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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나를 창피함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한국과 다른 미국의 병원 시스템

by 스마일 엘리 201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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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병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의사를 만나 얘기를 하고 이런 저런 검사가 필요해서 혈액 채취를 하고, 소변 검사를 해야 된다며 이렇게 생긴 전용컵을 주더라구요.


그것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꽤 큰 병원이여서 복도에 대기하는 사람도 많고, 화장실도 꽤 멀더라구요.
약 30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화장실을 겨우 찾아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기세등등하게 소변컵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큰 병원에서 다 똑같이 생긴 방들, 복잡한 경로로 화장실을 찾았다보니 길치, 방향치였던 저는 그 병원에서 그만 길을 잃어 버리고 만 것이죠 ㅠ.ㅠ

그때부터 소변컵을 들고, 남편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이 복도던가? 하며 두리번 두리번 걷고 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한겁니다.
사람들이 막 저를 쳐다보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 이것들아, 다르게 생긴 동양인도 소변은 늬들이랑 똑같다!! 신기하지? ㅋㅋㅋㅋ '
(속으로만) 생각하며, 남편이 대기하고 있던 대기실을 계속해서 찾았습니다.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그렇게 저는 그 층의 병원 복도를 일주한 끝에 겨우, 남편을 발견하고는 소변컵을 들고 당당하게

자기야, 가자!!! 이거 어느 간호사한테 줘야 해?

하고 외치자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이 일제히 저를 바라보는데 그 표정들은 다들
'헉~'
하는 표정들이더라구요.
열심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남편도 저를 보는 순간 얼굴이 빨개 지는겁니다.

그걸 왜 여기로 들고 왔어?

엉??? 간호사한테 줄려고!!!!

그런데 그 순간 남편 옆에 앉아 있던 풍채 좋은 흑인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어머! 허니!!!! 이건 화장실에 놓고 와야 돼!!!

'뭐...... 뭐라구요??? '
'이걸 왜 화장실에 놓구 와요?'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제 얼굴은 이미 화끈거리며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랬던 것인가? ㅠ.ㅠ 화장실에 놓아 두어야 할 소변컵을 무슨 쥬스컵 마냥 당당하게 들고 복도를 활보하던 동양 여자가 이상해서 쳐다 보았던 것인가 ㅠ.ㅠ '

어쩔바를 모르고 있으니 그 흑인 아주머니께서

허니,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같이 가자~

하시며 저를 다시 화장실로 인도해 주시더라구요 ㅠ.ㅠ

 

그리고 화장실 벽에는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금고 같은 것이 있더라구요.
이 곳에 소변을 두고 나오는 것이였던거죠. 

한국의 병원도 지금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 있을때까지만 해도 소변은 화장실에서 채취한 후, 간호사에게 돌려 주는것이 당연했기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렇게 소변컵을 가지고 저는 온 병원을 활보하고 다녔던 것입니다. (나의 방향치, 길치증을 원망하겠다!!! )

나도 남들의 소변을 보고 싶지 않은 것 처럼 나의 가장 프라이빗한 것중 하나인 그것을 미국인들이 절대 보고 싶어할 리가 없었을텐데.... 
본의 아니게 그들의 안구에 테러를 하고 말았던 사연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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