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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임신했다는데 남편의 반응이....

by 스마일 엘리 201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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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부부가 오랜 시간 아기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 왔었습니다.
임신에 좋다고 하면 한번씩은 다 시도해 봤지요.
한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엽산도 꾸준히 먹고, 남편도 자기 나름 임신에 좋다는 약도 찾아서 복용하구요,
몸을 따뜻하게 하느라 수면 양말은 물론이고 잘 때 장갑까지 끼고 잤어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런 노력으로 인해 임신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높아져서 오셔야 할 그분이 안 오시면, 아니 그 분이 오실 날도 아닌데도 임신 테스트기로 그분이 오실때까지 설레발을 쳤던게 벌써 2년째였습니다.ㅎㅎㅎㅎ
매일 임신일까 아닐까 맘 졸이며 기다리는 것도 싫어서 임신테스트기도 무려 100개 주문!!!!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테스트기의 두줄을 보고 얼떨떨 해져 남편에게 그 테스터기를 내 밀었더니 너무나 시니컬한 남편의 반응

그래서???

읭??  반응이 뭐가 이래!!!!!

임신 테스터기의 반응보다 남편의 반응이 더 황당하구만!!!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오히려 저 보다 더 아기를 기다려왔던 사람이였거든요.
지가가던 아기들만 보면 언제 자기 아기를 만들어 줄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은 진지하게 저보다 자기가 더 아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함께 미드 '글리'를 보다가 태어난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장면에서 남편이 울기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기뻐하기는 커녕 "그래서?" 라니!!!!!

봐봐!! 이거 두줄이잖아!


너무 연하잖아, 아닐거야...


그래도 자기 눈에도 보이잖아? 두줄 맞지?? 보이지??


병원에 가서 확인해봐, 병원에서 임신이라고 하면 임신인거야, 난 이거 안 믿어

기쁨이 넘쳐야 할 이 순간이 의심으로 얼룩지던 순간이였습니다 ㅠ.ㅠ 

남편이 이런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셔야 할 그분이 안 오셔서 왠지 성능이 좀 의심스러워 보이는 임테기를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테스트를 해 보았더니 


이렇게 희미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죠!!! 
연하긴 했지만 누가봐도 + 모양이였기 때문에 남편과 저는 임신을 확신하고 그때부터 바로 임산부 코스프레에 들어갔습니다. 
그 코스프레에 남편 역시 적극 동참했지요. 
괜히 그날부터 속도 좀 안 좋은 것 같고, 막 어지럽기도 하고, 잠도 계속 쏟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ㅎㅎㅎㅎ 
거기다가 남편은 아침에 출근할 때, 제 배에다가 뽀뽀를 하며 

아기야, 건강하게 잘 있어, 나중에 보자~

이 짓거리를 한 3일 했나봅니다. 
3일 후에 지금쯤이면 조금 더 진한 두줄을 볼 수 있겠지 하며 약국에서 디지털 임신 테스터기를 구입해서 확인한 결과 비임신으로 나온 것이죠. 

그때 남편의 실망감은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였나보더라구요.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정상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던 임신 테스터기의 시약선이 제 눈에는 몇번씩 보였습니다 


그럴때마다 남편에게 테스터기를 들이밀며 

보여? 보여? 보이지? 그치? 보인다고 말해!!! 보이잖아 여기 두줄!!! 그치? 두줄 맞지?

하며 다그쳤더니 남편은 

안보여, 희미한건 임신이 아니야, 두줄이 똑같이 진해져야 임신으로 인정할거야, 아님 병원에 가서 확인받고 오던가

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정말 달랐거든요. 
지금까지 긴가 민가할 정도로 희미한 두줄이였다면 이번엔 누가봐도 두줄이라고 할 정도로 진했어요. (제 눈에는요) 


이렇게 확실한 두줄을 봤는데도, 실은 저 역시도 워낙 시약선에 여러번 속은터라 이것이 정말 임신인지 안 믿기더라구요. 
항상 생각해왔었지만 임신 테스터기의 두줄을 보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두줄을 보고도 이건 조금 더 진한 시약선인가?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확인을 받고 기뻐해야 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남편 역시도 연한 두줄이니 임신이라 확신할 수 없다고 하니 저도 '쳇!' 하면서 금방 마음을 접었습니다. ^^;;; 
그래도 한줄기 희망은 놓지 못해 임신 육아 카페에 사진을 올려 덧글 주신분들이 임신이라 하시기에 약간의 기대는 남겨 두았지만요. ㅋㅋㅋ 

그렇게 100개 구입한 임테기 이참에 다 써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갈때마다 임테기 하나씩 가져가서 매번 두줄이 나올때마다 혼자서 씨익~ 웃고는 병원 갈 날만 기다렸습니다. 
물론 임테기 두줄 나올때마다 남편 얼굴 앞에 들이대며 

아놔!! 이거 두줄 맞잖아!!!

하며 버럭버럭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냉정을 유지하며 

의사가 임신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기뻐하지 않을거야!!

라며 찬물을 끼얹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병원에 가는 날!!! 
저의 임신 사실을 가장 불신했던 남편이 꼭 자기를 데려가달라고 하더라구요. 
드디어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하고, 의사를 만났습니다. 
남편과 전 의사의 입만 보고 있었죠. 
의사 선생님께서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라고 말할 순간을 기다리면서요!!! 
그런데 의사 입에서 나온 말은..... 

임신 사실은 오늘 전화 연락이 없으면 임신이고, 전화 연락이 있으면 임신이 아닙니다!!!

이.... 이거 뭐니??? 
우리에게는 남들 다 누리는 의사의 임신 축하 한마디 마저도 허락되지 않는거니?? ㅠ.ㅠ 
그렇게 남편과 전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어제 전화 안 왔으니 임신이 확실하구만.... 

저희 두 사람은 이렇게 어이없게 임신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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