눈맞춤을 못 벗어나고 있는 사이거든요. 물론 익명으로 보내는 서프라이즈이지만 나중에 현관 감시 카메라 돌려보고 '나' 라는거 좀 알아줬음 하는 마음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 

물론, 저희집에 바구니를 놓고 간 그 익명의 이웃도 저희집 감시 카메라를 통해 누군지 정체가 밝혀 졌으나 알아도 모른척 해야 하는 묘미가 있는 이벤트이니 입꾹닫 했습니다.

바구니에 사탕과 초콜릿, 장난감, 와인을 채우고 배달 준비 완료!!! 

아무리 감시 카메라로  정체가 탄로 난다고 해도, 너무 대놓고 "내가 두고 가오" 하면 재미 없잖아요? 그래서 대리인을 섭외 했습니다. 

꼭 꼭 숨긴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배트맨 마스크까지 씌웠으나 저 주황색 외투 입고 뛰어 노는건 이 동네 우리 와플이 하나 뿐!!! 

누가 봐도 내 아들이라, 옆집에서도 모를리가 없으니 내 따뜻한 마음의 의도를 알아주기를 바랄 뿐! 

절대 들키지 않겠다고 주먹 불끈 쥐고, 미션 수행하고 오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하고 와플이는 그렇게 깜놀 바스켓 배달을 갔습니다. 

그렇게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몰래 몰래 살금 살금 현관문 앞에 다가가서 사탕 바구니를 놓고 오려 했던 와플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쌩얼로 어디선가 나타난 제제가 옆집 현관문 앞 카메라를 들여다 보며 "오잉? 오잉?" 하는 바람에 손사래 치며 돌아 오라고 목 놓아 부르는 제 목소리까지 적나라하게 이웃 카메라에 다 녹화 되며 깜놀 바스켓이 아니라 모든것이 다 까발려진 까발 바스켓을 놓고 왔네요. 

그래도 사탕 바구니 받은 아이들은 좋아했겠죠? 이틀 뒤에 옆집을 지나다 보니 "we've been booed" 사인이 붙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후에 왼쪽 이웃과는 관계가 급 발전해서 "하와유두잉" 까지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국판 할로윈 마니또 boo basket 이벤트, 마음이 따땃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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