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기

개장 텃밭 수확기

by 스마일 엘리 2016. 9. 4.
반응형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온다라는 말...

2년전에 일본에 있을 때 한국에서 깻잎과 상추 씨앗을 구입해서 일본에서 심었어요.

그리고 씨앗이 남아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분들의 네이버 모 카페에서 약 10분에게 씨앗 드림을 했는데 그 중에 한분이 연락이 닿지 않아 씨앗을 못 드리고, 서랍에 넣어 두었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사 온 후, 이삿짐 정리를 하다 보니 서랍에 넣어 두었던 씨앗이 그대로 서랍에 들은채로 미국까지 따라 왔지 뭐예요. ㅎㅎㅎㅎ

 

본의 아니게 씨앗 밀수입자가 되긴 했지만 미국에서 한국의 야채를 길러 먹을 수 있겠다는 기쁨으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 흙을 사고, 씨앗을 심었답니다.

 

이 소중한 씨앗을 혹시나 야생 새들에게 빼앗길까, 혹은 야생 짐승들에게 빼앗길까 싶어 넓은 특대형 개장 (남편의 보스가 휴가를 가면서 개와 개장을 맡기고 가셨다가 개장은 남겨두고 개만 찾아 가신... 이후로 개장의 처분을 부탁하셔서 애물단지로 뒷마당에 놓여 있었는데 이리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에서 키우기로 했죠.

 

 

 

 

 

왼쪽에서 부터 고추, 상추, 깻잎, 상추, 파를 심었습니다.

여름에 상추쌈에 쌈장 올려 먹고, 아삭한 풋고추도 먹을 생각에 한국산 풋고추 씨앗을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했어요.

씨앗이 핑크색이라 깜짝 놀랐다는...

(아마도 심을 때 잘 보이라고 염색 시킨듯... )

 

상추가 제일 먼저 발아했고, 깻잎은 약 3주가 지나서 발아하고, 고추는 한달이 지나서야 발아하더라구요.

실패한 줄 알고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발아한 깻잎중 건강 해 보이는 녀석들을 골라서 간격을 주고 다시 심었어요.

3년간의 스티로폼 농사를 지어보니, 욕심을 내면 오히려 수확률이 떨어지더라구요.

20개의 씨앗을 키우는 것보다, 잘 발아한 세 네뿌리의 녀석을 적당한 간격을 두고 키우는게 오히려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상추도 빽빽하게 길렀더니 벌레 생기고, 시들어 죽고, 잎도 크게 자라지 않아서 이번엔 욕심을 버리고, 건강한 녀석만 골라서 다시 심었어요.

다시 심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해 죽는 녀석이 생기는걸 감안해서 심었죠.

 

두 세 뿌리만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고추가 드디어 싹을 틔웠습니다.

고추도 욕심 내지 않고, 애초부터 간격을 두고 몇개만 심었어요.

남는 고추는 같은 동네 사는 한국인 친구에게 나눠 주었죠.

 

 

 

파도 쑥쑥 잘 자랍니다.

여기선 한국에서 보는 흔한 대파가 없어요.

마트에서도 쪽파 같은 것만 팔고, 홈디포 씨앗 코너에서도 쪽파 씨앗만 팔더라구요.

아마존에서 대파 씨앗을 구할 수 있는걸 이때는 몰랐기에 쪽파라도 심었는데...

이렇게 잘 자라는줄 알았다면 대파를 심을 걸 그랬나봐요.

 

 

옮겨 심기 하고 난 후, 상추는 반은 죽고, 반은 살았어요.

깻잎도 옮겨 심은 후 몇 뿌리는 살아 남지 못했지만 살아 남은 녀석들은 점점 더 튼튼해 지며 잎을 키워 가더군요.

 

 

물 주면서 살짝 만지면 벌써 깻잎향이 손에 묻어 나요~

빨리 쌈 싸 먹고 싶어요.

 

 

옮겨 심은 후 시들시들하며 잎 색깔도 흰색으로 변하더니 점점 자리를 잡고는 푸른 녹색의 싱싱한 잎을 키워갑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쪽파~

나중에 해물 파전 해 먹어야죠.

 

 

고추도 잘 자라고 있어요.

언제 키워 언제 따 먹나~

 

 

개장의 보호 아래 야생 짐승들의 어택 없이 잘 자라고 있는 내 소중한 야채들~

 

 

이제 어느덧 첫 수확을 해 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죠?

 

 

상추 큰 잎과 깻잎 큰 잎을 땄습니다.

 요 녀석들은 고마다레 냉우동 (참깨소스 냉우동)의 고명으로 올려 먹었어요.

 

 

역시나 욕심을 버렸더니 야채들이 더더욱 잘 자라네요.

매일 매일 따 먹기가 무섭게 새로운 잎들이 크게 자라 있어요.

개장 텃밭 오픈해서 토끼들이랑 좀 나눠 먹어야 할래나? 고민 좀 했습니다.

 

 

파도 무섭게 자라는데 쪽파라 그런지 요리 한번 하면 몇 줄기씩 잘라 먹으니 금방 먹게 돼요.

근데 또 금방 자란다는...

 

 

 

상추와 깻잎은 이미 샐러드도 해 먹고, 쌈도 싸 먹고 했는데 고추는 이제 힘을 내네요 ㅠ.ㅠ

빨리 아삭아삭한 풋고추 먹고 싶어요~

 

 

또 수확한 상추와 깻잎~

 

이번 깻잎은 순치기 한 깻잎들까지 모조리 따서 그냥 깻잎 김치를 만들었어요.

 

 

수확한 파 다져 넣고, 깻잎 양념 듬뿍 만들어서 냉장고에서 한 이틀 숙성 시켜 뒀거든요.

깻잎에 이 양념장 골고루 묻혀 또 냉장고에서 한 이틀 뒀다가 꺼내 먹었어요.

 

흰 쌀밥에 깻잎 김치 덮어서 먹었는데 우왕~ 눈물이 앞을 가려!!!! ㅠ.ㅠ

일본에서도 잘 못 먹던 깻잎을 이렇게 실컷 먹을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넉넉하게 만들어서 산후 조리할 때 밑반찬으로 먹을려고 저장도 해 두었습니다.

 

 

이젠 개장 텃밭이 좁아 보이죠?

 

 

 

파도 점점 통통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파도 다 따 왔어요.

 

 

달궈진 후라이팬에 촤르륵 깔고, 밀가루 반죽 부어서 파전도 해 먹었지요~

해물 파전이면 더 좋았겠지만 ㅠ.ㅠ 새우 밖에 없어서 듬성 듬성 새우 파전으로다가...

깻잎 김치 만들려고 만들어 둔 깻잎 김치 양념장 약간 덜어서 찍어 먹었더니 환상 궁합이드만요.

아놔~ 미국 시골에 혼자 살아도 이렇게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슬프지가 않아요.

 

 

아침마다 물 주는 저에게 무수한 잎으로 그 사랑을 보답하는 효깻잎

 

 

고추도 제법 자라서 이제 꽃봉오리를 맺더라구요.

 

 

 

개장 텃밭에서 해방 된 깻잎~

잎들이 무성해 지면서 골고루 햇빛 받으라고 개장에서 꺼내 줬어요.

너무 무섭게 자라나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요 ㅎㅎㅎ

이쯤되니 야생 토끼에게 베풀고 싶은 관대함이 생기기까지...

그래서 그냥 나눠 먹자는 마음으로 꺼내 뒀는데...

이 녀석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깻잎맛을 몰라서인지 먹으러 왔다가 똥만 싸고, 먹지는 않고 그냥 갔더라구요. ㅎㅎㅎㅎ

 

 

 

상추는 수확해서 이웃에게 좀 나눠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다음날 물 주러 가면 그대로 잎이 무성해요.

텃밭 농사 3년차에 올해가 최고 풍작이라는...

 

 

파도 너무 잘 자라서 대파와 쪽파사이쯤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풋고추에 꽃이 피었어요.

곧 고추가 열릴 것 같아요.

두근 두근~

 

 

인터넷 보고 가지 치기도 해 줬는데 고추 열리면 쌈장 찍어 먹고, 장아찌도 담그고 삼겹살이랑 쌈도 싸 먹어야죠.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풋고추가 열렸답니다. 꺄~~울

이 귀한 고추 맛있게 먹을려고 쌈장까지 주문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쌈장 올때까지 고추는 좀 더 키우기로 하고...

 

귀하디 귀한 깻잎이 자라도 너무 빨리 자라 이젠 잡초 수준이 될려고 해서 깻잎이 들어갈 수 있는 요리는 다 해 먹고 있는 중에 생각 난 감자탕.

 

 

 

들깨가루가 없어 완성도가 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넘쳐나는 깻잎을 듬뿍 넣었더니 깻잎향 가득한 맛있는 감자탕이 되더라구요.

 

 

 

 

아낌없이 자라서 아낌없이 주는 상추와 깻잎을 수확하여

 

한국인 친구를 불러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삼겹살이죠??

 

저에게 삼겹살의 은혜를 내려 준 미국 식료품점 퍼블릭스 buckwalter 지점 ==> (다른 지점엔 삼겹살이 없다는 사실)

사랑합니다~

 

 

이상, 시작은 개장 텃밭 수확기였으나, 마무리는 삼겹살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저, 올해 텃밭 야채들 잘 키워서 너무너무 잘 해 먹은 것 같죠?

 

 

 

 

 

 

 

 

 

 

 

 

끝난 줄 알았던 포스팅이였는데....

 

 

아니 글쎄, 상추가 씨를 맺어 그게 화분에 떨어져서 다시 새싹을 틔웠더라구요. 그래서 씨를 받아서 새 화분에 심었던 또 싹이 나네요? ㅎㅎㅎㅎ

 

그래서 개장 텃밭 다시 가동 합니다.

고로 네버 엔딩 개장 텃밭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