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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지각의 이유로 "전철이 늦게 와서"라는 거짓말이 안 통해!!!

by 스마일 엘리 201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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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남편과 주말에 스노보드를 타러 다녀 왔습니다.
운전은 절대로 남편한테 배우면 안된다더니 운전 뿐만 아니라 스노보드도 남편한테 배워서는 안되겠더라구요. ㅋㅋㅋ
작년에 갔을때 무제한 리프트 이용권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리프트는 커녕, 초급자용 코스 제일 밑의 50미터만 왔다 갔다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강사한테 배우기로 하고, 전 강사와 열심히 기초부터 배웠지요 ^^
운동신경 제로인지라 엉덩방아를 어찌나 찧었던지, 차라리 떡방아를 하루종일 찧는게 더 쉽겠더라구요. ^^;;;

그럼 오늘의 얘기로 넘어와서!!!
일본의 주요 교통수단이 전철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것입니다.
저 역시도 출퇴근할 때 전철을 이용했답니다.
칼 같이 정확하게 시각표대로 운행하기 때문에 타려고 했던 시간대의 전철을 탄다면 절대로 늦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출근시간에 전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항상 그 시간에 그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얼굴을 익히게 된답니다.
이렇게 정확한 전철이라도 차량의 이상, 고장, 사고등으로 인해 늦어지는 일도 발생해요.
특히 일본은 전철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서 못해도 한달에 한번 이상은 "인신사고"로 전철이 늦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전원 도시선에서 인신사고가 발생하여 하행선의 운행시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안내문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습니다. )

일본에 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치바현의 '히가시 후나바시'라는 곳이였는데요, 출근을 할려면 "후나바시" 역에서 환승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후나바시역에서 직장까지 가는 전철은 보통 20분 간격으로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히가시 후나바시역으로 갔더니 인신사고로 인해서 전철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광판에 뜨더군요.
한 20분 기다려서야 전철이 도착했고, 환승역에 도착해서 다음 전철을 기다리는데, 20분 간격으로 있는 전철은 한대를 놓치면 15분을 더 기다려야 하니 결국은 회사에 도착할 때쯤이면 1시간 정도 지각한 셈이 되는것이였지요.

일단 회사에 전화를 해서 전철이 늦어져서 저도 좀 늦어질 것 같다고 전화는 해 두었지만 마음이 너무 조급하고, 초조한겁니다.
5분 늦는것도 맘이 불편한데, 1시간씩이나 늦게 되니 완전 피 말리는 느낌이더라구요.
게다가 걱정되는게, 비록 전철이 늦게 온 것이였지만 안 믿어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였지요.
보통 약속에 늦게 되거나 지각하게 되면 제일 흔하게 사용하는 변명으로 " 버스가 오늘따라 안와서" 또는 "전철이 오늘따라 좀 늦게 도착해서.." 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뻔한 변명을 한 것 마냥 마음이 찝찝한 것이 전철 안에서도 안절부절 못했더랬죠.
회사에 도착해서는 제 탓이 아님에도 이거 원~ 눈치가 보여서 몇번이나 죄송하다고 직장 상사에게 사과를 했는데, 상사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더라구요.
늦었다고 눈치를 주거나, 저를 의심한다거나 그런 모습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상사가 요구한 단 한가지가 있었으니...


지연 증명서는 받아 왔죠? 나중에 타임 시트 (출퇴근 기입표)에 같이 첨부해서 내세요! 그러면 지각 처리되지 않아요.

지연 증명서???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그게 뭔가 했더니 전철이 늦게 되면 출근 시간에 이용하는 회사원들은 지각을 하게 되므로, 전철이 늦어졌다는 것을 철도회사가 증명하는 증명서를 발급하는것이였어요. 그리고 그것을 회사나 학교등에 제출하면 지각 처리하지 않는 것이죠. (저희 회사의 경우는 지각하면 지각한 시간만큼 돈이 깍였거든요)
저는 그런것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냥 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전철이 늦으면 도착한 역의 개찰구 옆 역무소에서 직원이 나눠주더라구요.


바로 이렇게 생긴것입니다. 

"오늘 당역 도착 열차가 **분 지연된것을 증명합니다"  라는 내용으로 그날의 날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분 지연 됐다는 란에 시간은 직접 써 놓도록 되어 있는데요, 그 이유는 저마다 출발한 역이 틀리고, 환승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지연이 길어지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지연 시간을 써 놓도록 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연 증명서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 받아 오지 못했던 것이였죠. ㅠ.ㅠ
지연 증명서가 있으면 저의 지각 사유가 명확해 지므로, 제가 그렇게 초조해 할 필요도 없고, 또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눈치 보며 의심 받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당당하게 이것만 제출하면 되는것이였는데, 오히려 이것을 받지 못해서 두배나 더 눈치 보는 상황이 된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열차의 지연으로 지각을 한것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이였기에 퇴근길에 역에 가서 발급해 줄 수 있는지 물어 보았죠.
그랬더니 열차를 이용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것이 있느냐고 묻길래, 제 정기권 (직장과 집까지의 역구간이 명시된 교통카드)을 보여 줬더니 지연 증명서를 발급해 주더라구요.

이후로도 여러번, 여러가지 이유로 열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회사에 지각을 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만, 지연 증명서가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철에서 시계를 수십번 확인해가며 가슴 졸이면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죠.

이 지연 증명서가 지각의 이유를 증명해 주기 때문에 일본 직장인들에게는 전철이 늦어지게 되면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하는 중요한 증명서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각의 흔한 핑계거리인 "전철이 늦게 와서" 라는 거짓말이 절대 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각을 해서도 안되고, 지각한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도 안되겠지만요 ^^;;

하지만 전 출근길 도중에 갑자기 장트러블의 긴급사태가 발생! 이것은 천하장사도 당해낼 수 없다는 그.. 그것이였기에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였습니다. 뒷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철에서 뛰어내려 화장실로 직행~ 볼일을 보고 장에 평화가 찾아 온 순간! 다음 전철을 타도 지각이였기에, 전 패닉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지각한 것이 패닉이 아니라, 지각의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가 패닉 ㅠ.ㅠ   "전철이 늦게 와서" 라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게 이때만큼 억울할때도 없더라구요. 죽을만큼 창피했지만 '지들은 설사 안하고 된*만 누고 사나, 뭐!! ' 하며 당당하게 ㅡ.ㅡ;;;;;; 지각의 이유를 말했지요.

너무 원초적인 이유라 그랬는지 아무도 눈치는 안주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이 글을 다 쓰고 한국에도 지연 증명서라는게 있나 싶어 검색을 해 봤더니 한국에도 있네요 ^^
실컷 포스팅 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이 좌절감 ㅠ.ㅠ  미리 검색해보고 글 쓸걸 그랬나봐요.
그래도 혹시나 이 지연 증명서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홍보 차원에서 글은 그대로 올리기로 했답니다.
혹시나 한국에 계신 분들도 전철이 늦게 와서 직장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면 지연 증명서 꼭 이용하세요~ 
우리가 잘못해서 지각한게 아니니까 지각해도 당당해지자구요 ^^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남편은 크리스마스는 어디 놀러가는 날 아니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히 보내는 날이라며, 그저 크리스마스 아침에 있을 선물 개봉식만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오늘부터 내일까지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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