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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범인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녀석이다

by 스마일 엘리 2016.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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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완전 식겁한 일이 있었답니다.

보통 식료품 장을 보러 주말에 남편과 함께 가는데 우유가 떨어져서 필요한 것만 간단히 사 올려고 와플이와 제제를 데리고 힘든 외출을 감행했죠.

 

애 하나 데리고 다닐때와 둘 데리고 다니는건 천지차이라 지금은 외출이 두..려...워..요 ㅠ. 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와플이와 언제 심기불편해져 악쓰며 울지 모르는 2개월짜리 제제를 데리고 혼자서 외출하고 돌아오면 영혼 분리 현상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다 사기도 전에 울기 시작하는 제제, 혼자서 직진본능 발산하며 저만치 뛰어가는 와플이, 카트 밀며 숨막히는? 아니죠, 숨 넘어가는 추격전을 벌여 겨우 잡아서 정신없이 계산하고 차에 탔습니다.

 

마트에 오기 전부터 맥도날드에 간다고 와플이와 약속했기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에서 해피밀 셋트와 피쉬버거 셋트를 주문하고 집에 와서 먹었죠.

 

그리고 페이먼트 옵션 바꿀게 있어서 상담원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식료품 장 봐 온 영수증을 봤더니 글쎄 하프 갤런 우유를 두개 구입했는데 세개가 계산되어 있더라구요. 어차피 건전지 살 것도 있고 해서 나중에 다시 가서 얘기해야지 하며 가방속에 영수증을 넣어 두었습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왔길래 와플이는 맡겨두고, 제제만 두고 다시 식료품점으로 갔죠.

찡찡댈려는 제제를 카시트에서 꺼내서 그냥 안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 서비스 센터로 가서 잘 못 계산된 걸 얘기 했더니 크레딧 카드로 환불해 줄까? 스토어 크레딧으로 줄까? 하고 묻길래 지갑을 꺼낼려고 가방을 보니

 

앗!!! 지갑이 없다!!!

 

그래서 스토어 크레딧으로 달라고 하고, 결국 건전지도 못사고 잘못 계산된 것만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지갑이 집에 있길 바라면서요...

 

집에 도착해서 지갑이 있을만한 곳을 다 둘러 봤는데 없...어...요.

차에 흘렸나? 다시 차 안을 샅샅이 살펴 보았습니다. 없...어...요 ㅠ.ㅠ

 

가만, 다시 잘 생각해보자!!

 

오전에 퍼블릭스(마트)에 가서 계산을 했고,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에서 계산도 했으니 분명 지갑은 차안에 있었고, 그럼 집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는 얘기...

 

집에서 내가 지갑을 꺼낼일이 있었나?

페이먼트 옵션을 바꾼다며 상담원과 통화를 했는데 그때 크레딧 카드로 바꾸면서 내가 지갑을 꺼냈던것 같기도 하고?!?!

그럼 지갑이 집에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지갑을 꺼냈다가 마트에 간다고 다시 가방에 지갑을 넣었나?

그런데 마트에서는 지갑이 없었는데...

그럼 제제를 카시트에 꺼내면서 가방에 있던 지갑을 흘렸나?

 

이쯤되니 각종 카드며, 신분증이며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겁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잘 생각해 보라고.. 그래서 제가 위에 나열한 것을 그대로 말했죠.

그랬더니 자기가 직접 차도 뒤져보고, 집 안의 쇼파 쿠션 밑, 쇼파 밑, 서랍, 지갑이 있을만한 곳을 다 뒤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마트에 갈 때 지갑 가져 간거 아냐?"

 

"그런줄 알았는데 서비스 센터에서 가방을 봤을 땐 지갑이 없었어"

 

"그럼 마트 주차장에 흘린거 아냐?"

 

"그럴수도 있고"

 

그리하여 다시 와플이 카시트에 앉히고, 제제도 카시트에 앉히고, 온 가족이 퍼블릭스로 출동 했습니다.

제가 주차했던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고, 혹시 누군가 주워서 서비스 센터에 가져다 주지는 않았을까 해서 서비스 센터에 가서 물어 봤지만 없다고 하고...

 

하아!!!!

 

답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죠.

생각해보니 마트 주차장에서 가방을 어깨에 매고 제제를 꺼냈기 때문에 지갑이 떨어졌을리는 없을거고, 아무래도 지갑을 안 가져 간 것 같은 것 같은.... 뭔 소리래?!?!?! ㅠ. ㅠ

결론은 저도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모르겠다는거였죠

 

집에 와서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하며...

 

상담원과 통화할 때 내가 지갑을 확실히 꺼냈던가?? 꺼낸것 같기도 하고, 크레딧 카드 정보를 상담원이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갑을 꺼낼 필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다시 한번 남편과 함께 차 앞 좌석, 뒷 좌석, 트렁크까지 다 뒤지고, 차고 안에 떨어 졌을지 몰라 차고 안도 요리조리 다 살펴 보았습니다.

결국엔 집에도 없더라구요.

 

지갑이 없어졌다는게 확실한 이상 카드가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빨리 카드 정지부터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카드 사용 내역부터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용한게 마지막이였어요.

이제 제가 가지고 있는 카드들 하나씩 다 전화를 해서 사용 정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미국 카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발급 받은 카드도 있고...

게다가 신분증은 운전 면허증인데, 면허증 없이 운전하기도 불안하고, 미국은 운전을 안 하면 밖을 아예 나갈 수 조차 없고, 뭐든 재발급이 한국처럼 하루만에 되는 곳도 아니고...

 

아흐흑.....

'도대체 난 지갑을 어디서 잃어 버린거지???? '

 

 

답답한 마음과 아무리 생각해도 잃어버린 퍼즐의 한 조각처럼 기억나지 않는, 지갑을 잃어 버린 시점...

쇼파에 앉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멍하니 앞을 바라 보고 있는데...

 

 

그 앞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와플이의 자전거...

그냥 멍하니 와플이의 자전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자전거의 뒤의 수납함

 

 

지갑이 있을리가 만무한 온 집안의 서랍장도 다 열어 봤는데, 저 자전거에도 수납함이 있었네...

있을리가 만무하겠지만 일단은 열어보...

 

 

아아아아아악!!!!!!!!!

 

뭐야 뭐야 뭐야!!!! 왜 이게 여기 들어 있어!!!!!!!!!

 

아아아아아악!!!!!!!!!

 

좋아서 지르는지, 황당해서 지르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저는 귀 고막이 찢어져라 소리 질렀어요.

==> 황당한데 너무 좋아서 소리 질렀던 것 같음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전 지갑을 잃어 버리지 않았고, 도난 당했던 것이죠.

내부 사정을 아주 자~알 알고 있는 녀석, 바로 와플이의 범행이였습니다.

 

크라임씬은 바로 눈 앞에 있었는데...

범인은 범행 현장을 다시 찾는다고, 와플이는 그렇게 제 눈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녔는데 전혀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어쩐지...

 

와플이에게 남편이

 

"Did you see mommy's wallet?" (엄마 지갑 봤니?) 라고 물었을 때

 

"Yeah" 라고 했거든요.  

 

"where?" 하고 물어 봤지만 대답을 안하길래 모르나부다 했는데

 

이녀석이 모르는게 아니라 대답을 회피했던거였어요.

 

아우~

 

결국 지갑을 찾아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그리고 식겁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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