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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엘리네 여름 프로젝트-아이들 방 꾸미기

by 스마일 엘리 201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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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중고가구 리폼에 열을 올렸던 저희 부부가 올해는 제가 한국을 다녀오고 남편도 직장일로 바쁘다보니 어영부영 벌써 한해의 반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래도 뭔가 프로젝트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남편은 슬그머니 가구 리폼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솔까말 제가  원하지 않은 가구 리폼은 남편의 노동력과 시간 투자 대비 제 만족도가 낮아서 안하니만 못하더라구요.

이 얘기를 후딱 하자면 침실에 나이트 스탠드 두개가 있었는데 신혼때 완전 싸구려로 다른 가구와의 매치를 생각치 않고 산거라 늘 눈에 거슬렸거든요. 그래서 남편에게 리폼을 부탁하며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말했는데 결국 적당한 도구가 없어서 제 요청대로는 안된다며 남편이 대충 자기 맘대로 만들어 왔던 일이 있었어요. 원래부터 눈엣가시였던 것이 아예 눈뜨고는 못 봐줄 말 그대로 "어글리" 한 나이트 스탠드가 되어 버렸더라구요. 남편은 자기가 열심히 만들었으니 제가 잘 사용해 주길 바랬지만 전 도저히 이것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결국 남편 맘이 상해버려 며칠동안 서로 묵언 수행의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암튼 이 일 이후로 남편이 무슨 프로젝트를 하겠다하면 겁이 나요. 그런데 "올 여름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까? " 하고 슬며시 말을 꺼내길래 저 넘치는 에너지와 의욕을 '너도 기쁘고 나도 기쁜 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재빨리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페인트 칠하기' 

늘 집의 페인트 색깔이 맘에 안들었었는데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거든요. 남편은 와플이도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으니 좋은 생각이라며 오히려 더 좋아하길래 올 여름 프로젝트는 "집안 페인트 색 바꾸기"로 결정 했습니다.  

​우선 실패할지도 모르니 실패에 부담이 없도록 와플이와 제제방을 제일 먼저 연습삼아 칠해 보고 성공하면 다른방과 거실도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페인트 칠하는 과정보다 페인트 색 고르는 과정이 저에게는 더 힘든 시간이였어요. 남자 아이들 방이라 블루톤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상 컬러 차트를 보니 블루 색상만도 진짜 백개가 넘더라구요. 게다가 색상이 보는것도 실제로 벽에 칠했을때도 달라 보이고, 빛에 따라서도 색깔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거든요. 색상 선택에 실패하면 두고두고 후회되고, 눈에 거슬릴테니까요. 다시 페인트칠을 하면 된다지만 분명 한번 작업을 끝내면 당분간은 페인트 작업은 하고 싶지 않을게 뻔하니까요.

그렇게해서 색상을 고르고 1갤런 페인트를 구입해서 색상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이미 1갤런짜리 사서 테스트라고도 할 수 없지만요. 무조건 칠하거나, 아님 37불 그냥 날리고 새로 다시 구입하거나)

 

​역시나 벽에 칠했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였어요. 너무 옅은 색을 골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은 부분적으로 보는것과 전체적으로 다 칠했을 때 보는건 또 다르다고 하길래 일단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몰딩 부분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마스킹 테이프 다 붙여주는 작업도 끝냈구요.

​본격적으로 페인팅 하는 시간~

와플이와 제제도 분명 함께하고 싶어 할테니 애들 브러쉬도 꼭 준비하라는 남편의 말에 작은 롤러도 준비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와플이가 너무 신나하면서 페인트 칠하더라구요.

​온가족 똑같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페인트칠을 합니다.

저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테두리 부분을 붓으로 미리 칠해주고, 안을 메꿔 주는 작업을 남편과 와플이가 했어요. 사실 와플이가 페인트 칠을 했다고 하기에는 그냥 페인트를 벽에 덕지덕지 떡칠을 하는 수준이였기에 오히려 떡진 페인트를 펴발라주는 작업을 남편이 해야 해서 두배로 힘들었어요. 저 말고 남편이 ㅎㅎㅎ

​제 마음 같았으면 차라리 와플이가 페인트칠 하지 않고 티브이나 봐 줬으면 했을텐데... 아니 이미 잔소리 했겠죠. 그런데 남편은 잔소리는 커녕 어떻게 하면 페인트를 잘 펴바를 수 있는지 설명 해 주고 계속해서 페인트를 떡지게 바르는 와플이에게 지치지도 않고 상냥하게 말을 하더군요. 늘 아이에게 큰 소리 내지 않고 상냥하게 말하는 이런 모습 배워야 하는데... 한과 울화가 많은 한국인이라 참을 인자 세번 새기고 나면 꼭 큰소리가 터져 나오거든요.

​요즘 아무말 대잔치로 쉬지도 않고 뭐라뭐라 하는 와플이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맞장구 쳐주는 아빠

페인트칠을 하면서 부자간의 의사소통 장벽은 높아져만 가고, 그만큼 부자간의 정은 더 깊어져 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저는 구멍난 벽에 땜빵 작업을 합니다.  이것도 그냥 구멍만 메꾸면 안되고 좀 더 완벽한 작업을 위해서는 건조 후에 샌드 페이퍼로 갈아 내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것까지 다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노가다의 베이직 스킬을 하나씩 익혀가고 있는 중이죠.  

​계속 롤러를 밀다보면 팔이 아파서 이제 그만 하겠다고 할 때도 됐는데 팔이 아프다면서도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엄마 아빠 옆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근성!!!

​"와플아, 힘들면 그만 하고 가서 요카이 워치 봐도 돼" 했는데 단호하게 "노!" 하며 끝까지 롤러를 밀고 있는 녀석

 

​이렇게 해서 어느덧 반 이상 페인트 칠을 완성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저는 힐튼헤드에 사는 엘리양 집에 오징어 볶음 먹으러 다녀 왔습니다. ㅎㅎㅎ

페인트 칠하기전의 벽 색깔과 칠한 후의 색깔 비교 사진이 필요해서 찍어봤어요.

주말에 반 이상을 칠하고, 그 주말 이후에 조금씩 틈날 때마다 칠해서 드디어 페인트칠을 끝내고 다시 가구를 들여 놓고 보니 페인트 색이 딱!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색이더라구요.

역시 고심해서 고른 보람이 있었습니다.

빛에 따라서 페인트 색상이 다르게 보이고, 사진 찍는 각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여서 원래 색상을 보여드리기가 쉽지 않지만 전체 사진을 공개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before 사진은

2018/03/19 - [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 아이들 방 꾸며주기 프로젝트 끝~

예전에 와플이와 제제 침대를 같이 붙여서 사용했는데 이제 각자 스스로 잘 자기 때문에 침대를 분리 시켰어요.

벽 색깔은 지금 이 색깔이 원래 색깔과 가장 가까운 색 같아요.

제제의 침대 

이번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아이들 방도 좀 꾸며 주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었어요.

그래서 펠트로 구름 쿠션과 빗방울 쿠션도 직접 손바느질해서 만들고, 이불과 매치 시키기 위해서 그레이색 베개 커버도 미싱으로 후다닥 만들었습니다.

벽에 걸 그림도 온라인으로 무료 프린트 되는걸로 프린트 해서 장식 해 주었구요.

와플이 침대

와플이 제제가 쌍둥이는 아니지만 동성이라서 쌍둥이 키우는 것처럼 똑같이 매치해주는 재미가 있어요.

손바느질로 만든 구름 쿠션과 빗방울 쿠션.

전 그냥 데코용으로 만들었는데 우리 와플이가 저 쿠션 두개를 들고 구름아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재현해서 저에게 보여 주더니 재미있다고 깔깔깔~

그걸 보고 제제도 같이 따라 하면서 깔깔깔~

데코용 쿠션이 뜻밖에 장난감으로 용도 변경이 되었습니다.

 

와플이와 제제방의 테마는 스카이 블루의 페인트색과 하늘, 별, 달, 구름으로 정했기에 선반도 구름 선반으로 골랐어요.

펠트로 만든 별 장식도 살짝 올려 주고요.

무지개 그림도 출력해서 액자에 넣었습니다.

와플이와 제제의 방이니까 주인공들 사진도 있어야겠죠?

침대 아랫쪽으로는 이렇게 클라짓이 있는데 저는 여기를 장난감 수납함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큰 장난감들 늘어져 있으면 정리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라 클라짓에 다 정리해 두고, 자질구레한 장난감들도 장난감 수납함에 정리해서 선반에 다 올려 두었어요. 필요한 장난감만 꺼내서 놀고,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면 먼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정리가 다 되어야 내려 주거든요. 그랬더니 26개월 제제도 이젠 장난감 가지고 놀고 나면 수납함에 다 정리해서 담아 놓고 저를 부릅니다. 다른 장난감 꺼내 달라구요. 자연스럽게 장난감 정리하는 습관도 가르쳤고, 방 정리도 수월해서 너무 편해요.

 

이렇게 해서 저희 가족의 여름 프로젝트 1단계가 끝이 났습니다. 2단계는 거실 아니면 부부 침실을 생각중인데... 아~ 다시 시작할려니 또 엄두가 안나서... 어쩌면 2019년 여름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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